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한국 관광 권하고 싶지 않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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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소통 어렵고 불친절…“대신 홍콩이나 태국 추천하겠다”
 
외국인 관광객 눈에 비친 한국은 ‘먹는’ 재미와 ‘사는’ 재미는 그럭저럭 주어도 ‘보는’ 재미나 ‘체험’ 재미는 신통치 않은 나라다. 쇼핑하기 좋고 음식 맛은 있어도, 볼거리가 많지 않고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 문화 체험을 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다.

7월31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기미하라 마사코(29)와 이시즈카 야쓰시(26)는 인사동에 들러 도자기를 구경한 것 외에는 주로 먹고 쇼핑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마사코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십중팔구 먹고 쇼핑하기 위해서 온다. 한국에서 무엇인가 볼거리를 기대하고 찾아 오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관광의 묘미가 찾아간 나라의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과 대화해 그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인데,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태세가 미비한 것 같다고 이들은 평했다. 관광안내소가 있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삶을 드러내는 관광상품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태국·말레이사아·홍콩 등 아시아 각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마사코는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한국보다 볼거리가 많은 동남아시아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단기 체류하는 외국 관광객에게는 더 볼거리가 없다. 수도권에 이렇다 /할 관광지가 없기 때문이다. 경주·부산·제주도에 가려면 적어도 2박3일은 걸린다. 최소 5일 이상은 한국에 체류해야 서울 밖 구경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먹는 재미 있지만 보는 재미는 별무신통


한국의 미와 디자인 개념을 탐구하기 위해 찾아온 영국 디자이너 찰리 데이비슨(25)은 방문 사흘 만에 서울에서는 더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원여관에 묵고 있는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처럼 경복궁과 덕수궁을 보고 인사동 미술관을 찾은 것이 전부이다. 그는 “경복궁을 보면 한국의 전통 문물이 아름답고 독특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고궁에 그치는 인상이다”라고 말했다.

쇼핑지로서 한국은 괜찮다는 평점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쇼핑가인 이태원은 서양인에게는 인기가 덜하지만,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축에 끼는 일본인에게는 싼값에 고급 상표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상인의 손님 응대에는 불만이 많았다. 마사코는, 물건을 고를 여유를 주어야 하는데 상점에 들어서자마자 상인들이 정신없이 말을 시켜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는 외국 관광객과 상점 종업원 간에 고성이 오가며 욕설을 내뱉는 광경을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해서는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식도락가가 많은 일본인들은 ‘원조 갈비’와 ‘원조 김치’를 맛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지하 1층 관광안내센터에서 만난 미국인 테스페르난데스(29)와 토니 스미스(31)도 한국 음식에 반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한국 음식은 조금 매운 것

이 흠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 음식보다 맛있다. 한국 음식을 맛본 것은 한국에서 겪은, 얼마 안되는 즐거운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의사 소통 문제이다. 영어를 하는 한국인이 적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어볼 엄두를 못낸다. 데이비슨은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 한국인들은 수줍어하며 말 꺼내기를 주저한다”라고 말했다. 어디를 찾아가려고 해도 영어로 된 안내판이 없어 어떻게 가야 할지 난감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용감하게’ 다음 행선지를 찾아나서지만 이들이 맞닥뜨리는 것은 난폭 운전이다. 곡예 운전이라도 하듯이 좁은 공간을 밀치고 들어가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시내 도로를 고속도로로 착각한 것처럼 고속 질주하기가 예사다. 마사코는 난폭 운전이 무서워 대부분 지하철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교통 체증도 관광객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페르난데스는 “언제나 도로가 꽉 차 있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 또 택시 잡기는 왜 그렇게 힘든가”라고 불평했다.

“왜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불친절한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미국인 스미스는 “아시아 관광을 원하는 사람에게 한국 관광을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국은 외국인이 여행하기 불편한 나라이다. 대신 태국이나 홍콩을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의사 소통이 안되는 것은 한국이 영어권에 속하지 않으니 이해하더라도 ‘왜 그렇게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불친절한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관광객도 많다. 미국인 토니 스미스는 “한국인의 얼굴에서는 여유나 미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관광 기반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는 “한국 관광 상품에 대한 홍보가 잘 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 ‘이런 저런’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미국에서 한국의 관광 홍보를 접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어렵게 찾아온 관광객들마저 다시 오고 싶지 않게 하면서 관광 수지 적자 개선 방안을 들먹이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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