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특산품에 손대지 말라
  • 글 成耆英·崔寧宰 기자/사진 尹武泳 기자 ()
  • 승인 199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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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들, 상품 개발·보호 싸움… 상표권 획득·판매망 확보 숙제 남아
누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말하는가. 누가 국제간 거래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말하는가. 된장·고추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전통 술과 음료수, 돗자리와 곱돌그릇, 과일과 채소, 생활용품·토산품에 저마다 ‘내 고장 상품’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나 이외에 누구도 상표와 비법에 함부로 손대서는 안된다’는 전례 없는 싸움이 지금 전국 방방곡곡을 휩쓸고 있다. 이른바 내 고장 특산품의 ‘지적재산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봉평 막국수니, 춘천 닭갈비니, 전주 비빔밥이니 하는 것들은 내 고장 음식의 대표 격이다. 순창 고추장·서산 어리굴젓·돌산 갓김치는 도시인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향토 가공 식품이다. 또 있다. 강화 화문석, 광주 진다리붓, 이천 도자기, 제주 돌하루방, 장수 곱돌그릇 따위는 전래의 비법이 손에서 손으로 내려와 아직도 명맥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애초부터 그 지방에서만 만들어져 지방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향토 특산품이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이 분야에서 술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된다. 전주 이강주, 서울 문배주, 안동 소주, 한산 소곡주 따위는 그윽한 맛과 아름다운 향취로 일반 화학주와 외래 술에 식상한 애주가들의 소매를 잡아당긴다. 강원도를 일깨운 ‘봉평 막국수 논쟁’

싸움은 ‘몸 따로, 문화 따로’라는 우리네 생활 방식에 물릴 대로 물린 소비자들의 기호가 ‘우리 것, 옛날 맛’을 찾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향토 특산품을 둘러싼 일대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부 향토 특산품이 일반 시장에서 외래 물품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독창성을 살려내자 전선은 순식간에 내 고장 특산품 전체로 옮아붙기 시작했다.

문화 전쟁이면서 동시에 상품 전쟁이기도 한 이 색다른 전쟁은 따지고 보면 농촌의 살아 남기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수입 농축산물이 홍수를 이루고,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가장 덜 현대화한 농축산물마저 생산·가공·유통에서 현대화하지 않으면 농촌 경제가 무너지게 될 절박한 상황이 오늘의 농촌으로 하여금 내 고장 특산품 전쟁에 뛰어들게 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이같은 싸움의 양상은 먼저 특산품의 이름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해 배타적 권리를 인정 받으려는 연고권 다툼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강원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봉평 막국수 논쟁’이다. 봉평 막국수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로 유명한 강원도 봉평 지방의 메밀로 만든 막국수를 말한다. 봉평 지방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 지방 특산인 메밀로 부침개·묵·국수를 해 먹어 왔다. 문제는 93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아무개씨가 특허청에‘봉평 막국수’라는 상표를 등록하여 상표권을 취득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씨가 이 상표의 사용권을 내세워 전국에 가맹점을 모집한다는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강원도에 알려지자 도 전체가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씨는 경상북도 칠곡군 출신으로 강원도 봉평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표권을 먼저 취득함으로써 봉평 막국수 상품화 경쟁에서 일단 고지를 선점하게 되었다.10년 전만 해도 전국의 메밀 수요량 대부분을 공급했던 봉평 사람들은 자존심을 크게 다쳤다. 강원도는 95년부터 농축산물을 브랜드화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3월부터 강원도 특산 1백24개 품목에 ‘푸른 강원’이라는 로고를 붙이고 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뒤늦게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봉평 사람들도 최근 메밀을 단순히 국수나 가루로 만드는 1차 가공 형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봉평 메밀 특산단지 김진봉 대표는 “지금의 막국수는 기계로 빻은 가루를 사용하다 보니 메밀 고유의 짙은 색깔과 고소한 맛을 잘 내지 못하고 있다. 고유의 색깔과 맛이 날 수 있도록 향신료를 개발해 특허 출원할 계획이다. 메밀묵 가루와 루틴이 함유된 메밀 식품은 이미 특허 출원된 상태다”라고 말한다.상표권 확보 못해 대량 생산 공세에 속수무책

