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돈 된다”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08.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아산 비공개 보고서 입수…육로 관광 활성화 낙관
현대아산이 빈사 상태다. 매달 20억원대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자본금(4천5백억원)은 전액 잠식된 상태다. 현대아산이 경영 위기에 봉착한 것은 이미 2001년의 일이지만, 8월4일 정몽헌 회장이 돌연 자살하면서 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지고 대북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물론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정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역시 사업 주체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정세현 장관은 ‘미드 스트림(중도)에서 말을 바꿔 타지 말라’는 서양 속담을 들며,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남북 경협 사업이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수익 사업으로 연결되어야 할 시점에서 사업 주체를 바꾸면 수익성은 또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금강산 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현대아산이 정회장이 타계한 직후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9월부터 열릴 육로 관광이 활성화한다면 금강산 관광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낙관적 관측을 하고 있다. 관광객 월 1만명(2박3일 25만원 요금 기준)이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다. 해로 관광에 대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반드시 부활되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까지 현대는 금강산 사업에 관광 대가(3억8천만 달러)와 시설 투자 (1억4천만 달러) 등 5억5천만 달러(6천5백억원)를 투입했지만 관광객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1998년 11월 첫 뱃길 관광이 시작되면서 현대아산은 한 해 50만명이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11월13일에야 누적 관광객 50만명을 돌파했다. 올 7월 말 현재 관광객은 53만4천2백37명(육로 관광 2천1백명 포함). 현대아산이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또 하나 공을 들이는 것이 개성 관광 사업인데, 추가 투자 없이 즉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대아산은 월 6천명 수준(당일 관광 10만원 요금 )이면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장전항을 베를린 선언의 취지에 맞게 정부가 인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는 이 항만 매각 수익금으로 외금강 지역을 우선 개발한 후, 단계적으로 내금강 지역으로 관광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통천·원산 지구를 개발해 평양∼백두산∼묘향산으로 이어지는 연계 코스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현대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 사업들은 북측과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

현대아산은 이미 확보한 북한의 대형 사회간접자본 사업권을 활용해 대형 프로젝트 건설에도 나설 작정이다. 이 때문에 현대아산은 북·미, 북·일 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해빙 무드에 들어가면 북한이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 기구로부터 25억∼45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도상국 원조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북·일 국교가 정상화된다면 100억∼3백억 원에 이르는 대일청구권 자금 지원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