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제 대국 인도가 달려온다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r)
  • 승인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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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의 성장세가 무섭다. 소프트웨어·정보 통신·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의 전진 기지 인도가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맹주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2050년께면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미국,중국에 이어 세
인도의 성장은 소프트웨어와 정보 통신(IT) 생명공학(BT)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뱅갈로르·하이더라바드·델리 등 몇몇 도시가 견인하고 있다. 특히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의 주도인 뱅갈로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도 IT 산업의 중심지인 벵갈로르에는 IBM·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정보 통신 업체가 수두룩하며, 시티은행·JP모건 등 세계 굴지의 은행들도 앞다투어 들어와 있다.

이같은 투자 러시에 힘입어 뱅갈로르는 1999년 이래 5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지난해 인도 전체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23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뱅갈로르가 인도의 성장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성장의 상징이 상하이라면,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은 뱅갈로르다. 인도는 뱅갈로르를 발판 삼아 중국을 뛰어넘으려는 것이다.

인도 경제를 도약시키는 산업은 소프트웨어 정보 통신·생명공학 분야가 두드러진다. 제조업과 해외직접투자를 두 축으로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의 경험과는 사뭇 대비된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인포시스(Infosys) 위프로(Wipro), 의·약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렌백시 닥터래디스연구소 등 세계 굴지의 기업체를 보유한 ‘첨단 산업 기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또한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과 대비되는 부분이다.세계적인 경제 경영 잡지 <포브스>는 매년 기술력과 생산성이 높은 알짜배기 기업을 추려 ‘200대 기업’ 순위를 따로 발표하는데, 그 명단에 드는 중국 기업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 데 비해, 인도 기업은 매년 10개 이상 오른다. 그만큼 고부가 가치 산업 분야에서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높다.

인도의 최근 성장세는 인도 특유의 역사 지리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인도인은 약 2백 년에 걸친 ‘대영 제국’의 식민 통치를 겪은 대가로 세계화 시대의 유용한 도구인 영어를 ‘선물’로 얻었다. 현재 인도에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 줄잡아 3천만명에 이른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과 12시간 시차가 나는 것도 인도 산업 발전의 호조건이다. ‘미국인이 잠들어 있는 동안, 인도인은 일을 한다’. 프랭클린탬플턴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수쿠마르 라쟈는 최근 대 인도 투자의 ‘매력 포인트’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고급 인력, 장기간에 걸친 면세 혜택과 더불어, ‘12시간 시차 편의’가 미래의 투자처로서 인도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12시간 시차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IT업계의 거인들이 대거 인도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작 미국 본토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 공동화 조짐까지 빚어져 각 주마다 주법을 개정해서라도 미국 업체들의 ‘엑소더스’를 막으려는 소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미국인들이 제 발로 인도를 찾아가 ‘단물’을 빨아 먹히는 현상이 일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프랭클린탬플턴측은 IT 산업 분야에서 인도로 아웃 소싱하는 규모가 앞으로 4년간 1백38억 달러어치, 즉 현재의 11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직된 노동법·노후한 산업 인프라 ‘걸림돌’

만약 이같은 ‘꿩 먹고 알 먹기 식’ 성장이 지속된다면 50년 뒤의 인도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최근 세계적인 투자 기관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그림(<브릭스와 함께 하는 꿈> ;2050년으로 가는 길)이 가장 그럴듯하다. 이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경제는 거대한 판도 변화를 겪게 된다. 즉 미국은 2050년까지 세계의 주요 경제 대국으로 남을 수 있지만, 현재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 ‘강자’의 자리를 물려준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과 인도에 관한 시나리오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4년 안에 독일을 추월하고, 2015년까지는 일본을 뛰어넘으며, 2039년에 가서는 미국까지 눌러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다.

인도도 마찬가지. 이 보고서는 인도가 2032년까지 일본을 추월해 2050년께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고, 성장률은 연평균 5% 대를 유지하며 중국의 성장률을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같은 전망에 따르면, 2050년의 세계는 중국의 시대이자, 인도의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라는 단서가 붙은, 만기 50년짜리 어음일 뿐이다. 중국이 빈부 격차나 지역간 불균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듯이, 인도 역시 전인구의 83%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인도의 성장을 가로막을 주요 요인으로 과거 네루 시절 사회주의에서 영향 받은 경직된 노동법, 관료들의 타성과 황금 만능주의, 그리고 노후한 산업 인프라 등을 지적한다. 게다가 인도는 중국에 비해 문자 해독률(65%. 중국은 90%)과 평균 수명(64세 중국은 70세)도 떨어진다. 인도 출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중국에서 권위주의까지 수입할 필요는 없지만,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조금 늦게 출발했을 뿐’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 자신감을 보이는 인도인들. 그러나 이들은 대중국 전략의 기조를 ‘동반 성장’으로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지혜를 적극 빌리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고도 성장을 이어가던 1990년대, 인도에 대해 줄곧 던져진 질문이다. 1990년대가 끝날 때까지 이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도 경제는 중국을 앞서갔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 개방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인도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 등 주요 성장 지표에서 중국에 잇달아 추월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 최근 몇 년까지 인도는 앞서가는 중국을 질투 어린 눈길로 지켜보아야 했다(아래 도표 참조).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인도가 자존심을 굽혔다. 지난 7월 바지파이 인도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해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였던 양국간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84쪽 상자 기사 참조), 경제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바지파이는 귀국 직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진 기자 회견에서 ‘중국의 앞선 경험’, 특히 경제특구와 같은 경제 개혁 방식을 배우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특구를 ‘투자를 촉진하는 수단이자 (경제) 정책 실험장으로 본다’는 것이다.

‘게임은 이제부터’ 성장률 4~5%

가장 눈여겨볼 만한 변화는 인도의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인도는 7%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최고치이다. 인도 재무장관 자스완트 싱은 지난 11월23일 인도경제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을 의기양양하게 밝혔다. 인도는 세계 경제가 침체 일로이던 지난 5년 동안에도 연 평균 4~5%라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다.

인도인들은 ‘게임은 이제부터’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 위프로(WIPRO)의 비벡 폴 부회장도 최근 <비즈니스 위크>와의 회견에서 “인도 경제가 본격 이륙기로 접어들었다고 보아도 좋다”라고 호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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