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버지 뜻을 누가 거역하랴”
  • 뉴욕/이철현 (leosisapress.comkr)
  • 승인 2003.09.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의 삼각지대:칼라일그룹의 비밀 세계> 저자 댄 브리오디 인터뷰
댄브리오디(32)는 보스턴 대학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6년 동안 IT 전문지인 <레드 헤링>에서 기자로 일했던 그는 최근 들어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년 전 <레드 헤링>에 칼라일그룹에 관한 기사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존와일리 출판사의 요청을 받고 <철의 삼각지대:칼라일그룹의 비밀 세계>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브리오드는 “칼라일그룹이 정치·관료·기업을 한데 묶은 철의 삼각지대를 형성해 정부 정책에 관여하면서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칼라일그룹을 취재할 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취재원은 누구인가?
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노리스다. <레드 헤링>에 쓴 칼라일 관련 기사를 보고 노리스가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공동 창업자였던 사실을 밝혔다. 그 전까지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업자는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윌리엄 콘웨이·대니얼 대니엘로 세 사람인 줄 알았다. 그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칼라일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

칼라일그룹의 성공이 인맥과 로비로만 이루어졌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무엇이든지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칼라일그룹이 인맥과 로비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추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는 전·현직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 부자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가 칼라일그룹의 고문으로 있다는 것 자체가 제휴 업체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가 있는 회사가 특정 사업을 제의해 왔을 때 제의를 받은 업체는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그 점을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버지 부시가 1999년 5월 방한했을 때 한국 고위 관료와 기업인을 차례로 면담할 수 있었다. 칼라일그룹은 한국에서 아버지 부시를 통해 경쟁 업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쟁 우위를 가진 것이다.

칼라일그룹은 전직 고위 인사가 가진 신인도를 활용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한다.
고위 정치 인사나 관료는 공직 생활을 통해 상당한 신뢰를 얻는다. 투자 업체들은 회사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이것을 활용하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단지 외부에 회사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그 많은 전직 수반과 고위 관료를 고용하겠는가. 아버지 부시는 통신·정보 기술·의료·에너지·부동산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가 무슨 근거로 회사의 투자 전략을 조언할 수 있겠는가. 그가 가진 밑천은 정치적인 배경과 경력이다. 더욱이 칼루치 회장은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더없이 친한 사이다. 이것은 회사가 가진 경쟁 우위 조건을 배가하는 데 절묘하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칼라일그룹은 박태준 전 국무총리가 칼라일아시아의 고문이라는 당신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또 한국에 10억 달러가 아니라 2억5천만 달러 가량 투자했다고 한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가 칼라일아시아의 고문이라는, 아니 고문이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있었다. 또 회사 내부 관계자로부터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박태준씨는 칼라일아시아 대표인 김병주 회장의 장인이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위가 벌이는 사업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직·간접으로 도왔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칼라일그룹의 실체를 완전히 밝혔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감이 있는데.
칼라일그룹은 철저하게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부했고 내부 임직원에게도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따라서 진실을 철저하게 파헤치기가 쉽지 않았다. <철의 삼각지대…>는 칼라일그룹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의 출발이다. 추가 취재를 통해 보완해 가도록 하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