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프로 선수 연봉 순위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6.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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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가치 확인 의미…“짧은 전성기 감안해야”
 
올시즌 NBA(미국 프로 농구 리그) 챔피언에 오른 시카고 불스의 간판 선수 마이클 조던이 95년 한 해에 받은 연봉은 3백90만달러(약 31억원)이다. 그런데 마이클 조던이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되자 제일 먼저 꺼낸 말이 ‘연봉을 2천만달러(약 1백60억원)로 인상하라’는 것이었다. 프로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연봉으로 인정 받기를 원한다. 구단과 벌이는 치열한 연봉 싸움은 한푼이라도 더 챙기자는 뜻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가 강하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3회 우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선수는 김용수와 이상훈이다. 이상훈은 선동렬 이후 20승에 오른 유일한 투수로 억대 연봉을 요구했다. 그래서 올해 연봉으로 1억8백만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김용수는 ‘액수는 상관없다. 국내 최고액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고 버텼다. 결국 LG 트윈스 구단은 김용수 선수에게 이상훈 선수보다 2백만원이 많은 1억1천만원을 지불했다.

 
非 프로 종목에선 연봉 대신 계약금


 
<시사저널>이 조사한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 순위를 보면 전체적으로 프로 야구가 제일 수준이 높다. 프로 야구는 최고 인기 종목답게 전체 프로 스포츠 연봉 30위 가운데 17명을 차지하였다. 96년 신인 선수 계약금은 최고 5억원에 이르고, 1억원이 넘는 선수가 33명이나 된다. 축구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야구의 인기를 위협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신인 선수 계약금 최고액이 2억원을 조금 웃도는 정도이다. 다만 고정운(일화 천마) 선수가 1억3천5백만원으로 전체 프로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고 있어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씨름 선수들의 계약금은 야구와 축구의 중간 정도이나 연봉은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보다 훨씬 적다. 1억원을 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씨름 선수에게는 상금이 있다. 천하장사나 체급별 장사 대회 성적에 따라 많은 상금을 받는다. 이태현(청구) 선수는 96년 연봉이 7천5백만원이지만 95년 한 해 상금이 8천7백61만원에 달해 전체 소득액은 1억6천만원을 넘는다. 따라서 실소득액에서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김경수(LG) 선수도 연봉은 5천5백만원이지만 상금이 8천5백만원이어서 전체 소득액은 1억4천만원에 이른다.
한편 농구와 배구는 아직 프로가 아니다. 농구는 올 11월 프로 출범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배구는 프로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연봉이 일반 봉급 생활자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신 각 구단은 신인 선수와 계약할 때 계약금으로 거액을 지불하여 낮은 연봉을 보상한다. 농구의 현대전자는 이상민(현대전자) 선수에게 7억여 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고 알려졌다. 배구도 마찬가지이다. 신진식(성균관대) 선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써비스는 학교 지원금 포함 무려 15억원이라는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려 하고 있다.

대기업 신입 사원 연봉이 2천만원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신인 선수 계약금으로 몇억 원이 오가는 현실은 봉급 생활자에게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선수 생명이 길지 않고 프로 선수들이 소속 기업에게 가져다 주는 홍보 효과를 감안하면 액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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