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마케팅' 대유행… "일본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
  • 베이징·선양/성우제 기자 (wootje@e-sisa.co.kr)
  • 승인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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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한류 이용한 마케팅 유행… 삼성·LG 등 대기업도 ‘한국 스타 이미지’ 적극 활용
중국에서 부는 한류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 옷과 액세서리 따위를 파는 상인들이다. 한국 스타를 재빨리 모방하는 중국 팬들을 끌려고 ‘베이징의 돈암동’ 시단 거리에는 한국 가수의 사진을 붙여놓은 가게가 많다. ‘한국 정품’이라는 간판을 단 하웨이따사 백화점 6층에서 중국 소년들은 H.O.T며 유승준의 옷을 구입하고, 여학생들은 스타의 사진이 새겨진 배지와 팬시용품을 주로 산다.

4년 전부터 ‘H.O.T’라는 간판을 내걸고 옷가게를 운영해온 조선족 김해봉 사장은 “한국 가수의 옷이 멋있어서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사장에 따르면, 중국 소년들은 옷이 크든 작든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간다. “똑같은 옷이라도 H.O.T가 입은 스타일이라면 50 위안짜리를 2백 위안에도 팔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젊은이 거리인 뚱베이지에서는 지난해 H.O.T 카페가 문을 열었다가 지난 9월 문을 닫았다. 중국 청소년의 성향보다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건너와 이곳에서 화장품·옷 가게를 경영하는 이상구 사장은 “IMF가 터지고 인민폐 가치가 막 올라갈 때만 해도 한국 이미지는 뚝 떨어졌었다. 한류 열풍의 효과가 여기에서는 아직 대단하지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양 둥저지에 거리는 캐주얼 쇼핑 중심가이다. 옷·구두·액세서리·음반을 파는 가게 수백 개가 몰려 있는 그곳에서는 지금 한국 가수 이정현의 <바꿔>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매장 바깥에 대형 스피커를 내놓고 <바꿔>를 계속 들려주는 곳은 한족이 경영하는 구두 가게.
가게 주인은 “한국 상품을 광고하는 게 아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힘차고 빠른 노래를 듣고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 틀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거리에도 핑클·S.E.S·베이비복스 같은 한국 가수 사진을 붙여놓고 한국 옷을 파는 가게가 4곳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지난해와 올해 문을 열었다.

한류 열풍은 중국 청소년들에게 한국 이미지를 새롭게 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스타를 숭배하면서 한국을 동경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설사 품질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팬들에게는 가장 좋은 물건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은 젊은이 사이에 형성된 이같은 분위기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 핸드폰·MP3·컬러 모니터 점유율에서 각각 1~4위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포츠에 이어 올해부터 대중 문화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음악을 방송하는 <서울음악실>에 광고를 주고, 베이징영화학교에서 열린 한국 영화 주간을 지원했는가 하면, 7월15일의 안재욱 콘서트도 후원했다. 삼성전자중국총부 임문홍 마케팅팀장은 “한국 스타 이미지 활용은 일본 기업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마케팅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음악은 25년 전에 소개되었으나, 한 번도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팀장에 따르면 ‘한·중 문화 교류에는 삼성전자가 있다’는 이미지는 그 효과가 느리기는 해도 대단히 자극적이고 오래가게 마련이다. 청소년 스스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게 크다.

“중국 시장은 한국의 30배 규모인 데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중국 청소년들은 모두 무남독녀·무녀독남이어서 황태자라 불린다. 그들을 사로잡으면 그 효과가 수십년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임팀장은 말했다. 한국 가수 중 광고 모델로 누구를 쓸 것인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던 삼성전자도 베이징 공연 취소로 인한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그 공연을 후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 일어난 일개 공연 취소가 아니라 국가적인 망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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