머리 따로 손 따로 씀씀이
  • 노순동·차형석 기자 ()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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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70% “연체는 안돼” 3명 중 1명이 결제대금 부족
20대 신용카드 이용자 3명 중 1명이 결제 대금 부족을 경험했고, 5명 중 1명은 연체한 적이 있다. 또한 10명 중 1명은 한달 수입을 넘는 액수를 하루에 사용한 경험이 있다. 결제 자금이 부족할 때 가장 많이 쓴 해결 방법은 돌려막기(38%)이고, 아예 해결하지 못한 사람도 11%나 된다.’ 2002년 9월 국민은행연구소가 발표한 ‘20대의 소비·금융행태-현명한가’에는 ‘일단 긁고 뒷감당 못하는’ 20대의 금융 불량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대 남녀 직장인·대학생 천명을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는 소비 생활이나 금융 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0%가 신용카드 청구 대금이나 대출금은 돈이 생기면 바로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 대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신용카드에 대해서 ‘신용카드=과소비’라고 여기는 20대가 73%에 달하고, 신용카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88.8%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소비 행태는 딴판이다. 합리적 의식과 달리 실제 소비 생활에서는 신용카드로 인한 과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2년 11월 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는 모두 46만3천여명. 어느 연령대보다 높은 비율(3.74%)로 신용불량자가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4명 중 1명은 ‘비건전 금융 불량자’이다. 비건전 금융 불량자란, 과소비를 하며 단순 채무·다중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과, 건전한 소비 의식을 갖고는 있으나 다중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현금 서비스와 신용 대출(카드론 포함) 중 하나만 이용할 경우가 단순 채무이고, 둘 다 이용하는 경우가 다중 채무이다.


‘신용 무방비’ 현상은 대학생들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은 월 수입의 70%를 부모에게 의지한다. 이른바 ‘FM 장학금’(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는 학비와 용돈)으로 생활하면서도 대학생 3명 중 1명꼴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일본 대학생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학생은 신용카드 사용률은 비슷하지만 결제 자금 부족 경험 비율은 3배나 높다. 돈은 부모에게서 받고, 카드는 자기 뜻대로 발급받아 사용한 결과이다.


2003년 1월부터 각 금융기관들은 5백만원 이하 대출 정보를 공유한다. 단돈 1원을 신규 대출받아도 신용 상태가 유리알처럼 드러난다. 보고서는 대출 정보가 공유되는 올해 1월부터 20대 신용 문제가 본격 이슈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합리적 소비 의식을 지녔으면서도 실제로는 무절제한 금융 행태를 보이는 20대의 이중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이 없는 무자격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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