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에 ‘안전띠’ 매자
  •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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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보전구역’으로 규정해야…보존 위한 ‘투자·법’ 필요
그린벨트만큼 개발론과 보전론이 첨예하게 맞서 있는 사안은 없다. 이런 면에서 그린벨트의 쟁점은 한국 사회 발전의 방향(개발이냐 보전이냐)을 가늠하는 시금석 노릇을 한다. 그냥 놔둔다면 대세는 개발론 쪽으로 흘러가겠지만, 그린벨트를 해체하면서 얻게 될 엄청나게 부정적인 결과를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그린벨트 정책은 더 확고하게 보전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전 원칙을 세워야 하는 까닭은 그린벨트 본래의 기능과 성격 때문이다. 우선 그린벨트는 도시 확장의 완충 구실을 한다. 또 미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저축하는 것이며, 녹색 자원을 공적으로 소유하는 것인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생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그린벨트의 개념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 보전에 초점을 두는 그린벨트의 대안 개념으로 ‘생태보전구역’이라는 용어로 바꿈직하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명명하기에는 그린벨트의 기능과 성격이 너무 변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도 적합한 개념 규정이 못된다.

생태 보전은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적극적인 투자를 포함하는 엄격한 관리 및 개발 체제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그린벨트 이용 실태를 정확하게 실사하고, 종합적인 생태보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그린벨트법이나 생태보전구역법 등 관리 모법을 제정해서 관리 조직을 강화하는 조처를 먼저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전까지는 모든 개발을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는 보전이란 차원에서 투자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승인을 철저하게 거부한다(공공부문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아래, 산림 녹지 등 보전을 위한 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생태보전 활동을 할 입지(환경학습원, 특정 생물종 보호·육성 지구 지정, 두레공동체 지역 지정 등)를 선별하여 허용하는 한편, 기존 시설의 보수·보전·개축에 대해서는 주민생활 시설을 중심으로 사업 범주와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단 모든 개발 행위의 최상위 준거는 보전이어야 한다.

물론 그린벨트 지역 주민 피해를 더 이상 강요해서도 안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한 가지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린벨트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금융 지원·세제 혜택·고용 알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그린벨트 수혜자들에 의한 비용 부담이다. 예를 들어 그린벨트세·생태보전세·녹지채권 발행 등을 제도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그린벨트 내의 토지나 시설 등을 장기적으로 공유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비용이나 관리,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는 하지만 생태보전을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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