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의 인맥과 금맥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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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의 인맥과 금맥을 들여다보니…
불도저의 추진력은 엔진뿐 아니라 캐터필러에서 나온다.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캐터필러 덕에 진흙 길이든 비탈길이든 거침없이 질주한다. 캐터필러는 바퀴보다 접지 면적이 넓은 데다 좌우가 따로 논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결국 운전자의 뜻에 따라 땅에 착 달라붙어 길 같지 않은 길도 갈 수 있다.

대권 가도를 다지고 있는 불도저 이명박 시장의 인맥 관리 역시 캐터필러와 유사하다. 주요 포스트마다 한 사람이 책임지는 바퀴 식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움직이게 하는 캐터필러 식으로 관리한다. 이시장의 한 측근은 “MB(이명박)의 인맥 관리는 박통(박정희)과 닮았다. 누구 한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시장의 인맥은 크게 6·3세대와 고려대와 현대, 그리고 서울시 인맥으로 나뉜다. 6·3세대와 고려대 인맥은 주로 정치권에서 힘을 발휘한다. 고려대 경영대 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64년 6·3 한일협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6개월간 복역했다. 김덕룡·이부영·이재오 현 의원과 서청원·김도현·박정훈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 6·3세대다. 6·3세대 가운데 이재오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맡는 등 이시장과 각별하다.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하자, 박대표가 발끈한 것도 이의원 뒤에 있는 차기 경쟁자 이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접지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고려대 인맥은 이시장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고대 출신은 10명. 그 가운데 비주류 핵심인 홍준표 의원(고대 법대)은 선거법 위반으로 금배지를 잃은 후 이시장과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동병상련을 나누어 친밀도가 높다. 이시장이 고려대 출신 1호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대 출신들이 언제든지 ‘헤쳐모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시장의 고려대 인맥 관리는 치밀하다.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고대 경영대 LG 포스코관에는 ‘이명박 라운지’가 있다. 건립 공사에 거액을 기부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16억원을 지원한 고대 담장 허물기 행사에도 이시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했다.

현대로 대표되는 재계 인맥은 CEO 시장을 자처하게 한 배경이다. 현대그룹 내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정세영 회장과 가깝다. 효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이 이시장의 셋째 사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맺은 인맥은 이명박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내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은 시장 선거 때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부시장으로 발탁되었다가 금배지를 달았다. 캠프의 조직국장을 맡았던 이성헌 전 의원(현재 사무부총장)은 차기 정무 부시장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거기획단장을 맡은 백용호씨는 서울시정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명박 시장의 두뇌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책팀장으로 선거를 치른 조광권씨는 청계천복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진두 지휘하고 있다. 2005년 9월 완공 목표인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명박 시장의 대권 가도에서 중요한 반환점이다. 제타룡 정책특보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난 여름 노조의 하투를 불도저처럼 막아냈다. 이춘식 정무부시장, 강승규 홍보기획관 등 서울시 곳곳에 그의 사람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도 당안팎에 포진한 최인식·전영태 씨도 선거 이후 이명박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시장의 외곽 조직 가운데는 동아시아연구원이 주목 대상이다. 그가 소유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1층에 위치한 동아시아연구원은 이시장이 1997년 설립했다. 지금은 규모가 줄어 김백준 원장을 포함해 2명만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김백준 원장은 시중 여론을 담아 비정기적으로 이시장에게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시장의 한 측근은 “내년 초쯤 본격적으로 대선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근거지는 동아시아연구원이 될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폭넓지만 인맥 결집도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시장 선거를 함께 치른 한 측근은 “100% 믿고 맡기기보다 혼자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살갑기보다 차가운 인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캐터필러식 인맥과 함께 엔진에 해당하는 재력도 이시장에게 무시하지 못할 원동력이다. 이명박 시장은 매달 20일 월급을 받는다. 지난 9월20일에도 이시장은 월급 5백66만5천2백20원(세금 제외)을 받았다. 월급은 바로 그 날 고스란히 ‘아름다운 재단’에 보내졌다. 2002년 7월 취임 이래 약속한 월급 기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초 ‘자원봉사 시장’인 셈인데, 든든한 재력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았지만 올해 그의 재산은 오히려 늘었다. 서울시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2억원이 늘어난 1백88여억원을 신고했다. 마르지 않는 금고의 원천은 부동산이다. 현재 그가 소유한 부동산은 논현동 자택과 서초동 빌딩(1709-4)과 상가(1717-1), 그리고 양재동의 빌딩(12-7) 등 3채다. 모두 현대와 관련되어 있다. 논현동 자택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지시해 현대가 직접 지어주었다. 서초동과 양재동의 땅과 건물도 현대로부터 보너스로 받았다는 것이 이시장의 설명이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1백88억원이지만, 시세로 따지면 2백억원대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주변 부동산 업자는 말했다.

가난하게 자란 때문인지 이시장은 늘 깨끗한 부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도 ‘고무줄 재산’ 신고로 곤경에 처했었다. 1993년 처음으로 도입된 공직자 재산공개 때 1차 신고액이 62억3천만원. 그런데 2차 신고액은 2백7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차 신고 마감 보름 전에 서초동 일대 땅 4백70여 평을 시세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급히 처분했는데도 재산이 늘어난 것이다. 당시 그는 신고 기준시가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측근은 “지난 시장 선거 때 이미 다 검증된 사항이다. 재산 문제와 관련해서 더 이상 털어도 나올 게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재산을 이시장이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예기치 않은 곳에서 지뢰가 터질 경우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의 재산 형성과 관련한 제보가 많다며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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