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굽은 잣대로 안산시장 기소
  • 안산·수원/李敎觀 기자 ()
  • 승인 199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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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안산시장 수뢰 사건 ‘조작 의혹’에도 구속 기소…참고인 증언 강압적 뒤집기 시도
수원지검은 송진섭 안산시장을 구속한 지 17일 만인 4월26일에 그를 수뢰, 직권 남용,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안산시 시민들이 구성한 ‘송시장 음해사건 규명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은 송시장 구속·기소가 보이지 않는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안산 시민들은 송시장이 평소 사소한 이권 청탁은 물론 상급 기관인 경기도청의 명령도 부당하면 거부해 왔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산 시민들이 가지는 이와 같은 의혹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시사저널>은 지난 2주간에 걸친 현지 취재를 통해 수원지검의 수사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증언들을 확보했다. 우선 수원지검이 소환한 참고인들을 구타하거나 심지어 이들의 진술을 조작·번복시키려 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수원지검이 송시장을 구속·기소한 배경이 석연치 않음을 간접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원지검은 물론 구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시민들 “보이지 않는 음모 있다”

수원지검이 송시장을 기소하면서 적시한 범법 혐의는 세 가지이다. 가장 큰 혐의는 송시장이 안산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 법인으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해 김영일 국제청과(주) 사장으로부터 뇌물 4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특가법상의 뇌물 수수). 그 다음은 화정양어장의 준공 검사를 불법으로 내주는 과정에서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를 범했다는 혐의이다. 세번째는, 서해안 대부도에 회센터를 건축 분양하려는 동아개발측으로부터 건축 허가와 관련해 외동딸의 캐나다 여행 경비 3백8만원을 받았다는 형법상의 뇌물 수수 혐의이다.

많은 안산 시민이 의혹을 가지는 것처럼 송시장을 구속·기소한 것이 ‘보이지 않는 음모’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수원지검 특수부가 송시장의 4천만원 수뢰 혐의를 어떻게 포착해 수사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판단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송시장의 혐의 중에서 양어장 불법 준공 검사 혐의와 딸의 해외 여행 경비 수수 혐의는 4천만원 수뢰 혐의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수원지검이 4천만원 수뢰 혐의를 포착하게 된 계기는 96년 10월에 합동농산(주)이 진정서를 내면서부터이다. 진정서 내용은, 송시장이 민선 시장으로 당선되기 직전인 95년 6월26일(자치단체장 선거일은 6월27일)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 법인 선정이 불법이었으므로 수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 진정서는, 국제청과가 도매 법인으로 선정된 배경이 이 회사 김영일 사장이 당시 임명직 안산시장이던 최순식씨에게 뇌물 5천만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합동농산은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이 도매 법인 선정 당시 안산 시청 농수산물도매시장사업단장이던 최선호씨에게도 뇌물 2천만원을 제공했다면서 이에 대해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합동농산은, 김영일 사장이 송시장이 취임한 직후에 송시장의 비서를 지냈던 김명호씨(당시 주간 <광덕신문> 발행인)에게 4천만원을 주면서 송시장으로부터 도매 법인 지정서를 빨리 교부 받으려고 로비하려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국제청과 김영일 사장이 최순식 전 시장(현 부천시 부시장)과 최선호 전 사업단장에게 로비한 사실을 합동농산이 알게 된 것은 국제청과에서 합동농산으로 회사를 옮긴 두 직원(조창제·노장식 씨)이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합동농산은 국제청과 김영일 사장이 김명호씨를 통해 송시장에게 건네려던 4천만원을 김명호씨가 착복했다는 사실도 김명호씨에게서 직접 확인한 이후에 이를 진정서에 포함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수원지검은 진정서가 접수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국제청과 김영일 사장이 최순식 전 시장과 최선호 전 사업단장에게 뇌물을 주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합동농산 김산겸 사장은 이에 몇 차례 수사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올해 2월께 다시금 수사를 촉구하자 담당 오광수 검사는 ‘검사라고 모든 것을 다 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당시 합동농산은 최순식 전 시장과 최선호 전 사업단장의 수뢰 혐의에 대한 수원지검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국제청과가 검찰과도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었다. 그러다가 김산겸 합동농산 사장은 3월18일 느닷없이 수원지검에 소환되었다. 이날 그는 수원지검 특수부에 들어서자마자 구타 당하기 시작했다. 김사장에 따르면, 특수부 수사관들이 송시장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털어놓으라면서 구타와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김사장은 “한 젊은 수사관이 다가와서는 ‘특수부에 들어와서 살아 나간 놈이 있는줄 알아’하면서 배를 여러 차례 때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라고 증언했다.

