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 왜 의혹의 꽃 피었나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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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봉사, 나눔의 성지 꽃동네. 그 꽃동네 ‘신화’가 설립자 오웅진 신부와 주변 인사들이 국고 보조금 및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오웅진 신부(57)의 후원금 횡령 의혹을 검찰이 내사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꽃동네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사회복지 시설일 뿐만 아니라, 85만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와 후원자 들에게는 지난 27년동안 ‘나눔과 봉사의 성지’로 자리 잡아 왔다. 꽃동네를 설립한 오웅진 신부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제의 한 본보기였다. 1996년 오신부는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면서, 국민들에게 하나의 ‘신화’로 각인되었다. 그런 만큼 꽃동네와 오신부를 검찰이 내사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교계와 정치계 그리고 후원자들 일각에서는 “공금을 횡령해 사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다. 실정법에 어두운 채 소외된 자들의 천국을 키워가려던 오신부의 실수로 볼 수 있지 않느냐”라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 오웅진 신부의 무리한 ‘확장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온 쪽에서는 ‘예견된 사태’라며 이번 기회에 ‘구악’을 청산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천주교 상도동교회 함세웅 신부는 “천주교가 크게 회개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며 교계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이번 사태가 ‘오웅진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꽃동네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오웅진 신부는 어떤 인물인가. 이번 사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국고 보조금 및 후원금 횡령과 부동산 투기 의혹은 물론 광산 개발 분쟁, 꽃동네대학교 설립 및 건축 의혹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년 동안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몇 가지 사건과 의혹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


발단은 지난해 6·13 지방 선거였다. 당시 꽃동네측이 부정 투표를 하는 바람에 낙선했다고 주장한 김 아무개씨 등은 꽃동네의 ‘부정 투표’를 고발하고 탄원하는 과정에서 오웅진 신부에 대한 의혹을 캐기 시작했다. 이들이 음성군 지역에서 파악한 오신부 개인 명의의 토지는 4천여 필지 5만3천평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음성군 일대에 오신부와 수사(녀) 등의 이름으로 등기된 토지가 100만평에 이르고, 오신부 개인 이름으로 개설된 은행 계좌(농협·우체국)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꽃동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부동산 투기 의혹은 1998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꽃동네 국정감사 때 처음 논란이 되었다. 당시 한나라당 오양순 의원은 “지역 언론인들에게 물어보니 꽃동네가 정부 보조금과 기부금 등 각종 후원금을 재원으로 방만하게 운영하고 음성군 맹동면 일대 부동산을 전부 매입하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며 부동산 투기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오신부가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한 것만은 틀림없다. 꽃동네측은 1980년대부터 맹동면 일대 농지 수만 평을 매입하면서 꽃동네 운영 주체인 ‘재단법인 청주교구 천주교 유지재단’(유지재단) 명의가 아니라 오신부와 수사(녀)들의 이름을 빌렸다고 시인했다.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오신부뿐만 아니라 오신부 형제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있다. 청원군 현도면 등에 살고있는 오 아무개씨 등 오신부 형제들은 현재 청원군 현도면 청원IC 부근을 비롯해 현도면 상삼리, 문의면·부용면·남이면 일대에 논밭 수만여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부동산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꽃동네측(청주교구 유지재단)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꽃동네 국정감사(1998.10.30)를 이틀 앞둔 10월28일, 유지재단 이름으로 오신부 형제들의 일부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유지재단측은 그 뒤 1999년 9월, ‘권리 포기’를 통해 근저당권을 말소했다. 소유권이 형제들에게 다시 돌아간 셈이다.


이에 대해 꽃동네측을 변호하고 있는 임광규·손광운 변호사는 “현재 신부님 친인척 명의로 된 꽃동네 소유 부동산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오신부 형제들 이름으로 된 땅의 소유권은 형제들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꽃동네 인근에 산다는 한 주민은 “오신부 형제들이 막대한 땅을 가지고 있는데, 농사짓는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그 많은 땅을 샀겠느냐”라며 땅 구입 자금의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은 ‘꽃동네 인터체인지’ 문제로까지 번져 있다. 꽃동네측은 1998∼1999년에 이 아무개 수녀와 곽 아무개 수사 등 꽃동네 수녀와 수사 18명 명의로 맹동면 봉현리 꽃동네IC 예정 부지와 맹동면 인곡리 땅 1만2천여 평을 집중 매입했다. 꽃동네IC(음성IC)는 공식으로는 2001년 경기도 평택에서 강원도 삼척을 잇는 건교부의 동서고속도로 설계 보고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신부가 고속도로 IC 정보를 미리 알아내 땅을 사들였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꽃동네측은 “주변 땅들은 꽃동네 환우들의 자활작업장으로 쓰려고 1980년대부터 매입했기 때문에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고 보조금·후원금 횡령 의혹


검찰은 후원금·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오신부는 1992년 6월 8일부터 2001년 11월22일까지 한번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여러 차례에 걸쳐 12억여원을 오 아무개씨 등 형제들에게 송금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꽃동네와 오신부 관련 계좌 10여 개를 뒤진 끝에 이 자금의 일부가 꽃동네 회원들이 보내준 후원금이라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신부가 시인한다면 ‘특가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임광규·손광운 변호사는 1월23일 기자회견에서 “10억원 이상이 가족 명의의 통장에 송금된 것은 사실이지만 8억원은 공공 용도인 꽃동네대학 부지 마련을 위한 토지 대금으로, 나머지는 오신부의 동생 오충진씨(사업자 상호 ‘동방’)가 맡았던 꽃동네 일대 지하수 공사 대금으로 지급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또 “땅 매입과 동시에 땅의 등기권리증을 재단이 보관했고, 대차대조표 등 회계 장부에도 재단의 재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라며 횡령 의혹을 일축했다.


