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사랑 ‘부전자전’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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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철 회장에게서 큰 영향…작품 감식법도 직접 전수
삼성미술관은 이병철·이건희 두 부자가 모은 컬렉션이 총집합된 문화재의 보고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최순우씨의 조언을 받아들여 1982년 경기도 용인에 호암미술관을 지은 것이 오늘날 삼성미술관의 모태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고 이병철 회장을 빼놓고 이건희 회장의 문화재 수집을 설명할 수 없다.

삼성문화재단이 1995년 4월1일 펴낸 <문화의 향기 30년>은 고 이병철 회장과 문화재와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호암은 30대 초반 대구에서 양조업을 경영할 때부터 이미 고서화나 신라토기, 고려청자, 조선백자, 불상 등에 매료되어 수집을 시작했다. 점차 철물, 조각, 금동상 등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나이가 들면서는 민족의 문화 유산을 해외에 유출시켜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고미술품 수집에 더욱 정열을 기울였다. 호암이 수집한 골동, 서화는 1천점에 달하는 방대한 것이었고 그 중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것도 10여 점이나 되었다. 호암은 이들 문화재 전부를 호암미술관에 기증했다.’

고 이회장은 1968년 니혼게이자이신분에 기고한 글에서는 ‘내가 서화와 골동품을 수집하게 된 데는 선친의 영향이 컸다. 선친은 찾아오는 묵객들과 시 문답을 하곤 했다. 이런 환경이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서화나 도자기를 수집하는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수집품 자체보다는 그 물건으로부터 마음의 기쁨과 기의 조화를 구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고 이회장은 문화재를 사들일 때면 항상 아들 이건희 회장을 가까이 오도록 해 감식안을 키우도록 했다. 이회장으로 하여금 문화재를 팔러 온 사람을 직접 맞이하게 하고, 아버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직접 작품을 보도록 했다.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훈련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현재 아버지를 능가하는 수집을 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조선시대·일제시대 등의 문화재를 주로 수집했다면 그는 김환기·박수근·백남준 등 우리 나라 근·현대는 물론 앤디 워홀·요셉 보이스·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의 예술 작품까지 두루 수집하고 있다. 그는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큰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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