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ㆍ경기]"여당 안찍겠다" 흔들리는 여권표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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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선호…김대중 거부감은 여전
하루종일 손님이 딱 한팀 들었어. 3만5천원짜리 꽃게탕 한 냄비, 공기밥 두 그릇, 소주 한 병 이게 오늘 판 것 전부야." 밤 10시. 인천 월미도에서 만난 횟집 주인 정일자씨 (54)는 대뜸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95년 현재 인천 · 경기 지역 유권자는 6백60만여명. 전체 유권자의 21.2%(인천 5.0%)를 차지하는 이들 또한 경기 침체에 따른 민심이 반을 보여주는 데 예외가 아니었다.

현정권에 대한 불신은 여권 후보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수원ㆍ부평ㆍ 부천등지에서 지하철을 타고 모여드는노인들의 휴식처인 동인천역 앞에서 만난 조중갑씨(66)는 "아들의 병역 기피도 문제지만 YS가 밀고 있다는 것 때문에도 이회창씨는 미덥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87년과 92년 대선에서 각각 노태우 · 김영삼 씨를 찍은 골수 여당지지자 조씨가 '여당만은 찍지 않겠다'고 돌아선 것처럼, 인천 · 경기 지역 민심은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87년 대선 이후 줄곧 전국 평균보다 높은 여당 지지율을 보여 왔으며, 지난해 총선 당시 11개 지역가운데 9개 지역구를 신한국당 후보가 휩쓸어 '여권의 신흥 표밭' 으로 불렀던 인천광역시에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대안으로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외지인이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토박이의 뿌리가 만만치 않은 인천 · 경기 지역은, 여러 지방 출신이 섞여 사는 서울이나 토박이들이 주로 모여 사는지방과 또 다른 정치 색깔을보인다. 남한전체 인구의 1%가량인 이북피난민출신이 이 지역에 일찌 감치 토박이로 뿌리를 내린 것도 주요 현수이다.

토박이들의 경우 김대중 후보에 대해 비우호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나이가 많아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 보면 그 밑바박에는 호남인에 대한뿌리 깊은 반감이 깔려 있다. 평안북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피난와 인천에 정착했다는 백용정씨(51, 유원지 매표소 직원)또한 "야구 경기가 열릴 때 가보면 연고 팀인 현대보다 해태 응원단이 더 많다'라고 호남인의 유별난 결속력을 꼬집었다. "아무리 김대중씨가 지역 차별을 않겠다고 공약해도 그가 집권한 뒤에는 통반장까지 전라도 사람들이 다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수원의 택시 기사 이천우씨는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이인제후보인 듯하다. 이는 9월 말 ~10월 초 이 지역을상대로 실시한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간발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김대중후보를 몇 차례 앞지른 데서도 잘 드러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인제 후보와 이회창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던 반김대중 정서의 유권자들이 이번 '비자금 파문'을 계기로 이인제 후보 쪽으로 기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 김대중 싸우는 꼴이 보기 싫어 떨어질 줄 알면서도 정주영을 찍었다' 는 개인 택시 기사 이기성씨(56 · 충남 당진 출생)는 'X이 그X이다. 솔직히 정치 자금 갖고 여당이 뭐 할 말이 있나. 그 꼴 보기 싫어서라도 기득권과 거리가 먼 젊은사람을 뽑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김대중 지지자들은 '비자금 파문' 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문제는 부동층이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 인천 · 경기 지역은 서울 · 영남과 함께 부동층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평균 25%대) . 이들 부동층 가운데 정치에 관심은 많은데 투표율은 낮은 이른바 '방관형 유권자' 들은 비자금 파문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다. 남동공단에서 만난 인천 토박이 김정호씨(32 · ㅈ기업)는 "텔레비전 토론을 본 뒤 대통령감은 김대중씨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당분간 사태를 관망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토박이로 대표되는 보수층과 부동층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인천 경기 지역 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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