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누리’ = 과거 고발 전문 사이트?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8.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기남·정동영 부친 관련 제보 잇달아 올라
‘인터넷으로 흥한 자 인터넷으로 망한다?’ 열린우리당은 네티즌의 힘을 업고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최근 당 중진들이 네티즌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신기남 전 의장을 무너뜨린 부친의 전력 추문도 한 인터넷 사이트 제보에서 출발했다. 지난 7월13일 ‘으허허’라는 필명의 네티즌(후에 윤태곤이라는 실명이 밝혀짐)이 인터넷 정치 사이트 ‘진보누리(jinbonuri.com)’에 쓴 글이 발단이었다. 당시 윤태곤씨는 신기남 전 의장의 아버지가 일제 시대에 경찰을 지냈다고 썼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기사화했고 <신동아>의 특종도 이 글이 계기였다.

진보누리 최백순 편집위원은 “처음 신기남 의장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위협했다. 우리는 끝내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 8월 초 영등포경찰서에서 서버를 압수하겠다는 통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남 전 의장 부친이 헌병 오장이라고 확인된 이후에는 아무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진보누리는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서프라이즈(seoprise.com) 논객들과 대대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진보누리가 요즘은 여당 중진의 과거사를 파헤치는 사이트로 뜨고 있다. ‘정동영 장관 부친이 일제 식산회사 사원이었다’ ‘김근태 장관 부친이 훈도였다’는 식의 제보가 진보누리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진보누리 게시판이 여당 중진들의 저격수가 된 까닭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어느 쪽에도 편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백순 편집위원은 “보수 진영이 우리 사이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진보누리 게시판에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이를 ‘네티즌의 반응’이라며 즐겨 인용하곤 한다. 똑같은 제보나 비판 글이라도 한나라당 성향의 보수 사이트 글을 인용하는 것보다 진보누리 것을 이용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