김산겸 사장은 수원지검 특수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받은 것이 분명한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 최순식 전 시장 그리고 최선호 전 사업단장은 조사하지 않고 왜 애꿎은 송시장과 나를 잡으려고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김사장은 또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이 송시장에게 건네려던 4천만원을 김명호씨가 착복했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증언했는데도 수원지검은 이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게다가 김사장은 “나이가 아들뻘밖에 되지 않는 수사관에게 두들겨맞은 것도 분한데, 진술까지 조작당하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특수부 조성욱 검사실의 박주원 수사계장이 송시장에게 뇌물 8백만원을 제공했느냐고 물었을 때 분명히 부인했는데도 나중에 인감을 찍으려고 조서를 보니까 ‘김산겸 사장은 송시장에게 합동농산이 8백만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적혀 있어 거세게 항의해 고쳤다고 김사장은 말했다.

검찰, 불리한 증언자 가택 수시로 수색

그러나 김산겸 사장이 3월18일 검찰에 소환되었을 때 수원지검은 이미 김명호씨의 거짓 증언을 근거로 하여 송시장의 4천만원 뇌물 수수 혐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었다. 이는 김산겸 사장이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이 송시장에게 건네려던 뇌물 4천만원을 김명호씨가 착복했음을 직접 확인했다’라고 증언하자 한 검찰 관계자가 ‘송시장은 도둑놈이야. 송시장이 뇌물 4천만원을 김영일 사장에게서 받은 것을 다 알고 있어’라고 말한 점에서 엿보인다.

<시사저널>은 이미 지난호(제392호)에서 4천만원 수뢰 혐의가 조작되었음을 폭로한 바 있다. 송시장의 전 비서인 김명호씨가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에게 접근해 송시장에게 잘 말해서 농수산물시장의 도매 법인 지정 교부서를 빨리 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4천만원을 받아서, 이 돈을 주택수리업자 김진태씨에게 진 자기 빚 3천만원을 갚는 데 써놓고서 검찰에서는 송시장에게 전달했다고 거짓 진술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던 것이다.

후속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검이 김명호씨(현 <시민신문> 발행인)의 거짓 진술을 토대로 송시장을 4천만원 수뢰 혐의로 구속하려고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은 빨라도 2월 말이다. 김명호씨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기 시작한 시점이 2월25일이기 때문이다. 그 후 수원지검은 김명호씨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송시장의 또 다른 수뢰 혐의를 찾는 데 주력했다. 수원지검이 김산겸 합동농산 사장을 3월18일 소환해서 조사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4월9일 송시장을 구속한 뒤 기소하기 전까지 송시장이 합동농산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로써 처음부터 송시장을 구속·기소하려던 수원지검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게다가 <시사저널> 보도로 송시장의 4천만원 수뢰 혐의가 조작되었음이 드러나자 수원지검 특수부는 송시장을 기소할 만한 마땅한 수뢰 혐의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다급해진 수원지검은 김명호씨의 진술이 거짓임을 폭로했던 증언자들을 소환해서 이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검찰의 이같은 시도는 취재진에게 김명호씨가 김영일 국제청과 사장에게서 받은 4천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증언한 강기화씨(김명호씨의 친구)가 <시사저널> 보도 직후인 4월25일에 수원지검에 소환되어 조사받은 뒤 증언하면서 드러났다.

송시장의 4천만원 수뢰 혐의에 대한 수원지검의‘애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원지검은 기사에 나온 증언자들의 진술을 번복시키려고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택을 수시로 수색하기까지 했다. 특히, 김명호씨의 진술이 허위였음을 결정적으로 증언한 주택수리업자 김진태씨는 <시사저널> 기사가 나간 직후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이 불법 건축물이라고 해서 수원지검에서 파견된 수사관들에게 며칠 밤낮 계속해서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혐의 부족하자 ‘직권 남용·직무 유기’에 주력

