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의 끼, 기업 문화 바꾼다
  • 張榮熙·成耆英 기자 ()
  • 승인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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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인사·근무 ‘파괴’ 새 물결 몰고와…정보화·국제화로 가속
대기업들이 ‘신세대 사냥’에 여념이 없다. 간이 크거나 톡톡 튀는 젊은 인재를 찾기 위해 난리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찬밥 신세다. 적어도 신입 사원 모집 광고만 보면 그렇다.

‘모난 돌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젊음.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가능성입니다. 당신의 끼를 사겠습니다’(신세계). ‘간 큰 젊은이를 찾습니다’(쌍용그룹). ‘삼일 동안 밤을 새울 수 있는 사람, 삼일 동안 놀 수 있는 사람, 노래방에서 서른 곡은 부를 수 있는 사람, 아버지 시계를 분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삼개 국어는 다 못해도 삼개국 이상을 배낭 여행한 사람…’(대우그룹).

대기업들의 신세대 잡기 경쟁이 올해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학력 차별을 없애고 이른바 ‘열린 채용 1세대’를 선언하면서부터 현란하고 감각적인 광고 경쟁이 시작됐다.

신세대 샐러리맨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채용 절차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2월3일 치러진 30대 그룹의 입사 시험에서 필기 시험을 실시한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5·31 교육개혁안’을 내놓은 교육개혁위원회가 기업들에게 ‘필기 시험은 앞으로의 전인 교육에 맞지 않으니 폐지하면 좋겠다’고 종용에 가깝게 권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기 시험의 효용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 이유가 더 크다. 그 대신 지난해부터 면접 비중이 커졌다. 유능한 신세대를 발굴하기 위해 기발한 면접 방식도 잇달아 개발되고 있다.
각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 하반기 채용 시험의 핵심을 관통할 말은 ‘끼 면접’이다. 한마디로 끼가 있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점수 벌레나 꽁꽁 막힌 샌님은 일류 대학 출신이라도 사절이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공 지식이나 실무 능력보다는 개성과 인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력 파괴·채용 파괴·면접 파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목욕탕·록카페·호프집에서 면접 시험

지난 7월 (주)미원에 입사한 이보라씨(27)는 색다른 면접 시험을 치렀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세모유람선 선착장. 응시생은 자신을 포함해 7명. 면접 위원은 부장·과장·대리 각 1명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직급이 낮았다. 면접 시험은 족구 경기부터 시작됐다. 그 뒤 잔디밭에서 자유 토론을 벌였고 동동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면접 시험은 호프집·목욕탕 등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이어졌다. 입사가 결정된 다음 이씨는, 다른 팀들로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청룡 열차를 타거나, 록카페·노래방 등에서 면접 아닌 노래 자랑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원그룹은 올 상반기부터 이른바 ‘다차원 면접’을 도입했다. 이 새로운 면접 방식은 장소를 정해 놓고 응시자들과 면접 위원이 하루 종일 뒤엉켜 지내는 것이다. 지난 5월 면접 위원을 맡았던 한 과장은 “첫눈에는 소극적이고 매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니까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라며 기존 면접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하루 종일 면접’이 그동안 해온 ‘10분 면접’보다 사람을 아는 데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대웅제약도 올해 신입 사원을 모집하면서 면접 시험 장소를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밭으로 정했다. 면접에 응시한 9백여 지원자를 15명씩 묶어 60개 그룹으로 나눈 뒤 아침 8시부터 5시간 동안 야외에서 면접을 실시했다. 자유 토론 시간은 물론 포함돼 있었고, 난센스 퀴즈와 회사 경영 철학에 대한 비판 등 시험 종목도 다양했다. 이 회사 김승호 인사부장은 “올림픽공원으로 면접 시험 보러 나오라는 말에 당황해 하던 지원자들도 면접이 끝난 뒤 ‘여한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이 회사의 다른 인사 관계자는 “새로운 면접 방식을 채택한 결과 면접에 합격하고도 복수 응시한 다른 회사에 입사하는 비율이 예년에 비해 1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변화 바람은 보수적인 금융기관에도 불고 있다. 올 8월 말 신한은행에 입사한 새내기 행원 김종훈씨(27)가 면접 과정에서 새롭다고 느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면접 위원들이 행원이나 대리급이라는 사실이다. 사회 생활을 고작 2~3년 더 한 선배가 사실상 응시자의 당락 권한을 쥐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 하나는 카드 게임이었다. 6명이 한 팀을 이루어 서로 다른 카드 조각 9개를 사용해 일정한 모양을 만들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이 게임의 원칙은 말을 절대로 할 수 없으며, 남이 필요로 하는 카드를 눈치껏 줄 수는 있어도 자기가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한 시간쯤 지나자 김씨는 은행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감을 잡았다. 이 게임은 팀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한마음처럼 이해하고 돕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2시간쯤 지나자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씨가 소속된 팀은 집 모양을 만들지 못해 카드 맞추기에 실패했지만 그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3시간쯤 지나니까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빛만 보고서도 알 수 있었다.” 신한은행 인재개발부 홍성균 이사는 “서너 시간 동안 카드를 갖고 말없이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은 물론이고 협동심·창의력·판단력 같은 것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중심 인사 제도는 최선인가

신한은행은 면접 시험을 보면서 같이 근무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기 싫은 사람을 적어내게 했다. 일하기 싫은 사람을 찍으라는 주문은 ‘너무 잔인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흥미롭게도 함께 일하기 싫다고 지적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일치했다.

