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경북]한나라당 공천=당선
  • 吳民秀 기자 ()
  • 승인 1998.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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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합 치열…문희갑 대구시장 아성에 이의익·이해봉 도전장
대구 72.7%, 경북 61.9%. 지난 15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TK(대구·경북) 지역 득표율 결산표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TK 지역에 관한 한 정치권의 관심은 오히려 한나라당 내부에 쏠려 있다. 또한 사면 복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잠복 변수이다. 무주공산인 TK 지역에서 이들은 엄연한 ‘옛 주인’이기 때문이다. 정가에서는 지방 선거를 통해 전·노 씨의 영향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경북지사는 한나라당 소속 이의근 지사의 재도전이 확실해 보인다. 이지사는 최근 ‘도정을 마무리하는 데 3년은 짧다’면서 출마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지역 정가에서는 박세직·이상배 의원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아직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장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지명도나 지역 내 인기로 볼 때 문희갑 시장이 비교 우위에 있지만, 한나라당 내부로 눈을 돌리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우선 한나라당 대구 지역 위원장들 사이에는 문시장의 업무 스타일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비판과, 차기 TK 지역 맹주를 노리는 문시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다. 한나라당 간판만 내걸면 본선은 ‘떼놓은 당상’이겠지만, 당장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문시장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자민련, 후보 조정되면 경북지사 넘볼 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의익·이해봉 두 의원 중에 한 사람이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컨대 지역구 위원장들 사이에 ‘호랑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심리가 형성되고, 김윤환 고문이나 강재섭 의원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이를 수수방관할 경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두 의원은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3파전을 형성하고 있는 문희갑·이의익·이해봉 세 사람 모두 15대 대선 막바지에 한나라당 배를 탄 ‘입당파’들이라는 점이다. 95년 지방 선거 때 대구시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이의익·이해봉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각각 자민련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 정가에서는 만약 문시장이 한나라당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에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리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또 여차하면 아예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으로 직행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후보 사전 조정론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세 사람의 격돌이 빚어내는 양상은, 권력에서 멀어진 TK 지역 정치 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주소이다. 즉 중앙 정계에서 ‘TK 대부’임을 자부하는 김윤환 고문조차 조정역을 자임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지역 정치판이 빠르게 야당 체질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김고문으로서도 무리하게 후보를 조정해 반발을 사기보다는 잡음 없는 경선을 유도하는 편이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고 입지를 강화하는 방편이다.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예전과 달리 출마 예정자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만 줄잡아 10여 명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국민회의에서는 엄삼탁 부총재가 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자민련 내부에서는 문희갑 카드에 대한 ‘대항마’로서 박철언 부총재가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이 극력 피하고 있다. 대신 박부총재는 박찬석 경북대 총장을 시장 후보로 밀고 있다. 최재욱 전 의원과 김운지 전 의원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자민련은 경북지사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6·27 지방 선거에서 석패한 이판석 전 지사가 자민련 공천을 희망하고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인 박준홍씨 이름도 거론된다. 당시 경북지사 선거 결과는 이의근 54만1천5백35표, 이판석 48만9천9백99표, 박준홍 39만5천4백96표였다. 이판석씨와 박준홍씨 사이에서 후보 조정만 이루어지면 자민련으로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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