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봄날’ 온다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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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오부치 취임 ‘파란불’…“별다른 진전 없을 것” 분석도
오부치 총리 체제 아래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우선 그는 외무장관 출신으로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이다. 박정수 외교통상부장관과는 3월과 5월 두 번 만났는데 단박에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오부치 총재는 한국 정부가 ‘예측 가능한’ 인물이다. 외교 관계에서 이런 인물이 상대국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외교통상부는 일단 한·일 관계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본다.

그는 한·일 의원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한국을 오간 지 20여 년이 넘는다. 그만큼 한국 정치인들과 교분이 많다. 특히 그는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문민 정부 아래서 4년 동안 일본에서 망명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할 때 뒤를 살펴 주었다. 지난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을 요청할 당시 일본 대장성이 미국보다 많은 자금을 내놓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이도 오부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오부치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을 쌓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외무장관이던 그는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가 한·일 어업협정을 논의하려고 온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때는 일본 외무성의 한 해 업무가 끝난 시기였다. 그는 어업협정에 대해서 아무런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방문 목적은 김대중 당선자를 만나서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서울에 와서 김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일 관계는 현상 유지에 그치고 별다른 진전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계에서 오부치 총재의 별명은 ‘키쿠바리 오부치’이다.‘키쿠바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배려한다는 뜻이다. 그는 정치 인생 30여 년 동안 계파와 야당 등 여러 집단의 의견을 듣고 큰 반대가 없을 때에만 결정하는 ‘조정의 명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 국민뿐 아니라 국제 사회는 일본의 과감한 개혁을 요구한다. 오부치는 개혁을 이끄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미국 등 서방이 오부치 체제의 일본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안정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한·일 간에, 남·북 간에 돌발적인 사태가 터졌을 때 오부치 스타일로는 문제가 있으리라고 지적한다. 한·일 간의 외교 현안을 ‘키쿠바리’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한·일 간에 가장 큰 외교 현안은 △어업협정 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북·일 수교 문제 등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어업협정 문제는 10월로 잡혀 있는 김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군 위안부 문제와 과거사 문제는 보수적인 오부치의 성향으로 볼 때 이전보다 진전된 결과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북·일 수교 문제는 ‘남북 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양국 정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달라진다면 역시 경제 분야가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정부가 얻어낼 가장 큰 선물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지원과 직·간접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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