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기면 내게 오기는 했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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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7명 보좌한 이기우 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지난해부터 그에 대한 실명 비판이 줄을 이었으나 정작 본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남 인맥의 실세로, 또 가장 유력한 차관 후보로 꼽히던 이기우 전 기획관리실장에게 요즘 심경을 물었다.


진주 마피아가 거론되면서 주 타깃이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나는 진주와 상관이 없다. 고향이 거제이고, 9급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한 이래 36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구석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의존할 수 있었겠는가.


지난해 김성동씨가 교육평가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범영남 인맥의 상징이 된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나한테 물으러 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교육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일종의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여겨서 그런 것이다. 나는 기획실장으로 이번까지 총 일곱 분의 장관을 모셨다. 여러 장관이 자신들의 임기 동안만이라도 곁에서 보좌해 달라고 잡곤 했다. ‘정치 관료’라는 말이 나온 것에 대해서 주변에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사필귀정이다. 대응해서 뭣하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특정 매체의 기사는 많이 아팠다. 하지만 왜 그랬느냐고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혹시 대신 물어줄 수 있겠나(웃음). 김성동씨와 한 데 언급되는 것은, 뭐랄까, 가까이 한 적도 없는 나로서는 몹시 불쾌한 일이다.

사실 나만큼 국회의원을 많이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회에 들어가면 옆에 있는 장관 뵙기가 민망할 정도였으니까. 혹자는 내 발 문수가 320밀리라고 말한다. 소신 있게 일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법은 두 당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관료로서 그런 상황은 참 난감하다.

너무 민감할 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만약 민주당안에 힘을 실을 경우 일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육위원회 위원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아홉이고, 민주당이 다섯 명이다. 다른 법안도 통과시키고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겠나.

이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3월19일 오전 11시쯤 이실장은 자신의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어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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