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3% “국민투표 하면 반대표 던지겠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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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 여론조사/다수가 위헌 판결 긍정 평가…66%는 “헌재=보수적”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 대상: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제주 포함) 1,025명
표본 추출 방법:비례할당 및 체계적 추출법
조사 방법:구조화한 질문지를 통한 전화 여론조사
조사 일시:2004년 10월23~24일
조사 기관:미디어리서치
표본 오차:±3.1% 포인트(95% 신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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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지난 10월24~25일 헌법학자 여론조사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그 결과 도출된 일반 국민의 여론은 ‘헌재 판결에 즉각 승복하라. 단 국토 균형 발전과 개혁 입법은 중단 없이 추진하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일단 일반 국민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에 대해 대체로 ‘잘했다’(66.5%)는 반응을 보였다. ‘잘못했다’는 반응은 그 절반 수준인 31.4%에 그쳤다.

영남·강원은 서울편, 호남은 충청편

법리 논쟁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은 헌재 편을 들어주었다.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 헌법이라는 헌재 판단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65.3%로, ‘동의하지 않는다’(31.1%)는 응답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는 헌법학자에 비해 일반 국민이 헌재의 판결 논리에 대해 더 동조적임을 보여준다.

단 이같은 응답은 지역 별로 큰 차이가 났다. 찬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수도권과 충청 지역이다. 서울(‘잘했다’ 77.2%)과 수도권(‘잘했다’ 74.9%) 지역 응답자들은 이번 헌재 판결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반면 충청 지역 응답자들은 헌재 판결에 부정적이었다(잘했다 38.8%/잘못했다 58.3%).

흥미있는 것은 ‘우군 지역’의 등장이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영남과 강원 지역이 강력한 우군으로 나섰다. 이들 지역은 서울·수도권과 비슷한 압도적 응답률로 헌재 판결을 지지했다(영남 응답자의 71.7%, 강원 응답자의 75.0%가 헌재 판결을 지지했다). 이들 지역은 헌재가 관습 헌법을 판단 근거로 삼은 데 대해서도 전국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충청 지역은 호남이 우군으로 나섰다. 호남의 경우 헌재 판결에 대해 우호적인 응답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었다(50.9%). 헌재가 판결 근거로 삼은 관습 헌법에 대해서도 이 지역 응답자들은,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쪽이 약간 더 많았다(동의 43.1%/동의 않는다 45.7%).
지역만큼 확연하지는 않지만 학력 별로도 약간의 편차는 있었다. 헌재 판결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자는 중졸 이하 26.8%, 고졸 29.8%, 대재 이상 34.1%로, 고학력자일수록 헌재 판결에 비판적인 응답자가 많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헌재 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고 믿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꼴(42.2%)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1.9%였다. 헌재 판결에 부정적인 층(65.8%)은 물론 긍정적인 층(31.1%)에서도 이런 응답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이번 판결을 ‘법리적 판결’이라기보다 ‘정치적 판결’로 받아들이는 일부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10명 중 4명 “판결에 정치적 판단 개입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이 헌재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이다. 진보 진영은 최근 헌재가 국가보안법·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잇달아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헌재의 보수성을 비판해 왔다. 헌재의 이같은 보수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이다.

헌재의 최근 판결 경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다소 보수적이다 50.8% > 매우 보수적이다 16.0% > 다소 진보적이다 14.7% > 매우 진보적이다 5.5%’ 순으로 답했다. 곧 헌재 판결이 보수적이라는 응답자(66.8%)가 진보적이라는 응답자(20.2%)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많았다.
그러나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헌재 판결은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다. ‘우리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열린우리당이 부인하는 와중에도 충청권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헌재탄핵론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8명(81.1%)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다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경 입장이었다(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33.4%,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7.7%).

헌재 판결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단은 ‘헌재 판결에 따라 수도 이전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자(53.9%)가 많았다. 그러나 ‘국민투표나 개헌을 통해 수도 이전 계획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자 또한 이보다 9% 포인트 적은 44.1%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당위론’과 무관하게 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하게 될 경우에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응답률이 훨씬 높았다. 곧 국민투표시 수도 이전에 반대하겠다(63.0%)는 응답률은 찬성하겠다(35.6%)는 응답률보다 28.6% 포인트 가량 높았다.

단, 수도 이전과 관계없이 국토 균형 발전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86.9%)는 것이 이번 여론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절대 다수의 여론이다. 나아가 응답자의 과반 이상(52.9%)은 이번 헌재 판결이, 여권이 추진 중인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20.8%는 긍정적 영향, 32.1%는 부정적 영향을 전망했다. 그밖에 34.3%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 등에 대해 공히 반대 의사가 높은 40대~50대 고연령층일수록 이번 헌재 판결이 장차 개혁 입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40대의 27.4%, 50대의 26.8%가 긍정적 영향을 전망했다). 이는 ‘헌재가 전통을 중시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천명한 만큼 앞으로 있을 소송에서 우리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는 호주제 존속론자들의 주장대로, 헌재 판결에 대한 보수층의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음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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