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경남/보궐선거 결과가 변수
  • 李敎觀 기자 ()
  • 승인 1998.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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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당선되면 부산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불리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첫 의원 총회를 연 지난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의원 총회와 관계 없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 인사들은 바로 부산 출신 의원 15명이었다. 이들이 갑작스레 모인 것은, 홍인길 의원이 한보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 직을 상실함으로써 3월 말까지 치르게 된 서구 보궐 선거에 누구를 내보내야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신상우 의원이 주도한 이 모임은 커피를 시작으로 점심 식사까지 겸해 무려 4시간 가까이 계속되었지만 아무런 결론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서구 보선 결과가 5월 부산시장 선거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로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은 국민신당 박찬종 고문이 보선에 출마할 경우 그를 꺾을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면 부산시장 선거마저 패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결과 부산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서구 보선이 부산시장 선거의 전초전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지지 정서가 상존하고, 이를 등에 업은 이인제 후보가 대선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박고문이 보선에 출마할 경우 그에 맞설 후보로 김광일 청와대 정치특보를 고려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김특보는 부산 시장에 출마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박고문에 대한 지역 정서는 지난 7월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와 달리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김특보는 경남중 동기이자 친구인 박고문과의 대결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황활웅 부산경찰청장을 보선 후보로 영입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황청장은 정치할 뜻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장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한나라당 인사들은 김기재·김형오·이상희 의원이다. 유흥수·김진재·권철현 의원은 잠재적으로 출마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 비리에 연루된 문정수 시장도 재공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민신당의 공천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신당 후보로는 한이헌·김운환 의원 등이 거론된다. 현재로는 한의원의 출마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사 향배,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가 좌우

문제는 어느 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으냐는 것이다. 만약 문정수 시장이 무소속으로 나오고 박찬종 고문마저 보선에서 이기면 한나라당의 패배는 뻔하다는 분석이다. 즉 문시장의 무소속 출마는 기존 한나라당 지지표를 분산시킬 것이고, 박고문이 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한의원을 도우면 한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의 불확실성만큼 경남지사 선거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는 무엇보다도 당선이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의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은 김혁규 경남지사, 하순봉·이강두·윤한도 의원이다. 그밖에 김영일·강삼재·김용균 의원의 이름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민신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수방사령관을 지낸 안병호 경남도지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지사 지지도는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현철씨 인맥인 그를 재공천하는 데 미온적이다. 때문에 그는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지사 선거의 향배는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여부와 맞닿아 있다. 더욱이 김혁규 지사가 재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의 기존 지지표가 분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누가 국민신당 후보로 나오든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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