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으로 앞마당에 봄을 들이자
  • 魯順同 기자 ()
  • 승인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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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봄꽃 특별전 등 ‘야생화 상춘’ 인기
눈꽃속에 꽃망울 터뜨려 첫 화신을 전한다는 복수초. 큰딸의 구박을 피해 작은 딸을 찾아 나섰다가 산길에서 굶어 죽었다는 전설이 애잔한 할미꽃. 겉보기에는 풀포기일 뿐인데, 꽃을 피우는 데만 7년이 걸린다는 연분홍빛 얼레지. 흰빛·보랏빛으로 들판을 수놓는 제비꽃, 올해는 이런 야생화로 봄을 즐기자.

아직도 자생화를 보며 ''이름 없는 들꽃'' 어쩌고 했다가는 구박을 면키 어렵다. 구박을 면하려면 4월7일부터 오대산 자락에서 시작되는 봄꽃 특별전에 들러봄 직하다. 민간 식물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한국자생식물원(대표 김창렬)이 마련한 봄맞이 행사다. 3만평 대지에 총1백30여 가지 꽃이 만발해 상춘객을 기다린다. 입장료 대신 3천원짜리 야생화 화분1개를 사면 된다. 총60종의 화분이 마련되어 있으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구입 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행사로 7~8월에만 2만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10만명 가량이 오대산 기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내 고장 알리기의 일환으로 지역 특산 꽃놀이를 장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야생화를 찾는 손길이 잦다. 야생화 가꾸기는, 들꽃과 헴께 자란 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생명력과 조화로움을 일러줄 기회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화 기르기, 애정 과잉은 금물

야생화로 앞마당에 봄을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가까운 화훼단지를 찾으면 자생화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야생화는 꽃만 즐기는 절화(꽃꽃이용 꽃)보다는 분화 혹은 조경용 지피 식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자생지에 가장 가깝게 온도·습도·빛·흙을 맞추어 주되 애정 과잉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누가 따로 물을 주는 법 없이 가물면 가문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자라는 야생화이므로, 마당 한켠에 놓고 키운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을 너무 자주 주는 바람에 뿌리가 썩는 예가 많다. 겨울에 얼어죽을까 봐 실내에 들여 놓으면 발육을 계속하다가 정작 제철에는 기진맥진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월동은 생육을 정지시킨다는 생각으로 화분째 땅에 묻거나 햇빛이 들지 않느 ㄴ시원한 곳을 택해 한 달에 2~3차례 물을 주면 된다. 몇년째 서울 양재동 화훼단지에서 일해온 최유신씨는 "말라죽은 듯 보이는 뿌리에서 싹이 트는 모습이 경이롭다"라고 말한다.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푸른 싹, 문득 피어난 꽃을 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어 제격이라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일반 꽃처럼 화려하게 화단을 장식하려고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사진으로 보는 야생화는 실제보다 화려하고 커 보이기 때문이다.

육종 연구 1996년부터 …아직 신품종 없어

산과 들에서 자생해온 야생화는 더이상 자생식물 만은 아니다. 원예 작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송정섭씨에 따르면, 1996년 현재 총재배면적은 700여 ha로 전체 화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는 생산자 조합이 가격을 공시해 운영할 정도로 수요가 안정적이다. 아직까지 관공서·군부대·골프장 등의 수요의 90%를 차지하지만, 점차 일반인의 발길이 늘고 있다.

야생화에 관심이 커진 것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1980년대 중반 에도 간간이 야생화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었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꽃에 괏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1983년부터 자생 식물을 재배해온 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대표 는 "꼬박 10년을 투자하고 나니 사람들이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라고 말한다. 식물원을 가꾸는 데 투자한 비용은 30억원. 그는 ''투자비 전액을 꽃농사로 조달했으니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업성이 있는편'' 이라고 말한다.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자체 보유조으이 가치가 높아지면서 자생 식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야생화 붐을 이끈 요인이다. 종자를 수입하는 데도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대량 재배 기술에 만족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과 같은 원예 선진국에서는 품종 육성을 민간 종묘회사나 개인 농장이 90%가량을 담당한다. 현지를 답사한 송정섭씨에 따르면, 역사가 60년인 민간 농장 디라이트 농원의 경우 보유 종이 5천 종에 이른다.

전망은 밝지만, 야생화 원예는 맹아기다. 아직 종자산업법에 의해 신품종으로 인정받은 야생화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육종 연구가 시작된 것이 1996년 무렵이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6~7년 , 길게는 1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법이 인정한 신품종은 없지마나, 민간 자생 식물원이나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관상 가치가 높은 제비꽃·상사화·원추리·초롱꽃·쑥부쟁이·패랭이·매발톱꽃·조개나물·끈끈이 주걱 등이 육종 연구 주력 품목이다. 특별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아 바로 조경에 활용되고 있는 야생화로는 벌개미취·구절초 등을 꼽을 수 있다. 흔히 들국화로 통칭되는 이 꽃들은, 가을철 도로변 꽃길 조성에 자주 쓰여 눈에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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