신세계는 올해부터 ‘동료 평가 면접’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응시자들은 10명이 한 조가 되어 스스로 주제를 정해 2시간 가량 자유롭게 토론한 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9명에 대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순서대로 번호를 적도록 했다.

아예 술집에서 면접 시험을 치르는 회사도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주)우방은 92년부터 ‘술자리 면접’을 실시했다. 지원자와 면접관은 맥주잔을 앞에 놓고 자연스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술을 못 마시더라도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통해 적극성·사회성·자기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방식이다. 이 회사 인사팀 최동욱 과장은 “건설업계의 이직률은 매우 높은데, 술자리 면접 덕분인지 우리 회사의 이직률은 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새로 개발한 표준 질문서 방식 면접도 독특하다. 직업관·효도 정신·교우 관계·장래 포부 등 20개 항목을 담은 표준 질문서를 응시자에게 제시한 뒤 응시자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도록 하는 시험 방식이다.

의사 개진형 면접의 압권은 이랜드 그룹이다. 85년 첫 공개 채용부터 필기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던 이랜드는 매우 까다로운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게 한다. 총 8쪽의 지원서 가운데 3쪽 분량의 ‘자기 안내’는 응시자들 사이에서 지옥문으로 통한다. 가령 ‘임종할 때 남기고 싶은 세 가지 유언은?’‘당신이 지도자라면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나가겠습니까?’ 같은 질문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랜드에 입사한 김선미씨(24)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꼬박 1주일 걸렸다. 고통스러웠지만 나 자신을 총체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그룹의 박지수 인사팀장은 “독특한 입사지원서 작성과 백분 간의 면접을 통해 선발한 사람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형과 상관 관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세대 중심으로 인사 제도가 변화하는 현실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취업 전문지 <리크루트 타임즈>의 유재흥 편집장은 “몇몇 그룹의 인사 담당자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세대 육성형 인사 제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언변이 뛰어나고 잡다한 지식이 많은 응시자가 아무래도 돋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도요타나 소니 사도 취업 전형에서 학력 철폐를 시도했지만 그것이 처음 의도와는 달리 명문 대학 출신들이 더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면접·전형 방식의 변화에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모색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도 담겨 있지만, 미래의 소비자인 20대 초반 신세대에게 자기네 기업이 ‘젊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도 깔려 있다. 요즘 대기업들의 신입 사원 모집 광고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20대 초·중반 신세대의 마음을 끌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문안을 상큼하게 포장한 것 아니냐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세대들은 더 이상 기업의 ‘간판’을 보고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직업 선택 기준이 기업 위주가 아니라 직종 위주로 점점 이동해 가는 추세이다. 실제로 대우의 인사팀 관계자는 “실제 채용 방식은 종전과 비교해 별로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기업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신세대 샐러리맨을 적극 채용하고 있으며, 그 신세대들은 기존 조직 문화에도 크나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신세대 샐러리맨은 기성 세대와 같은 ‘일 중독자’가 아니다. 그들의 직장 생활 태도나 라이프 스타일은 매우 개성적이다.

2년 전 (주)동양제과 기술개발연구소에 입사한 정 준씨는(27) 초콜릿을 개발하는 연구원이다. 그는 일요일이면 역촌동에 있는 선배 집을 찾아간다. 그가 몸담고 있는 그룹 사운드 ‘피플’의 연습날이기 때문이다. 결성한 지 1년밖에 안된 아마추어 그룹이지만 이들의 열정은 취미 수준을 넘는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드럼을 맡은 이호영씨는 삼성전자 홍보실에 근무한다. 베이스 주자 조성수씨는 (주)한화기계에 다니며, 키보드와 보컬을 담당한 조 훈씨는 코오롱메트생명 인사팀 소속이다. 정 준씨는 기타를 맡고 있다. 이들은 햄버거나 짜장면으로 점심 식사를 때우면서 강한 비트의 음악에 빠져 일요일 하루를 즐겁게 보내지만, 자기들을 ‘노는 녀석’쯤으로 여기는 선배들의 시선에 반발한다. 음악 활동은 직장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비상구라는 것이다.
튀는 행동으로 조직내 갈등 유발하기도

