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결은 국익·증거 따를 것”
  • 나권일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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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재판부, 2차 증인 심리 개시…“본안 사건과 집행정지 결정은 별개”
새만금 사업의 열쇠는 현재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가 쥐고 있다. 새만금의 향방을 결정지을 본안 사건은 전북 부안군 간척사업 지역 내 주민과 시민단체 등 3천5백39명이 사업을 전면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2001년 8월 제출한 ‘공유수면 매립 면허 및 사업시행 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다. 7월15일 재판부가 결정한 ‘공사집행 정지’는 원고측인 환경단체 간부와 주민들이 ‘본안 선고 전까지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지난 6월 따로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현재 강영호 부장판사(46)와 김관중(38)·조철호(36) 판사의 전원 합의로 판결한다. 강부장판사는 객관적 증거 자료를 선호하는 실사구시형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 검증을 자주 활용해 재판의 현실감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새만금 재판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11월 새만금 공사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았고, 담수호 실패 사례의 표본처럼 인식되고 있는 안산 시화호 수질 오염 실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재판부가 새만금 공사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데는 환경 오염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수치와 자료를 내밀며 재판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원고측의 성실한 자세가 주효했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강영호 부장판사는 “원고측이 의미 있는 증거 자료를 많이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김관중 판사도 “피고측이 과거 유사한 행정 소송이 기각됐던 사례만 믿고 재판에 소홀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공사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가장 고심한 대목은 사업의 목표를 실제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애초 계획된 새만금 사업은 농업용수 확보를 전제로 시화호 2배 규모의 담수호를 조성하는 공사인데, 농림부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했더니 새만금 담수호는 갈수기 때 농업용수 기준인 4급수(화학적 산소요구량 8ppm)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강부장판사는 “우리는 수질을 어떠어떠하게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수질이 개선되었고, 개선될 수 있다는 구체적 증거 자료가 필요했다. 농림부는 그것을 제출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국 새만금 담수호를 조성할 경우 필연적으로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할 것이라는 환경단체와 전문가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가 7월18일 농림부의 보강공사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토사 유실과 추가적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공사이지 방조제를 연결해 담수호를 조성하는 전진 공사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현재 새만금 소송의 최대 관심사는 재판부가 본안 소송과 관련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재판부는 본안 사건도 원고측에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관중 판사는 “집행정지 결정과 본안 사건을 연결하는 논리는 곤란하다. 국민 여론이나 대통령의 발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적지 않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영호 부장판사는 7월18일 본안 사건 2차 증인 심리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모두 발언을 했다. “집행정지 결정은 방조제 공사가 예정된 공기보다 빨리 시작돼 재판부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재판부의 관심 사항을 미리 밝힘으로써 남은 재판에서 수질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에서 내려졌다.” 이례적으로 재판부의 결정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자리였다.

행정3부는 농림부와 환경단체가 제출한 증거 자료에 대해 사실 조회를 한 뒤 8월과 9월 두 차례 증인 심리를 열어 늦어도 10월 안에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7월18일부터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언론사의 면담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을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월21일 사무실을 찾은 기자와 잠깐 마주한 강영호 부장판사는 “원고와 피고 모두 나라를 위한 충정은 같다. 재판부는 양쪽의 주장과 공방을 객관적으로 검증한 뒤 국가에 가장 손해가 적은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안 소송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뉘앙스다. 노무현 대통령이 7월18일 새만금 사업의 일부 용도 변경을 시사하고 농림부에 사업 보강 지시를 내린 데는 재판부의 이같은 기류를 파악해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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