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부자’ 이건희 회장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r)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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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문화재 사랑이 각별하다. 그는 현재 금동미륵반가상 등 국보급 문화재 23점과 보물 80점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 소장자로는 국내 최다 기록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물량과 비교해 국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국보 목록

●국보 85호 금동신묘명삼존불(金銅辛卯銘三尊佛),
●국보 118호 금동미륵반가상(金銅彌勒半跏像),
●국보 128호 금동관음보살입상(金銅觀音菩薩立像),
●국보 129호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국보 134호 금동보살삼존상(金銅菩薩三尊像),
●국보 140호 나전단화금수문경(螺鈿團花禽獸紋鏡)
●국보 146호 강원도출토일괄유물(江原道出土一括遺物)
●국보 169호 청자양각죽절문병(靑磁陽刻竹節文甁)
●국보 174호 금동수정감장촉대(金銅水晶嵌裝燭臺)
●국보 210호 감지은니불공견색신변진언경<권13>(紺紙銀泥不空견索紳變眞言經<卷十三>)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국보 217호 금강전도(金剛全圖)
●국보 219호 청화백자매죽문호(靑華白磁梅竹文壺)
●국보 220호 청자상감용봉모란문개합(靑磁象嵌龍鳳牡丹文蓋盒)
●국보 234호 감지은니묘법연화경<권1∼7>(紺紙銀泥妙法蓮華經<卷一∼七>)
●국보 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국보 241호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권249>(初雕本大般若波羅蜜多經<卷二百四十九>)
●국보 243호 현양성교론<권11> (顯揚聖敎論<卷十一>)
●국보 252호 청자음각연화문매병(靑磁陰刻連花文梅甁)
●국보 255호 전충남출토청동방울일괄(傳忠南出土靑銅방울一括)
●국보 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靑華白磁竹文角甁)
●국보 261호 백자호(白磁壺)
●국보 286호 백자발(白磁鉢)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8년 공사 끝에 10월13일 문을 열었다. 삼성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학자 3명이 공동으로 설계했고, 뛰어난 명품을 소장한 것으로 소문이 나 벌써부터 관람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36~37쪽 참조).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삼성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주목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다. 삼성미술관에 있는 국보와 보물 문화재 대부분이 이회장 개인 소유이고, 그가 국보 23점(전체의 7%), 보물 80점(전체의 6%)을 소유한 국내 최대의 국보와 보물 소장자이기 때문이다.

10월11일 현재 국보는 307호까지, 보물은 1415호까지 지정되어 있다. <시사저널>은 문화재청의 국보와 보물 자료를 정밀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회장이 소유한 국보와 보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미술관이 소장한 문화재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것은 모두 35점이다. 이 가운데 이회장이 23점, 삼성문화재단이 12점을 갖고 있다. 보물은 더 많이 갖고 있다. 삼성미술관은 보물을 92점 소장하고 있는데 이회장이 80점, 삼성문화재단이 9점, 이회장 부인인 삼성미술관 관장 홍라희씨가 3점을 갖고 있다. 삼성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의 87%가 이회장 소유인 것이다.
최근 4년 사이에도 국보 5점 사들여

이회장은 다양한 종류의 국보를 갖고 있다(위 표 참조). 선사유물(국보 146호 팔수형동령 등 강원도 출토 일괄 유물)에서부터 고구려 불상(국보 118호 금동미륵반가상), 백제 불상(국보 128호 금동관음보살입상), 청자(국보 169호 청자양각죽절문병), 백자(국보 219호 청화백자매죽문호), 산수화(국보 217호 <금강전도>), 불경(국보 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등이다.

나전 기법으로 만든 거울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전공예품인 국보 140호 ‘나전단화금수문경’, 통일신라시대 금속 공예의 우수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식품인 국보 174호 ‘금동수정감장촉대’도 이회장 소유이다. 이들 문화재는 1962년 12월20일부터 1995년 12월4일까지 30여 년에 걸쳐 국보로 지정되었다.

현재 개인적으로 국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20명이다. 이건희 회장이 23점으로 가장 많고, 일제 때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보존한 고 전형필 선생의 아들 전성우씨가 12점(간송미술관 소장)으로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1~3점을 갖고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고미술 수집가들로 일반인에게는 이름이 낯설다.

단, 가천의료재단 이길녀 이사장이 국보 276호 초조본 유가사지론(初雕本 瑜伽師地論)을,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이 국보 284호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初雕本 <大般若波羅密多經>)을 갖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길녀 이사장은 보물 13점, 유상옥 회장은 보물 2점을 갖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은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물론 사고 파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밝혔다. 얼마에 사고 파느냐 하는 것도 순전히 당사자들이 어떻게 흥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매매가 이루어진 뒤 15일 안에 문화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세금도 없다. 그러나 외국에 국보를 파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또 전에는 국보를 대여·전시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금은 없어졌다. 다만 국보의 이동 사유가 발생했다면 사후에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1년에 한 번씩 직접 국보가 있는 현장에 나가 보존 상태를 점검한다.