수원지검은 송시장을 4천만원 수뢰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시장 직무와 관련된 범법 혐의를 입증하기로 수사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이 송시장을 기소하면서 화정양어장 준공 검사를 불법으로 내주는 과정에서 그가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적시하는 데 공소장의 3분의 2를 할애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는 검찰이 4천만원 수뢰 혐의만으로는 승소하기 어렵다고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이 화정양어장 준공 검사를 불법이라고 전제하고 기소한 송시장의 범법 혐의는 두 가지이다. 우선 화정양어장이 당초 최순식 전 시장 시절에 허가 받은 건평인 9백평을 50여 평 초과해 준공되었는데도 안산시가 이를 시정하지 않고 준공 검사를 내주도록 직권 남용을 범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 혐의는 화정양어장이 준공 검사를 받은 후 유료 낚시터로 변질되었는데도 이를 고발해 시정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정양어장과 관련해 수원지검이 기소한 송시장의 혐의는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안산 시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화정양어장의 건평이 허가받은 설계보다 초과되어 준공되었다면 업자로 하여금 추후 시정케 하는 조건으로 준공 검사를 내주는 것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양어장이 유료 낚시터로 변질되어도 내수면어업법에는 이를 막을 법규가 없어 송시장이 직무 유기를 범했다는 혐의는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원지검은 직권 남용 및 직무 유기 혐의만으로 공소를 제기하기에는 불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원지검이 송시장 딸의 캐나다 여행 경비 3백8만원이 송시장이 대부도 회센터에 대한 건축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동아개발로부터 받은 것이라면서 이를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한 데서 나타난다. 검찰이 3백8만원을 문제삼은 것은 4천만원 수뢰 혐의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어떻게든 그를 수뢰 혐의로 기소하려는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동아개발 기획실장이던 곽상철씨는 자신이 댄 문제의 3백8만원은 뇌물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당초에 송시장의 딸을 캐나다로 초청했던 송시장 부인(이영숙씨)의 친구 강영옥씨가 비행기표를 구해주기로 했다가 어렵게 되자 친구인 백영자씨의 동생으로 안산시에 있던 백천종씨(당시 동아개발 부사장·구속)에게 비행기표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백씨가 현금이 없어 이를 곽상철씨에게 부탁하자 곽씨가 문제의 돈을 대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원지검이 곽상철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받고서도 3백8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백천종씨가 당시 동아개발 부사장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수원지검이 3백8만원을 뇌물로 간주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송시장이 강영옥씨가 여행 경비를 댄 것으로 알고, 딸로 하여금 함께 간 친구의 경비 1백40만원을 강씨에게 전달하게 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문제의 3백8만원을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들의 증언을 정리하면 송시장 구속·기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도지사와 대립해 괘씸죄 걸린 것”

우선 수원지검이 송시장을 내사하게 된 계기는 농수산물시장의 도매 법인 선정과 관련한 최순식 전 시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합동농산의 진정서였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송시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내사하다가 거꾸로 국제청과 김영일 사장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아 송시장에게 전달했다는 김명호씨의 거짓 증언을 바탕으로 그를 4월9일 구속했다. 하지만 송시장을 구속·기소하려던 수원지검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송시장의 4천만원 수뢰 혐의가 김명호씨의 거짓 증언으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수원지검의 수사는 시 행정과 관련한 송시장의 범법 혐의를 포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수원지검이 화정양어장 준공 검사 과정과 사후 감독을 문제삼아 송시장을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수원지검이 공소 유지가 힘든 4천만원 수뢰 혐의와 직권 남용 및 직무 유기 혐의로 송시장을 기소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송시장이 딸의 캐나다 여행 경비 3백8만원을 동아개발로부터 받은 것을, 이 돈을 댄 곽상철씨가 뇌물이 아니라고 증언하는 상황에서 수원지검이 뇌물로 판단해 송시장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담당 조성욱 검사가 안산 시청 관계자들에게 털어놓은 심경에서 찾을 수 있다. 조검사는 수원지검이 다시는 과천시장 기소 사건에서 패소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과천시장을 단일 혐의로만 기소하는 바람에 패소했다고 판단되는만큼 이번에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범법 행위로 판단되면 행정 행위와 작은 액수의 금품 수수까지도 문제삼겠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소한 것까지 문제삼는 검찰이, 김명호씨가 송시장에게 4천만원을 전달했다고 확신한다면 왜 김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많다.

수원지검이 무리하게 송시장을 기소한 배경을 송시장이 95년 7월1일 민선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인제 도지사와 지나칠 정도로 대립해 왔다는 점에서 찾는 안산 시청 관계자들도 있다. 실제로 송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에 도매 법인으로 결정된 국제청과에 빨리 지정서를 교부하라는 명령과 한화에너지의 대부도 원유공급 중간기지 건설을 허가해 주라는 지시를 부당하다고 판단해 거부하는 등 이지사와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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