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는 고기도 미쳐 있다?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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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척추 이외 부위 ‘위험’할 수도…미국 “안전하다” 강변
우리 나라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의 절반 가량을 공급해 온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미국의 ‘퍼블릭 시티즌’ 같은 소비자 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주마다 다른 광우병 검사 체계를 비판하며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런데 기어코 그 ‘뇌관’이 터진 것이다.

광우병의 의학적 명칭은 ‘소해면상뇌질환(bovine spongif- orm encephalopathy; BSE)’이다.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성인 소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는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초식동물인 소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욕심에서 ‘스크레이피’라는 질병에 걸린 양의 성분을 사료에 첨가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우병이 위험한 이유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인간이 먹게 되면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비록 광우병에 걸린 소라 할지라도 뇌와 척추 같은 위험 부위를 제외하면 먹어도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도살 과정에서 위험 부위는 철저하게 제거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식의 홍보에 대해 영국의 광우병조사위원회는, 광우병 잠복기에 있는 소들이 이미 유통되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안전만 강조하는 것은 소의 부위를 구별하기 힘든 소비자들에게 ‘광우병은 인간에게 무해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염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광우병의 여파는 소를 원료로 한 각종 의약품·화장품·식품에도 번져간다. 한 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와 돼지의 뼈 성분이 포함된 ‘젤라틴’ 생산자들에게 광우병 발생 국가의 원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젤라틴은 젤리(jelly), 거미(gummy) 사탕, 머시멜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광우병은 와인 유통에도 일격을 가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7월 프랑스산 와인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프랑스산 와인의 일부가 유럽연합이 사용을 금지한 소의 알부민을 사용해 정제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개의 경우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예방 차원에서 광우병 의심 소를 가지고 만든 개 먹이를 개에게 주지 말라는 지침을 세워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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