최근 4년 동안에도 여러 건의 국보 사고 팔기가 있었다. 역시 최대 구매자는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회장은 국보 241호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249(初雕本 大般若波羅密多經 卷二百四十九), 국보 243호 현양성교론 권11(顯揚聖敎論 卷十一), 국보 255호 전(傳) 충남 출토 청동방울 일괄, 국보 261호 백자호(白磁壺), 국보 286호 백자발(白磁鉢) 등 국보 5점을 사들였다. 이회장말고 이 시기에 국보를 사들인 개인은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이 유일했다.

이회장이 이들 국보를 사들이면서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고미술업계 관행상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들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와 견주어 보면 대략적인 추측은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년에 두세 차례씩 유물 구입 공고를 내고 국보·보물 등 지정 문화재나 가치가 있는 비지정 문화재를 사들인다.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의 매매가는 최소 5억원이 넘는다. 금동불 같은 경우는 10억~20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물을 구입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가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자가 금액에 불만을 품고 안 팔겠다며 문화재를 가져가 버리면 그것으로 거래는 끝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건희 회장이 최근 4년간 국보 5점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은 적게 잡아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량의 58%에 달하는 물량

현재 지방 국립박물관에 이관된 국보를 제외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갖고 있는 국보는 40점이다. 이회장 혼자 소장한 국보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의 58%나 되는 것이다. 가히 ‘국보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보물은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은 1백7점이다. 반면 이회장은 80점의 보물을 갖고 있다. 이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의 75%에 해당하는 양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회장이 소유한 국보와 보물은 모두 삼성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이처럼 ‘위탁 관리’를 하는 국보가 여럿 있다. 소장자는 분실이나 파손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관리하는 쪽에서는 문화재를 연구·전시하며 성가를 높일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위탁증서 한 장만 오갈 뿐 서로 돈을 주고받는 경우는 없다.

고미술업계 전문가들은 이회장이 이처럼 방대하고 질 높은 문화재를 수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과 안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회장으로 상징되는 ‘삼성’이 문화계의 큰손인 것은 틀림없지만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문화재를 사랑하는 정신을 배우고 감식안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문화재를 사들일 때면 항상 이회장을 가까이 불러 직접 보도록 했다는 것이다(34쪽 상자 기사 참조).

문화재 가운데서도 특히 분청사기에 관한 이회장의 안목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알기도 많이 알 뿐더러 자긍심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미술 평론가 이규일씨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월간 10월호에 기고한 글에 1993년 1월 호암미술관에서 <분청사기 명품전>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분청사기를 위험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이회장이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는 명품을 이렇게 애정 없이 함부로 다루는 것에 화가 치민다”라고 일갈했다고 적었다. 이회장은 도자기의 질이 좋고 나쁜 것은 물론, 대략 언제 만들어졌다는 것까지 알 정도로 안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회장은 또 삼성미술관에 있는 중요 문화재들의 사진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 이회장은 때때로 문화재의 특징과 규격 등이 세밀하게 적혀 있는 이 사진을 보며 안목을 키우는 것은 물론 실물을 자주 볼 수 없는 마음을 달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이회장이 자주 들를 수 있도록 이회장의 자택 바로 옆에 삼성미술관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이회장은 내년에 한남동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할 것이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이회장의 집을 짓고 있다”라며 소문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10년 안에 국립박물관 소장량 앞지를 수도”

앞으로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나 보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정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고 판단되면 먼저 보물로 지정된 뒤 국보로 승격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처럼 발굴되자마자 보물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보로 지정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2003년 이후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56건 가운데 12건이 이회장, 2건이 홍라희씨가 소유한 문화재였다. 2003년 12월30일 지정된 보물 13건은 모두 이건희 회장 부부와 삼성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문화재였다. 삼성미술관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질 높은 문화재를 많이 갖고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어 향후 이들 가운데 다수가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도 “국립중앙박물관도 문화재를 구입하지만 삼성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삼성미술관이 보유한 국보·보물 숫자는 앞으로 10년 안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이회장 부인인 홍라희씨의 이름이 국보·보물 소유자 명단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주목된다. 홍씨가 갖고 있는 청화백자운룡문호(靑華白磁雲龍文壺)가 1991년 1월25일 보물 1064호로 지정된 뒤 2003년 12월30일 청자상감국모란문‘신축’명연(靑磁象嵌菊牡丹文‘辛丑’銘硯)이 보물 1382호로, 같은 날 청자상감어룡문매병(靑磁象嵌魚龍文梅甁)이 보물 1386호로 지정되었다. 홍씨는 이들 보물 3점 외에도 다수의 비지정 문화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문화계에서는 그녀가 앞으로 더 많은 국보·보물을 소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화계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왕이면 개인 소유로 하지 말고 재단에 기증하면 문화재를 사랑하는 이회장의 마음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정한 개인이 국보·보물을 다수 소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것은 아닌 만큼 국가가 좀더 예산을 투입해 질 높은 문화재들을 사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해 유물구입비는 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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