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없이 더위만 먹나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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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 시스템 구축·노약자 및 환자 보호 방안 등 ‘감감’
지난해 유럽 폭염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1백30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농작물 수확량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약 100억 유로로 집계되었다. 독일의 경우 곡물 생산은 15%, 축산업은 70%가 감소했다. 더위를 못 견딘 닭·칠면조·돼지 들이 잇달아 죽었고, 사료까지 부족해 축산업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에서만 4백만 마리가 넘는 닭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폐사했다.

1980~2003년 미국에서 발생한 기상 재해를 분석한 결과, 폭염 및 가뭄에 의한 재해가 전체의 17.8%를 차지했다. 태풍이나 홍수에 비해 빈도는 적지만, 그 경제적 피해 규모는 전체 재난의 42.5%, 인명 피해는 91.6%에 이르렀다.

1994년 폭염으로 한국은 얼마나 피해를 보았을까. 당시 전력 최대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기업들은 조업을 단축하거나 집단 휴가를 실시해야 했다.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수많은 가축이 폐사해 농축산물값이 폭등했다. 또 엔진 과열로 거리마다 ‘뚜껑 열린 차’가 즐비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폭염주의보를 신설하라”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사전 예방이다. 최근 <기상이변 한국은 괜찮은가-폭염 가능성과 대비 방안> 보고서를 낸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폭염을 재난 개념에 포함하고 폭염주의보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기상청에서는 일평균 온도 및 습도를 기준으로 한 온열지수가 낮 동안에 40.6℃에 이르고 야간의 최저 온도가 26.7℃를 넘는 상황이 적어도 48시간 동안 지속되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 이같은 보건기상 예보 시스템은 현재 미국·캐나다·이탈리아·중국 등지에서 이미 가동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해 폭염 피해를 거울 삼아 지난 5월 4단계 경보체제를 골자로 한 종합 폭염대책을 발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경찰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응급 체계를 가동하고, 전국 양로원의 방 1개 이상에 냉방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2천만 유로를 배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폭염에 대한 대비는 물론 인식조차 부족하다. 무더위로 인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하고, 물 사용량 급증에 대비해 비상시 용수 공급 대책을 세워놓은 것이 고작이다. 경보 체제는커녕 폭염의 최대 피해자가 될 노약자나 환자 들에 대한 예방 시스템조차 전무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아직 폭염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예컨대 노인 복지 시설에 한 달에 6만원 가량이 지원되는데, 그 돈으로는 노인정을 비롯한 노인 복지 시설에 에어컨을 갖추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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