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 도코모 "일본은 좁다"
  • ()
  • 승인 2000.12.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모드' 성공 발판, 무선 인터넷 세계 시장 '정복' 나서
외국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e메일을 확인하는 모습은 일본에서는 흔한 광경이다. 이들은 모두 NTT 도코모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 가입자들이다.

1999년 2월 서비스를 개시한 아이모드는 출범 3개월 만에 가입자 7백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아이모드 가입자는 3천4백만명. 아이모드 서비스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아이모드용' 인터넷 사이트는 2000년 10월 1만4천개를 넘어섰고, 하루에 30∼40개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제 일본인들에게 아이모드는 유행을 넘어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아이모드 덕택에 일본은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가 되었다.
아이모드가 일본인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비결은 크게 세 가지. 우선 무선 인터넷에 적합한 컨텐츠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아이모드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컨텐츠는 e메일과 뉴스, 별자리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및 운세와 같은 가벼운 오락물이다. 하지만 아이모드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국내 무선 인터넷 컨텐츠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텐츠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뉴스는 단말기의 작은 화면에 쏙 들어가도록 간결하게 정리되었고, 철저하게 통계에 근거해 만들어진 별자리 운세와 같은 컨텐츠는 정확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핸드폰의 작은 버튼으로도 접속하고 사이트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유저 인터페이스를 편하게 만들었다. 정보를 사용한 만큼만 돈을 지불하는 패킷 요금제는 싸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모드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NTT 도코모는 이제 '일본은 좁다'라고 선언했다. 세계 무선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이다. 지난해 6억 달러를 들여 아시아·유럽 이동 통신 회사에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이동 통신 최후의 '황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핸드폰 보급률은 39%(일본과 한국은 50%, 유럽은 70%). 세계 최대 선진국이면서 선진국 중 가장 핸드폰 보급률이 낮은 나라가 미국이다.

NTT 도코모는 AT&T가 세운 이동통신회사 'AT&T 와이어리스' 주식을 16% 인수했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 아메리카온라인과 제휴했다. 뿐만 아니라 NTT 도코모는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검색 엔진 회사의 주식도 사들일 계획이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NTT 도코모 다치카와 케이지 회장의 '세계 경영'을 가리켜 '월드와이드 와이어리스 어드벤처'라고 부르며,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에서 온 회사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평했다.

전세계적으로 첨단 기술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2월에 비해 주가가 반 토막이 난 상태이지만 NTT 도코모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해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IMT 2000 서비스를 시작하는 '모험'을 시도한다. 다치카와 게이지 회장은 "또 다른 성장의 동력을 그 혁명(IMT 2000)에서 얻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