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 - 10,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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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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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부터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후보자들은 쉴새없이 발품을 팔아가며 유권자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변수 때문에 선거 초반은 열린우리당이 앞서가고 한나라당이 맹추격하는 양강 구도이다. 제2당이던 민주당은 추미애 선대위원장조차 당선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고, 민주노동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노리고 있다. 여성 후보자들은 원내 40석 확보를 장담한다. 노정객 JP의 10선 도전과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 표밭의 이상 기류 등 아홉 가지 특징적인 선거 쟁점을 정리했다.해는 서산에 지는데 갈 길은 멀고 험하네

이번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20석)을 목표로 정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자민련 비례대표 1번이다. 당선되면 10선으로 국회 최다선 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9선을 기록했지만, 10선은 대한민국 정치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이다.

하지만 김총재의 10선 고지는 멀고 험하다. MBC가 4월1일 조사한 자민련 정당 지지도는 1.2%였다. 비례대표는 전국적으로 지지율 3% 이상을 차지한 정당을 대상으로 지지율에 따라 배분된다. 정당 지지율로 안 된다면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중앙일보가 3월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학원(청양-부여)·이인제(논산-금산-계룡) 후보 2명만 상대 후보에 앞섰고, 류근찬(보령-서천)·김낙성(당진)·정우택(진천-괴산-음성-증평) 후보 등은 3개 지역구에서 경합 중이었다.

4월 들어 김종필 총재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자민련 류근찬·임영호 후보 등 4명은 4월2일 성명을 내고 ‘김종필 총재의 비례대표 1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나권일 기자


떠오른 스타 윤선희 당선권에 턱걸이

역대 국회에서 20대 의원은 제헌의회 3명, 2대 국회 5명, 3대와 5대 국회 각 1명, 6대 국회 2명 등 모두 12명이었다. 최연소 의원 기록은 3대 국회 때 26세로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센 이번 총선에서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한다면 1963년 이래 40년 만이다.

총선에 출마한 20대 후보는 모두 12명(지역구 9명, 비례대표 3명). 이 중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30번인 윤선희 중앙위원(29세)이다. 윤후보는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대학원(KAIST) 출신으로, 개혁당 집행위원 선거에서 유시민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정치권 스타로 떠올랐다.

열린우리당이 현재의 45%대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윤씨는 당선권에 턱걸이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하향세를 그리는 데다, 정동영 의장의 60~70대 폄하 발언까지 겹치면서 윤씨의 여의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20~30대 투표율을 독려하려던 정의장의 발언이 아이러니컬하게도 20대 예비 후보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된 것. 이를 만회하려는 듯 윤씨는 대학생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숙이 기자


우리당 김원기 독주 한나라 중진들 ‘군침’

15대 국회까지만 해도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6대부터 달라졌다. 각 당 의원들이 자유 투표를 통해 자기 당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고, 이렇게 뽑힌 각 당 의장 후보를 놓고 전체 국회의원이 투표하는 방식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출 방식으로 보면 일단 차기 국회의장은 17대 총선 다수 당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이 현재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 차기 의장 1순위는 김원기 의원(전북 정읍)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6선을 바라보는 김고문은 당내 최다선인 데다, 평민당 원내총무 시절부터 대인 관계가 원만해 여야 두루 신망이 높기 때문이다. 5선을 노리는 김덕규(서울 중랑 을)·이해찬(서울 관악 을) 의원, 4선을 바라보는 임채정(서울 노원 병)·이부영(서울 강동 갑) 의원도 의장 후보군에 속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대역전에 성공해 원내 1당이 되거나 야당연합군을 형성할 경우 한나라당에서 차기 국회의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경남 남해·하동에서 열린우리당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과 접전 중인 박희태 의원(4선)은 일찍부터 국회의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홍사덕(경기 고양 일산 갑)·현경대(제주 북제주 갑) ·김덕룡(서울 서초 을)·이상득(경북 포항 남·울릉) 의원도 주요 후보군이다.

이숙이 기자


‘리틀 DJ’ 선전 덕에 민주당 전멸은 면한다

현재 민주당은 광주·전남·전북 지역 29석 중 20석을 차지하고 있다(17대 총선에서는 의석이 31개로 늘었다). 탄핵 이후 이 20석 모두 폭격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민주당이 호남에서조차 1석도 못건지고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리틀 DJ’ 한화갑 전 대표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전남 신안·무안이 민주당 최후의 보루로 떠오르고 있다. KBS와 MBC가 지난 3월27, 28일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씨는 열린우리당 김성철 후보(전 국민은행장)를 오차 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이에 힘입어 박상천(고흥·보성)·이낙연(함평·영광)·김효석(담양·곡성·장성) 의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도를 휩쓸고 있는 열린우리당 바람을 돌이키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평.

민주당 후보 거개가 10%대 안팎의 참혹한 지지율로 고전하는 전북에서는 정균환 의원(부안·고창)이 그래도 해볼 만한 싸움을 하고 있다. 김춘진 열린우리당 후보(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에 맞서 5선 고지를 노리는 정의원은 이른바 위도 방폐장(방사선폐기물처리장) 파동 이후 현정권에 적대적인 부안 민심을 등에 업고 선전 중이다. 단 부안과 맞먹는 인구(8만명 추산)를 지닌 고창은 정의원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쏠림세가 뚜렷하다.

