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선택 '3김 연합'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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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세 사람이 대선 공동 후보 내자"…YS측 "DJ 태도 달렸다"

사진설명 손 잡을 수 있을까? DJ와 YS가 지역 화합을 위해 결지해지 차원에서 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DJP 합당+α'는 당장 손에잡히는 정계 개편 구도다. 그동안 여권은 이 안을 성사하기 위해 물밑에서 상당히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주요한 논의 상대인 김윤환민국당 대표는 단계적이고 틀이 큰 또 다른 정계 개편안인, 이른바 3김연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대표는 우선 민주당·자민련·민국당·한국신당이 정책 연합을 통해공조 체제를 구축한 후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지역 화합을 명분으로 DJ·YS·JP 3김이연합해 공동후보를 내자고 주장한다. 이 안이야말로 이회창 총재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안이라는 것이 김대표의 지론이다.

너무 파격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지만 여기에공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최근 상도동을 두 차례 다녀 온적이 있는 한영수 자민련 부총재도 "때가 되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3김이 같이 얘기할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덕룡 의원도 "DJ와YS 양김 연합이실제 이루어진다면그 돌파력은 상당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서영훈 전민주당 대표도 대표 직에서 물러난 후 DJ와 독대한 자리에서 "YS와JP를 끌어안아야 한다"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도3김이 손잡고 김덕룡 의원 등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가세하는 그림을 최악의시나리오로 경계하고 있다.

DJ쪽 일부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DJ와 YS의 관계 개선을 주장해 왔다. 민주당동교동계의 한 중진 의원은 정권 교체 직후 DJ에게 YS를 포용해야 한다고진언했다고 한다.이수성 전 총리와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도 정권 교체 직후 DJ 정권의 핵심 인사들에게 YS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열린 경제 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은 YS의 100억원 수뢰설까지 제기하면서한결같이 YS 진영에 맹공을 가했고 그 이후 DJ와YS는 앙숙이 되어 버렸다. YS는DJ를 독재자라고 몰아붙이는 등 사사건건 독설을퍼부으며 가장 선명한 반 DJ 노선을 고수해 왔다.


YS "올 2월께 변화의 격랑 일 것"

그러나 차기 대선에 개입하겠다고 공언한 YS가 대선 국면에서도 DJ와 절대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YS를 대변하고 있는 박종웅 의원은"분명한 것은 YS가 차기 대선의 중심 고리가 될 것이라는 것뿐 아직 YS는 오픈 마인드다"라고 말했다. 박의원에 따르면, YS는최근 공개 발언을줄이면서 호흡조절 중이라고 한다.

YS는 지난 연말측근들과의 회동에서 내년 2월이 되면 변화의 격랑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박의원은 이에 대해 "이총재가 한나라당이라는 큰 배를 타고있기는 하지만 풍랑을 만나면 배가큰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노련한 선장이 필요하다"라고 해설했다. 이총재가 앞으로유동적인 정치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련한 선장인 YS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YS는 DJ-YS 연합을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박종웅 의원은"DJ가 진심으로 민주화의 정통성을이어가고 지역화합을 할 생각으로 도움을 청한다면YS는 나라를 위해 신중히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박의원은 "YS가 먼저 나설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DJ가 태도를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에 똑 같은 질문에 대해 박의원이 "그 질문에 답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라고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또 JP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민련이 비세(非勢)인 만큼 YS와 힘을합쳐 대선 국면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YS의 언행을종합해 볼 때DJ에게 요구하는 결단은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YS에 대한 명예 회복이고, 다른 하나는 DJ가 주도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사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YS가 익히 주장해 온 대로 영남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YS측은 DJ가 아직 '개전의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이번에 김중권 대표를 지명한 것을 무척이나 못마땅해 하고 있다. 박종웅 의원은 "그는 DJ 정권 초기에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함께 동진정책을 명분 삼아 'YS죽이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라며, 그를 민주당 대표로 지명한 것은YS와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DJ와 YS의 가파른 신경전도 3김연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지만, 이미 3김의 역할은끝났다고 보는 소장파 의원들이나주요 대권 주자들의 인식도 3김 연합에 장애물이다. 민주계 출신인 한 의원은 "모든 것에반대만 해 온 YS가 대선 국면에 뛰어든다고해서 영향력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며 비관적으로 보았다.3김이 공통의 대선후보에 합의하는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그러나 3김연합론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윤환 대표는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대선 국면이 임박하면 3김은 손을 잡을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회창 총재가 대권을잡으면 모두망한다는 공멸의식이 궁극적으로 접착제 구실을 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결국 3김이 견원지간으로 계속 남느냐, 이회창이라는 파도를 함께 넘는 '오월동주(吳越同舟) 연대'를 형성하느냐는 대선 국면이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올 연말쯤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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