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계바늘, 중세로 돌아가는가
  • <편집자> ()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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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자유롭지 못하다.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작가 이현세씨가 검찰에 불려갔고, 등급제 이후 영화계는 자기 검열이 극심해지고 있다. 장정일씨는 법정 구속되었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경제와 사회의 시계는 세계와 미래를 표준시로 설정하고 있지만, 문화 예술계 시계는 중세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화와 영화를 문화산업의 교두보라고 천명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 당국이었다. 네 군데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제만화영화 축제와 이현세씨의 검찰 출두가 자아내는 역설은 분노라기보다는 허탈에 가깝다. 사전 심의제가 철폐되었다고 손뼉을 치던 한국 영화계는, 등급 외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극심한 자기 검열’을 포복으로 통과하고 있다. 장정일 항소심을 지켜보는 문단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작금의 사태는, 자동차 경주 코스에 갑자기 뛰어들어 레이스 중인 카레이서를 세운 다음 ‘청소년들의 교통 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과속 스티커를 떼려는 교통경찰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국산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켜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국의 독촉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라고 한 시인은 말했다. <시사저널>은 만화계와 영화계 내부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한편, 작가 장정일씨를 만나보았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문화예술을 희생양으로 삼는 한, 한국 문화산업은 국제 경쟁력 확보는커녕 자생력조차 가지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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