신세대 샐러리맨의 튀는 행동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한은행에 다니는 장범진씨는 “선배들로부터 ‘너는 인터네트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신들린 듯이 하면서도 네 입맛에 맞지 않는 일은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는 핀잔을 종종 듣는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선배들의 꾸중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한 임화빈씨는 “일이 있으면 밤샘하며 해야 하지만, 일이 없는데도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못하는 것은 젊은이답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세대들은 자기 개성을 억제하는 성향의 기성 세대들과는 달리 개성을 적극 표현한다. 올 1월 (주)쌍용에 입사한 윤영수씨는 “회사 내에 두루뭉실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지만 나는 남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삼지점에서 근무하는 우상현씨는 “베이비 붐 세대 선배들은 포스트 베이비 붐 세대인 신세대들이 뭉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만 알맞은 정도의 팀워크는 있다”고 주장한다. 신세대는 선배 세대처럼 무모하지 않을 뿐, 가릴 것은 가릴 줄 아는 세대라는 항변이다. 그는 신세대를 사고뭉치 집단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우씨의 말을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신한은행 서대문지점에는 ‘68계’라는 조직이 있다. 68년에 출생한 동갑내기 4명의 모임인데 이들은 신문이나 잡지에 유익한 글이 실리면 이를 복사해 게시판에 붙인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책도 읽고, 정리 정돈도 다른 사람보다 더 깨끗이 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회사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 이들의 목적인데,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계원들을 한 사람 두 사람 ‘포섭’해 나가고 있다.

신세대가 대거 유입됨으로 인해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미원그룹 강호웅 인사부장은 “이제는 위에서 아래를 맞춰야 하는 시대다. 조직 흐름도 신세대화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개인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물꼬를 터 나가고 있다. 신세대가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관심거리다”라고 말했다.

조직의 변화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성화재해상보험(주) ‘스타지오팀’이다. 스타지오팀은 팀장을 제외하면 모두 대리급 이하 신세대이다. 평균 연령은 29세.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으며 복장 같은 것에는 전혀 구애 받지 않는다.

스타지오팀에 소속된 1년 동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 굳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영화관도, 술집도, 명동의 밤거리도 근무지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임원에게나 발급되는 월 한도액 5백만원짜리 법인 카드를 갖고 다닌다. 열흘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 와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달랑 제출해도 그만이다. 다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내면 된다.

팀장 황승목 과장(34)은 “신세대는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도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면 마지 못해 하기보다는 조직을 탈퇴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언가 비전이 확실히 제시되면 밤샘 근무도 절대로 마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이학수 사장은 “미래 고객들의 심리와 취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젊은 직원들로 팀을 구성한 만큼 1년이 지난 뒤 투자 대 산출을 비교해 손실이 오더라도 이 팀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세대의 잠재력·한계 과학적 분석 필요

채용에서부터 인사까지 요즘 기업은 신세대 물결에 휩쓸려 가고 있다. 기업이 신세대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세계화·정보화·개방화의 물결로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간의 경쟁은 물론 개인 간의 경쟁도 국제화하여 오로지 일류만이 살아남는 냉혹하고도 총체적인 경쟁 시대에 과거의 관행을 고집하다가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과 조직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넘을 만큼 혁신되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양병무 박사는 “산업 사회에서 개인은 기업이라는 조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정해진 일만 착실히 해나가면 출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정보 사회에서는 개인이건 조직이건 상황 전개에 따라 일을 진행해 나가는 변신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동안 인재 평가의 잣대가 되던 출신 학교나 학과의 중요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개인 능력 가운데에서도 진취성·적극성·국제 감각 등이 중요해지고, 이런 능력을 잘 상품화할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한 신세대 직장인이라는 것이다.

‘끼’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능한 직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사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모범 사원으로 평가 받는 시기는 지났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과거 기업이 아직 성장할 단계에서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맹목적으로 ‘돌격 앞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안정기에 들어선 조직은 종합적 사고 방식을 가진,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정보화라는 시대의 물결은 이같은 변화를 가속화했다.

이러한 시대에 맞는 신세대들이 속속 기업이라는 조직에 유입되면서 기업은 새로운 조직 관리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게 됐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 스타지오팀 최성연씨(24)는 “흔히 신세대는 겁이 없다고 말하는데, 겁 없는 신세대가 다가온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겁 없는 인사 정책을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기업에 과연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세대 인사 관리를 연구하는 글로벌 컨설팅 이승철 대표이사는 “지금 새로운 인사·채용 바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로 보아야 한다. 학력을 철폐한다지만 전형 과정에서 학력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사심보다는 애직심(愛職心)이 더 강한 신세대를 어떻게 채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신세대를 끌어모으기 위해 감각적인 광고 문구를 짜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미래의 주력 부대인 신세대가 가진 잠재력과 한계 등을 꼼꼼히 분석해 장기적인 인사 관리 개선책을 찾아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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