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힘, 氣에 있다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7.04.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양권 중심으로 ‘무한 에너지’ 연구 활발…한국도 올해부터 활성화 단계로
20세기는 분명 과학기술의 시대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위풍당당하지 않다.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충웅 회장(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소장)이 보기에, 60년대 이후 ‘아주 새로운 기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도 40년대 중반 개발된 단속(斷續) 회로와 반도체가 서로 손을 잡은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무선통신 기술도 그렇다. 이 기술은 파장이 긴 것에서 짧은 것으로 진화해 오다가 레이저, 즉 광파에 이르러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에너지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열다섯 가지를 넘지 못한다. 수만 가지 물질에 대응하는 수많은 에너지 앞에서 20세기 과학은 ‘문맹’이다.

과학기술 시대라고 명명된 20세기는 ‘신과학’의 눈으로 보면, 꺼지기 직전 한번 타오르는 마지막 촛불이다. 인간의 정신 세계에서부터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문명을 결산하는 대차대조표에는 빛보다 어둠이 더 많다. 그런데 그 어둠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빗장을 거는 가공할 어둠인 것이다. 그리하여 20세기 과학 문명은 자해(自害)의 문명이라는 심판이 벌써부터 내려져 왔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분명 있다’는 확신에 찬 전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죽임의 문명을 살림의 문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한가운데에 기(氣)가 자리잡고 있다.

기? 산에서 내려온 초능력자들이거나, 영생으로 가는 탑승권을 강매하는 신흥 종교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20세기 과학 문명의 세례를 누구보다 강하게 받았던 학자들이 ‘그렇다. 기에 미래가 있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5월 말 국내 처음으로 국제 심포지엄 개최

기를 대상으로, 혹은 기를 매개체로 하는 새로운 움직임은 정신과학·신과학·기과학·기이학(氣理學)·기학 등으로 불린다. 한국은 중국·일본과 구미를 뒤따라가는 기 연구 후발 국가인데, 90년대 초반까지의 발아기를 거쳐 올해에 본격적 도약기를 맞고 있다. 94년 설립된 한국정신과학학회가 과학기술처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되었고,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미내사클럽)이 오는 5월 첫 국제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연말 결성된 ‘신문명 아카데미’도 곧 공식 활동에 들어갈 참이다. 정신 과학 관련 신간도 속속 나오고 있다.

동양 문명에서 기는 새삼스러운 개념이 아니다. 동양 문명은 기에서 나왔고, 19세기 이전까지 기가 동양 문명 전반을 이끌어 왔다. 기를 특집으로 조명한 계간 <과학사상> 97년 봄호에 의하면, 음양오행설은 물론 한의학과 풍수지리, <논어> <맹자> 노장사상 등 동양 문명의 중추에는 반드시 기가 존재했다. ‘기가 세다’‘의기투합’‘동기간’ 등 우리말에도 기와 관련된 용어가 4백여 가지에 이를 만큼 기는 우리 문화에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기는 쉽사리 정의되지 않는다. 김재은 교수(이화여대·교육학)가 지은 <기의 심리학>에 의하면, 기의 개념은 생물학 철학 심리학 물리학 의학 등 처지에 따라 다르게 파악된다. 즉 생체 에너지, 생명의 근원적 힘, 장(場), 자연 에너지, 만물을 구성하는 질료, 의식화한 에너지 등 실로 다양하다. 김교수는‘자연과 인체에 다함께 충만되어 있고, 흐르고 움직이면서 작용하는 생명 에너지. 측정하거나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점은 의식에 의해서 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기를 정의했다.

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문학자들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한국정신과학연구소 이관행 선임연구원은 기를 철학적으로 개념화할 수는 있어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학자들은 물론 대중도 과학으로부터 재현성, 즉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에 대한 연구는 아직 보편적인 재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세계적으로 기 연구를 촉발한 것은 중국의 기공이었다. <생활참선건강법>의 저자 박희선씨(전 서울대 공대 교수)에 따르면, 70년대 말엽 중국에서 기공 붐이 일어나면서 현대 과학이 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질병을 치료하는 기공사 앞에서 서양 과학과 의학은 충격을 받았다. 88년 중국 청화 대학은 저명한 기공사 엄신을 통해 2천km 떨어진 곳에서도 기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실험까지 선보였다.

중국의 기 연구가 의학(중의학) 중심이라면, 중국에 자극된 일본은 80년대 중반부터 첨단 장비를 동원해 기의 실체와 그 작용을 밝히려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특수한 형상 및 귀금속, 기 발생기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통산성 산하에 ‘ 기에너지 응용 실용화 위원회’를 설치했고, 소니사도 에스파연구실을 설립하는 등 기 연구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구미서도 일찍부터 의학·군사과학 응용에 관심

<과학사상>에 발표된 조효남 교수(한양대·구조공학)의 논문에 의하면, 구미에서는 일찍부터 염력·투시·텔레파시·심령 현상·생체기(生體氣)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이를 군사 과학과 의학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과 스위스에서 개발된 무한동력장치를 떠올리면, 기 에너지가 어떻게 미래의 지평을 열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다카가시 모터’, 스위스의 ‘ML모터’는 맨 처음 작용할 때만 에너지가 필요할 뿐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그것도 영구적으로 작동한다. 우주에 가득한 공간 에너지, 즉 기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무한 청정 에너지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방건웅 박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는, 현 시기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체계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을 통한 사회 변화를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강조인데, 이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을 이루기가 불가능하다는 미래 예측이다.

기는 새로운 과학 문명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지고(88쪽 기사 참조), 요즘처럼 의기소침해 있는 조직과 사회 전반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데에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 문명과 문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세기 말·세기 초의 중심에 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