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자민련 ‘싹쓸이’ 불변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8.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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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직 붕괴 조짐…심대평 충남지사 재선 유력
‘우리는 세계화보다 JP가 더 필요하다!’ ‘말라 죽을 세계화가 충청인을 다 죽인다!’ 95년 1월15일 민자당 대전·충남 지역 지방의회 신년교례회가 열린 대전 유성호텔에는 JP를 지지하는 격문이 수십 개 나붙었다. 당시 민자당 지도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던 김종필 대표는 이 충성 결의에 고무되어 탈당을 감행했고, 다섯 달 뒤 치러진 6·27 지방 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충·남북 지사를 휩쓸며 녹색 바람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꼭 3년이 지난 1월15일. 김종필 자민련 명예 총재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그는 새 정부의 실세 총리 후보로, 자민련은 공동 정권의 파트너로 우뚝 선 것이다. 그와 자민련 당직자들은 이 열기를 지방 선거로 이어가 반드시 내각제를 실현하자고 기염을 토했다. 이 날 오전 열린 충북 지역 신년교례회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를 지켜본 충남 지역의 한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은 ‘이대로 나가면 올해 지방 선거도 자민련판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적 옮긴 주병덕 충북지사 재선 여부 관심

이런 자민련 대세론에 밀려 한나라당의 충청 조직은 급격히 와해되어 가는 양상이다. 이미 충북의 민태구·이동호·김연권 씨가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내놓았고, 충남의 김홍렬 위원장도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자민련에는 공천 희망자가 구름같이 밀려 들고 있다.

대전시장의 경우 자민련 소속 홍선기 시장이 일찌감치 재도전 의사를 밝혔고, 이양희 의원(대전 동 을)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인구 의원의 동생인 이헌구 대전 서구청장과 국민회의 소속으로 충남 지역 단체장에 선출된 송석찬 유성구청장도 출마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대전시장을 지낸 염홍철 공항공단이사장과 김주봉 중구 지구당위원장, 그리고 이재환·김원웅 전 의원의 공천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신당에서는 시지부장인 송천영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갈이에 나섰다.
자민련이 강세를 보이는 충남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심대평 지사가 재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사에 대한 김종필 명예 총재의 신임이 두터운데다 3년 간의 지사 성적도 우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과 청와대 행정수석을 지낸 심지사가 자민련 몫으로 입각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중배·한청수·김한곤 전 충남지사가, 국민신당에서는 지난 대선 때 조직을 총괄했던 박태권 전 충남지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충북 지역에서는 자민련 돌풍을 업고 당선했다가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옮긴 주병덕 지사의 재선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다. 자민련 지도부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박준병 부총재가 출마하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박부총재는 젊고 행정 경험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고사하고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동규 주택공사이사장, 안광구 전 통산부장관, 구천서·오용운 의원 등이다. 공천자 낙점에 박부총재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자민련 독주에 국민회의 이용희 부총재(보은·옥천·영동)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부총재는 “지역 감정 타파라는 의미를 살리려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교차 공천해야 한다”라며 양당 지도부의 ‘파격 선택’을 바라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주병덕 지사와 이원종 전 서울시장의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당적을 바꿨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주지사는 선거를 통해 재신임을 얻겠다는 입장이고, 이 전 시장은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예정이다. 국민신당에서는 홍재형 전 경제 부총리의 출마가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아직 지도부의 출마 권유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한나라당 위원장 직을 내놓은 이동호 전 내무부장관과 민태구 전 충북지사의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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