꽃동네의 불투명한 회계 관리와 자금 집행 문제 또한 부동산 문제처럼 이미 제기되었던 사안. 1998년 국감때 민주당 이성재 의원이 증인으로 참석한 오웅진 신부에게 꽃동네 회비(후원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오신부는 “회비 집행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신부의 약속은 그 뒤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20여년 동안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은 꽃동네 운영 주체인 ‘청주교구 천주교 유지재단’ 계좌로 입금되었지만 정확한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다.


1990년대 중반 꽃동네 직원이었던 박 아무개씨는 “꽃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오신부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꽃동네측 공인회계사인 오창걸씨(삼일회계법인)는 “꽃동네의 자금 관리와 지출 과정은 일반인의 생각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고, 각 시설마다 회계담당자를 두어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꽃동네와 태화광업 분쟁의 진실


금광 개발 업체인 (주)태화광업(회장 김태순)이 꽃동네로부터 1.7km 떨어진 금왕읍 삼봉리에서 지하 터널 굴진에 착수한 것은 2000년 1월. 태화광업은 외환 위기 직후 금 모으기 운동이 전개되며 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자 70억원대 외자를 유치해 1998년부터 광업사가 보유하고 있던 ‘태극광산’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금광 개발은 꽃동네측과 주민들이 2000년 12월 말부터 집단 저지에 나서면서 벽에 부딪혔다. 꽃동네측은 ‘맹동지역 금광개발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한 주민들과 함께 ‘광산 개발은 농촌을 파괴하고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며 광산 갱도 앞에서 장애인 환우들까지 앞장세워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결국 2년 간 개발이 지연되자 창업주 김씨는 막대한 손해를 입은 채 앓아누웠고, 김씨의 부인 하혜자씨(68)는 명동성당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나섰지만 꽃동네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맹동지역 금광개발 저지 및 국토 보전을 위한 100만인 서명’에는 권노갑·한화갑·이회창·박근혜 의원에서부터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대주교,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이원종 충북도지사 등 국내 유력 인사들이 서명했다.


환경운동연합(당시 사무총장 최 열)도 금광 분쟁에 휘말렸다. 환경운동연합은 2002년 7월13∼14일,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1천5백명이 모여 ‘환경운동연합 전국회원대회’를 연 뒤 꽃동네 주민들과 함께 충북도청 앞에서 금광 개발에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분쟁 내막을 잘 아는 충주환경운동연합(의장 박정민 목사)은 “회원 대회 장소로 꽃동네가 부적절하다”라며 이 행사에 불참했다. 금광 개발 분쟁에 대해 법원은 ‘주민들은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2001년 5월)는 결정을 내렸다. 산업자원부도 꽃동네측이 신청한 ‘광업권 설정 허가처분 취소’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2002년 4월)을 내렸다.


태화광업 창업주 아들 김희철씨(38)는 “오죽하면 가톨릭 신자인 모친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했겠는가. 오신부는 2년 넘게 아버지의 생계 터전을 불법 점거하면서 청와대 고위층과 정치인들에게 로비했다. 꽃동네측이 금광을 탈취하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꽃동네측은 거꾸로 최근 오웅진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의 배경에 ‘태극광산측의 음해성 진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꽃동네대학’ 설립 자금 의혹


1999년 개교한 ‘꽃동네 현도 사회복지 대학교’(꽃동네대학)는 1997년, 천주교 청주교구 설정 40주년을 기념해 유지재단(꽃동네)이 학교 설립에 필요한 토지를 마련해 설립되었다.
오웅진 신부와 가톨릭대 사제 서품 동기로 알려진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가 현재 이사장이고, 오웅진 신부가 초대 총장(현재는 이동호 총장)을 맡았다. 1970∼1998년 청주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대주교는 1999년 자신의 전재산이라며 5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해 학교에서 ‘정진석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건물 신축비 일부가 꽃동네에 기탁한 후원금을 일부 전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지재단측은 비용이 70억원 들었다고 밝혔지만 청주교구 소속 한 신부는 1998년 “꽃동네대학은 공사비 3백억원을 들여 건설되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학교 신축 기념비에는 ‘데레사씨 40억원, 이젬마씨 20억원 등 은인 6명의 정성에다 85만 꽃동네 회원의 사랑과 정성으로 설립했다’라고 새겨져 있다.


오웅진 신부는 1998년 국정감사에서 “6명의 출연금 54억원으로 공사비의 90%를 충당했고, 나머지 10%는 우리가 내야겠지요”라고 답변했다. 꽃동네측 손광운 변호사는 “후원금 약정 규정에는 사용처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되어있다. 후원금 일부가 학교 공사비로 쓰였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꽃동네대학이 청주교구 유지재단의 교육사업이 아니라 오웅진 신부의 개인 ‘작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이 들어선 현도면 상삼리는 오신부가 태어난 고향이고, 현재 오신부 형제들이 살고 있다. 꽃동네대학 입구에는 오신부와 본관이 같은 오씨의 집단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꽃동네대학 반영억 사무처장은 “대학은 ‘학교법인 꽃동네 현도학원’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웅진 신부는 현재 법인의 이사 6명 가운데 한 분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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