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노라, 찍었노라 몸값 치솟았노라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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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막 벗자는 것이다.’ 자신과 임신한 아내의 누드를 홈페이지에 올린 선생님이 있었고, 옷을 벗고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도 생겼다. 한 우유회사는 신상품 요구르트의 기능을 홍보한다며 전라 모델들을 내보내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누드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은 이미 익숙해졌고, 사진관을 찾아 옷을 벗는 사람도 늘고 있다. 누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 누드를 육체 미학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분석된다.

이런 흐름은 눈치 빠른 몇몇 연예 기획사에 의해 곧바로 돈벌이로 연결되었다. 신호탄은 마약 파문을 일으켰던 성현아가 쏘아올렸다. 그녀의 누드에는 마약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마당에 더 망가질 것도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 뒤를 데뷔작 <투캅스 2> 이후 별 활약이 없던 권민중이 이어받았다. 김완선은 현 소속사와 상의 없이 누드를 촬영해 법적 다툼을 앞두고 있고, 여성 그룹 클레오는 소속사의 ‘누드 강요’ 때문에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가수 겸 스타일리스트 이혜영은 누드 사기극에 휘말렸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곧 옷을 벗을 예정이다. 누드 제안을 받지 않은 젊은 여자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연예인 누드에는 불황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누드를 찍는 연예인들은 입을 맞춘 듯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로 누드를 공개한 가수 김지현은 “돈이 궁하던 차에 업체에서 누드집을 제의해 왔다. 돈 때문에 벗었다”라고 말했다. 솔직한 김지현의 말처럼 누드 열풍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 누드 열풍은 ‘누드 경제학’이 자리를 잡았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드는 인쇄 매체를 통해서만 유통되었다. 유연실·서갑숙의 누드는 화보집이 전부였다. 수십만 부를 판다고 해도 흥행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제작자들은 화보 촬영을 진행하면서 온라인·모바일용 동영상이나 뮤직 비디오까지 한꺼번에 찍는다. 시장이 몇 배는 커진 셈이다. 현재 연예인 누드 상품에서 화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의 10% 미만이다.

누드 경제학이 파급된 데에는 모바일 인터넷의 역할이 가장 크다. 인터넷은 돈을 벌어들일 다양한 수익원을 가지고 있지만 해킹에 노출될 확률이 100%에 가깝다. 때문에 인터넷으로 올리는 수입은 전체의 3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은 인터넷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킹당할 위험이 적다. 또 빠르고 쉬운 결제 시스템으로 쉽게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다.

사진 수십 장을 보는 데는 천원, 3분짜리 연예인 누드 동영상을 보는 데는 5백원, 내려받는 데는 6백원이 든다. 이 가운데 90%가 콘텐츠 제작자의 몫이니 매력적인 수익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제작자들이 모바일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드에 ‘패러디’나 ‘시리즈’ 개념을 도입하거나 정보·교육을 접목한 ‘누드 교통 방송’ ‘누드 잉글리시’를 출시하겠다며 벼르는 제작자도 있다. 모바일이 해킹당할 위험이 적기 때문에 스타의 누드 사진들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맛만 보여주고 알짜배기는 모바일로 서비스하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손안에 ‘IT 누드’ 세상이 열린 것이다.

연예인 누드 상품은 최소가 수십억원대다. ‘성현아 하루에 50억원’ ‘3일 만에 100억원’‘권민중 계약금 10억’ ‘100억원대 슈퍼누드 프로젝트’. 그렇다면 보도된 대로 실제 누드 연예인과 제작사에게 어마어마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일까?

성현아와 권민중이 계약금으로 받았다는 10억원에 대해서 연예계 관계자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현아 누드의 경우 인터넷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0억원, 권민중의 경우 5억원 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본다.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도 SK텔레콤·KTF 등 통신사가 밝히는 금액은 인터넷 수익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제작자측이 밝히는 액수와는 차이가 커 보인다. SK텔레콤 백창돈 과장은 “연예인 누드는 돈을 지불할 만큼 대단한 모바일 아이템이 아니다. 이미 볼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다 봤다. 권민중이 모바일에 누드 서비스를 했지만 뚜렷한 매출 향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KTF 한 관계자도 “휴대전화 화면이 한계가 있어 화질도 떨어지고 내용 자체가 컨트롤된 것이어서 이용자가 많지 않다. 권민중 모바일 누드 매출은 3사를 통틀어 6억∼7억 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거품을 빼고 계산해도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뮤직·그림·컬러링·게임·채팅 등 5개 그룹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성인 동영상의 경우 매출액의 10% 이하를 차지한다. SK텔레콤의 무선 인터넷 매출이 천억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모바일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커 보인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누드의 마력은 단번에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누드를 찍는 연예인의 처지에서는 후자가 훨씬 매력적이다. 이를 통해 연예계 활동의 돌파구를 확실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성현아와 권민중은 누드 선언을 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텔레비전과 종합 일간지들도 앞다투어 누드에 관한 기사를 특집으로 준비했다.

성현아 누드를 기획한 EMG 네트워크 오재헌 사장(31)은 “마약 파문을 일으킨 연예인이 설 자리는 없다. 사라지는 것보다 비난을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성현아를 관심권으로 올려놓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누드 제안을 받은 성현아는 “갈 데까지 가라는 것이냐”라며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지금은 다시 태어났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성현아는 톱스타 반열에 올랐으며, 캐스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차기 작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상태다. 최근 텔레비전 일일 드라마에 주인공으로도 물망에 올랐다. 비록 최종 결정 과정에서 틀어졌지만 성현아에게 드라마 주연은 마약 파문 이전에도 꿈꿀 수 없었던 그야말로 ‘꿈’이었다.

권민중도 전화위복이었다. 누드 작업 이전부터 뮤지컬 출연 건이 오갔는데 누드 사진 공개 이후에야 출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뮤지컬 공연 관계자들은 주인공 권민중의 노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연예제작자는 “성현아와 권민중 모두 큰돈을 벌지 못하겠지만 신문에 연일 보도된 것만으로도 수백억대 수익을 얻은 것이다. 돈보다 언론의 홍보 효과 때문에 연예인 누드가 줄을 이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예인 누드 제작에 뛰어든 사람이 적지 않다. 양우진씨(36)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벤처캐피탈 KTB 네트워크와 삼성영상사업단에 근무하던 양우진씨는 ‘런어쇼’라는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 하지만 영화 제작에 앞서 연예인 누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종잣돈도 마련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놓으려 하고 있다. 양씨는 “한번 성현아의 누드를 본 사람은 다음 순번을 기다린다. 실패할 확률이 적은 데다 수익이 나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런어쇼측은 이미 투자를 받아놓고, 현재 계약금 액수와 노출 정도를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 2백만명을 자랑하는 성인 사이트 <바나나 TV>도 한 댄스 가수의 누드를 준비하고 있다. 금민석 제작사업부 차장은 개런티를 포함해 총제작비 5억원을 투자해, 최소 3억∼4억 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PPL(노출 광고) 업체 세 곳과 계약을 했고, 해킹을 막기 위해 매달 5천만원 이상을 들여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금차장은 “포르노 규제가 자유로운 해외 사이트와 경쟁하려면 연예인 누드 같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이다. 예술이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에게 누드집은 마지막 선택이었다. 누드집을 내면 약간의 돈을 쥐고 연예계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재기와 몸값 올리기를 위해 연예인 스스로 누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 인기 댄스그룹은 앨범 출시에 맞추어 전쟁 반대와 동물 보호를 위한 누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누드가 가장 안전한 투자이자 확실한 홍보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누드 신드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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