김은남 기자


계백 장군처럼 일어나 장렬히 전사하는가

선거일을 13일 앞두고 ‘계백 장군의 심정으로’ 다시 일어선 추미애 의원(민주당 선대위원장). 그녀는 ‘황산벌에서 아쌀하게 거시기 해불자’는 말을 민주당과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것이지도 모른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뒤에도 추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 을)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극점에 달한 민주당의 분열상에 추의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명의 정치 신인 김형주 후보(열린우리당)는 재선인 추의원을 보름 넘게 10% 포인트 이상 앞지르고 있다. 3월31일 KBS 여론조사 결과 추의원 지지도는 19.9%, 김형주 후보 지지도는 32.1%였다. ‘누가 국회의원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인물적합도는 추의원이 월등하게 높지만 남은 열흘 동안 추의원이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이변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때문에 호사가들은 추의원이 본인의 선거 운동 차원에서라도 지리멸렬한 민주당을 떠맡은 것 아니냐고 뒷말을 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장렬히 전사하게 될지라도 훗날을 기약하는 큰 인물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그나마 지역에서 살아 남을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은남 기자


40명 안팎 당선해 세계 평균에 도달?

4월1일 선거 입후보자 등록 결과, 이번 선거에서 여성 후보는 모두 1백57명(지역구 후보 66, 비례대표 후보 91명)이다. 여성계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10여 석, 비례대표 28석 등 모두 40석 안팎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2백99석 가운데 40석(13.3%)을 얻는다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 평균(13.1%) 수준에 이르게 된다.

지역구 출마자 중 기대주들은 12명이 출마한 열린우리당에 많다. 한명숙 후보(고양 일산 갑)는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를 앞서 사기가 충천해 있다. 역시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김희선(동대문 갑)·이미경(은평 갑) 후보는 벌써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 허운나(분당 갑) 조배숙(익산 을) 김진애(서울 용산) 김선미(경기 안성) 노혜경(부산 연제) 후보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성 지역구 후보 8명이 나선 한나라당은 박근혜 후보(대구 달성)의 압승과 박근혜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 갑 이혜훈 후보, 부산 연제 김희정 후보, 경기 광명 을 전재희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경기 남양주 갑 신낙균 후보와 서울 영등포 을 박금자 후보가 기대주다.

나권일 기자


촌철살인의 대가 아직은 2% 부족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49)은 방송사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노회찬 어록’이 화제가 되면서 방송사들이 그를 모셔가기 시작한 것이다. 민노당 또한 그가 국회로 진출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관심 1순위’다.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비례대표 순위는 8번. 민노당이 정당 명부 투표에서 14%를 얻어야 국회 진출이 가능하다. 한 달 전만 해도 진보 정당의 두 자릿수 지지율은 불가능한 꿈에 가까웠다. 특히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에는 2002년 대선 당시의 ‘정몽준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주춤하던 민노당 지지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1일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노당 지지율이 10.2%를 기록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럴 경우,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민노당은 비례대표 6~7석 확보가 가능하다.

노회찬 본부장은 국회 진출을 자신했다. 그는 “이전 선거를 볼 때, 민노당은 선거 기간에 지지도 상승률이 어느 당보다 높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낙관한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의 목표는 지지율 15%. 노회찬 선대본부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수치와 비슷하다.

차형석 기자


흔들리는 아성 강남 갑만 ‘안전’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도 서울 강남을 석권할 것인가. 거센 탄핵 역풍 속에서도 점차 지지율을 회복해 가는 한나라당이 서울 지역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이 강남·서초 등 이른바 강남 벨트이다. 이들 네 지역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승리해 ‘한나라당의 아성’이라고 불려 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예상 밖으로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한국갤럽, MBC-코리아리서치가 4월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지역구였던 강남 갑을 제외한 나머지 세 지역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열린우리당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강남 벨트 가운데 이변이 일어날 만한 곳은 유권자 가운데 서민이 가장 많은 강남 을 지역이다. 한양대 교수로서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 특보를 지낸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와 프랑스 파리8대학 교수인 열린우리당 이환식 후보가 맞붙었는데, MBC 조사에서는 이후보가 2.7% 앞섰고,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공후보가 0.5% 앞섰다.

공후보측은 “흐름을 탔다. 조만간 추월할 것이다”라며, 이후보측은 “이미 밑바닥 민심을 장악했다”라며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소종섭 기자


유명 인사 나섰지만 ‘마의 5석’ 못 넘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강 구도에서 무소속 후보들은 얼마나 선전할까? 16대 총선 때는 강운태·이강래·박주선·이정일·정몽준 의원 등 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당선 뒤 강운태 의원 등 4명이 민주당에 입당했고, 정몽준 의원은 2002년 국민통합 21을 창당했다.

올해도 무소속 후보가 5석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호남 지역은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53)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인기 후보(60)가 선두를 다투고 있는데 소지역주의 투표 행태를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나주 유권자는 7만9천명, 화순은 5만7천명이다.

충청 지역은 대전 유성구에 입후보한 이병령 후보(57)가 자민련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유성구청장을 지낸 이후보는 열린우리당 이상민 후보(46)와 경합하고 있다. 영남 지역에서는 경북 문경·예천에서 무소속 신국환 후보가 한나라당 현역 의원 신영국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경북 경주의 김일윤 후보와 김천의 임호영 후보, 경남 양산의 나오연 후보와 진해의 김우석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무소속 후보는 민주당 공천을 반납하고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중권 후보(64)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장세동 후보(서울 서초 을) 등이다.

나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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