지적재산권 확보 경쟁에서 선수를 빼앗겨 고전하거나 전전긍긍하는 곳은 강원도 봉평말고도 여럿 있다. 설탕을 넣은 것으로 착각하리만큼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을 내 조선 초기부터 궁중에 진상된 전북 순창의 순창 고추장도 한 예이다. 지적재산권 측면에서 순창 고추장을 볼 때 우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고추장은 재래 식품으로서 모든 사람이 제조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특허 출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순창 고추장이 다른 지방 고추장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는 없다. 순창 고추장에 쓰이는 메주는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빠른 처서(양력 8월 말)를 전후해서 빚으며, 고추도 쌍치면 깊은 산중에서 나는 토종만 쓰고, 3년 이상 묵은 간장을 사용하는 등 나름의 독특한 비법이 있다. 순창 고추장이 일반 고추장에 비해 5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리면서도 없어서 못 팔 정도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같은 비법이 특허로 인정 받을 수 없다는 현실에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순창 고추장이 고유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려면 그나마 상표권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순창 고추장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형편 없는 대접을 받아왔다. 농가에서 직접 담그는 진짜배기 순창 고추장 대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고추장이 ‘순창’이라는 이름을 달고 인기를 누렸다. 부작용은 또 나타났다. 순창 고추장의 인기가 높아지자 업체간 가격 경쟁이 심해져 일부 업체가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밀가루와 중국산 더덕을 들여다 사용하거나, 숙성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품질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발생했던 것이다.순창군이 대책을 새운 것은 극히 최근이다. 재래식으로 고추장을 생산해온 농가 50호를 모아 ‘고추장 마을’을 조성하고(46쪽 상자 기사 참조), 전통 방식으로 만든 고추장에 ‘순창 전통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95년 12월 특허청에서 상표권을 취득한 것이다. 순창군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제까지 시중에 유통됐던 순창 고추장은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전통 고추장과는 거리가 먼 제품들이었다. 앞으로 우리 군은 철저한 품질인증제를 통해 진짜배기 순창 고추장 보호·육성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처가 있기 전까지 순창군이 일손을 놓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전북도와 순창군은 93년 순창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전통 제조 기법을 지닌 35세 이상 여자를‘제조 기능인’으로 지정하여 제조 자격을 규제했었다. 또 89년 ‘순창 전통 고추장 보존 및 육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제조 시기와 숙성 기간을 정하는 등 품질 유지에 나름의 성의를 다했다. 다만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었다. 상표권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 최근 몇년간 ‘재주만 넘은’ 곰 노릇을 했던 것이다.

전남 여천군 돌산에서 생산되는 돌산 갓김치도 그에 못지 않다. 돌산 갓김치는 재래종 갓으로 담근 다른 갓김치보다 매운맛이 덜하고 섬유질이 적고 부드러워 전부터 명성을 얻고 있었다. 돌산 농협은 민간에서 담가 먹던 갓김치를 92년부터 제품화했다. 돌산 농협의 갓김치 가공 산업은 그 독특한 맛 때문에 조기에 성공하였다. ‘한국 맛’ 식혜도 다국적 기업 사냥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오내원 책임연구원은 돌산 갓김치가 성공한 요인으로 △돌산 지역의 특산물인 갓을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한 점 △농협이 제품을 브랜드화하고 판로를 개척한 점 △적은 시설 투자로 사업 초기 자본 비용 부담이 적었던 점을 꼽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생겼다. 돌산 갓김치의 상표권이 확립되지 않아 영광과 여수의 일반업체에서도 ‘돌산 갓김치’라는 상표로 질이 낮은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해 돌산 갓김치의 평판이 떨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제품의 원료가 되는 갓은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되어 원료 독점에 의한 제품 차별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실제로 갓김치의 성가가 올라가자 경기도 파주시 적성과 전북 진안군 부귀에서도 고유 상표의 갓김치를 생산하기 시작해 돌산 갓김치는 안팎에서 특산품의 지위를 도전받고 있다.

향토 지적재산권 전쟁 영역이 상표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에는 말 그대로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영업 비밀 등 인간의 정신 활동 결과 얻어진 무형적 재화의 모든 권리가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각종 지적재산권 항목을 한데 버무려 하나의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분야의 전쟁은 한층 격렬하다. 이 분야에서의 관건은 상품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얼마나 대량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주)비락이 전통 음료인 식혜를 상품화해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향토 특산품의 대량 생산마저 대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의 전유물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식혜의 경우, 벌써부터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이 손길을 뻗친 상태다. 세계 음료수 업계의 대명사인 코카콜라사가 한국의 대기업(두산음료)과 손잡고 95년 4월 코카콜라 상표를 부착한 ‘우리집 식혜’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두산음료측은 롯데·해태·제일제당 외에 군소 업체까지 무려 60개 기업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식혜 시장에서 이미 5%대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행히 상품화에는 성공했으나 광고 및 판촉 경쟁에 뒤져 실패하거나, 실패할 위기에 처한 사례도 여럿 있다. 경북능금농협이 개발해 ‘갈아 만든 음료’의 원조가 된 능금주스가 그 예이다. 농협측은 93년 능금주스를 처음 시판할 때 도 단위 농협으로서는 드물게 톱탤런트를 모델로 내세워 대도시 공략에 열을 올려 매출액 3백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매출액은 초기 시판 때의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하고 소비자 인지도도 크게 떨어졌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의 ‘사과 주스’ 광고 공세를 막지 못하고 시장을 빼앗긴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전통 음료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대추 음료 쪽에서도 벌어졌다. 대추 음료의 경우도 사실은 95년 초 대추 주산지인 충북 보은과 경남 밀양에서 캔으로 된 음료를 내놓았으나 대형 소비 시장을 적절히 공략하지 못해 시장 주도권을 대기업에 빼앗겼다. 먼저 개발해 놓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뒤늦게 뛰어든 대기업에 주도권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이 지역 특산 음료의 서글픈 모습인 것이다.

