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에서 조PD까지, 팬클럽의 역사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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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팬클럽의 역사
팬클럽의 역사를 따지자면 광복 직후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당대의 미성’으로 이름을 날린 남인수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나마 보고자 주변을 서성대던 기생들은 팬클럽의 원조 격이었다.

조직적인 형태를 갖춘 팬클럽은 조용필 이후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등장한 서태지와아이들 팬클럽은 1990년대에 급격히 떠오른 ‘신세대 문화’의 정체성을 뚜렷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스타가 좋아 몰려 다니던 ‘오빠 부대’와는 또다시 구분되었다.

서태지 이후 H.O.T.·젝스키스·SES·핑클처럼 기획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이른바 ‘프로젝트 댄스 그룹’이 등장하면서 팬클럽 구성이나 운영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자생적으로 출현한 팬클럽 여러 개를 한데 묶어 관리하고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기획사가 팬클럽 운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 평론가 이동연씨에 따르면, 급변하는 매체 환경 또한 팬클럽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1990년대 댄스그룹 팬클럽이 활성화한 배경에는 레이저디스크·뮤직 비디오 같은 ‘비주얼 오디오 시스템’ 등장이 한몫을 했다. 이로써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읽는 것으로 변모했다. 인터넷 붐에 따라 팬클럽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허물고 더 강력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음반을 내지 않은 가수 조PD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에 자생적으로 출현한 팬클럽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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