뒤늦게 권리 의식에 눈 뜨면서 위기감을 갖게 된 각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들어 향토 특산품 보호·육성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쏟아부으며 본격적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대관령 감자·낙산 배·강원도 찰옥수수 등 자연 특산물이 풍부한 강원도는 95년 말 ‘강원도 농특산물 고유 상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철원 오대쌀·인제 치커리·정선 산나물 등 41개 품목을 품질인증품으로 지정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략 상품 없이 종류만 많아 풍요 속 빈곤

순창 고추장말고도 고창 수박·진안 인삼 등 농산물과 전통 한지와 전주 부채·남원 목기 등 전통 공예품 및 공예품 원료로 유명한 전북의 경우도 각각의 상품에 대해 고유 상표 개발, 품질인증제 도입, 디자인 개발 등을 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 나무를 써서 나뭇결이 좋고 단단한 것으로 유명하며,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남원 목기 살리기 노력은 대표적이다. 남원시청 한호명씨는 “앞으로 목기 산업은 사양 산업이 될 공산이 크다. 목기는 주로 제기인데, 이것은 한 가정에 한 벌만 있으면 되고 수명도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는 도의 지원을 받아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디자인개발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체·연구기관이 한데 모여 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장 특산품 보호·육성에 힘을 쏟고 있으나 이같은 노력이 열매를 맺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내 고장 상품으로 내세우는 특산품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1고장 1품’ 운동은 일본의 일촌일품 운동을 본떠 시작한 것이지만(48쪽 딸린 기사 참조), 생산자들의 밀려드는 요구를 여과 않고 받아들여 각 지방마다 특산품 품목을 과다 선정해 왔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군 단위로 특산품을 10~15개까지 선정한 곳도 있다. 한마디로 내 고장을 대표할 전략 상품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이 적절하게 안배되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순창 고추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94년 순창 고추장을 사례 연구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오내원 책임 연구원은 “전통 식품에 대한 재정 지원은 유통·홍보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제도가 미비해 생산 시설 외에는 지원이 힘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생산업자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공장을 따로 세워야 하는 난센스가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향토 특산품의 명실상부한 상품화를 가로막는 진짜 걸림돌은 바로 지적재산권과 관련 있는 상표권 획득 문제에서 발생한다. 현행 상표법은 지리적 명칭을 사용할 경우, 독점적으로 상표화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순창 고추장이나 한산 모시 등 지명이 곧 공신력을 대변하는 제품의 경우에도 특정 지역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창 고추장이 그대로 상품명으로 쓰이지 못하고 이를테면 ‘순창 임금님표’ ‘순창 왕관표’ 따위 수식어가 붙는 기현상도 바로 이같은 모순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표법상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지역과 특산품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지적재산권관리재단 황종환 이사장은 “전통 상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심벌 마크나 브랜드를 만들면 이는 상표권 획득 대상이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먼저 이같은 심벌 마크를 고안해 자기네 특산품의 품질인증 표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한다.전통 고유 기술에 대해 권리 의식 가져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 지방 특산품이 일반 시장에서 밀려나거나 대기업 제품에 맥을 못추는 데에는 백화점 등 대형 소비 시장을 뚫지 못하는 현실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백화점측이 요구하는 높은 마진율을 영세 수준인 특산품 제조업자들이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화점 진열대나 대형 슈퍼마켓의 매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매장 관리와 판촉을 전담할 인력이 특산품 생산자 쪽에서 충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제일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특산품 생산업자 자신이 전통 고유 기술 또는 문화 창작물에 대해 아직까지‘권리 의식’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의 돌하루방, 강원도 강릉의 초당두부, 한산 모시, 안동 안동포 등 대표적인 특산품을 다른 지역 또는 다른 국가가 모방·사용해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문제라는 얘기다.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 황종환 이사장은 “전통 기술이나 문화 창작물이 모방 행위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설혹 뜻 있는 개인이나 단체·기업이 개발 투자를 한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남의 떡을 탐낸 업자들의 마구잡이 생산으로 서로가 공멸하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첨단 시대의 상징인 텔레비전 광고에‘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때, 그것은 곧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익사 직전에 있던 우리 먹거리·우리 옷·우리 물건의 부활과 복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얼마 전부터 내 고장 특산물 개발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격화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무기를 적시에 쓸 줄 아는 쪽이 승리하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답이다. 내 고장 특산물에 대해 권리를 확보해 두는 일, 그것은 결국 전쟁에 이기기 위해 무기를 확보해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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