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창조'하는 물·물·물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6.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 강우, 40여 국가에서 실용화…
한국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세계 일류'


6월14일 오전 10시30분. 경남 김해 제5전술공수비행단 소속 수송기 2대가 '비씨'를 싣고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치솟았다. 기상청 인공 강우 실험팀을 태운 수송기였다. 수송기는 김해 공군기지를 출발해 30여 분 만에 경남 창녕군 5km 상공에 도달했다.




기장 권기환 소령은 높이 솟은 구름떼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기상청 연구원들은 요오드화은 연소탄 19발을 구름 속으로 발사했다. 그후 거창 상공으로 날아가 요오드화은 19발을 발사한 연구팀은 합천댐 상공에서 또 다른 적운을 발견하고 드라이아이스 150kg을 구름 속에 뿌렸다.


인공 강우 실험은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 속에서 실시되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경주시 산내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만 0.5mm∼1mm 가량 비가 내렸다. 기상청 서애숙 원격탐사연구실장은 "온도가 다소 높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가뭄이라고 해서 하늘만 원망하던 시절은 지났다. 과학 기술은 없는 물도 '창조'한다. 인공 강우와 해수 담수화가 대표적인 예. 인공 강우는, 구름층은 형성되었지만 대기 중에 응결핵이나 빙정핵이 적어 구름이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비씨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번 실험에서처럼 항공기를 이용해 빙정핵 물질인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구름 속에 뿌리거나, 지상에서 연소기를 이용하여 비씨를 쏘아 올린다. 이 방법은 1946년부터 연구 개발되어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40여 나라에서 실용화했다. 미국에서는 인공 강우로 물 1t을 얻는 데 1.3센트 정도 들어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강우 연구 수준, 미·중에 한참 뒤떨어져


한국에서도 1994년 극심한 가뭄이 일자 처음 인공 강우 실험을 시행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한동안 가뭄이 뜸해지자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이번 가뭄을 계기로 다시 주목되었으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편이다.


인공 강우에 비하면 한국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한국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의 담수 기술 수출 실적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며,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 지역에서 실용화하고 있다.


해수 담수 기술은 증발법과 역삼투막법으로 나뉜다. 물을 적게 생산할 때에는 역삼투막법, 사막과 같은 지역에서는 증발법을 이용한다. 현재 한국 도서 지역에 설치된 시설은 모두 역삼투막법으로, 물 1t 생산하는 데 3천원을 웃돈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소 장문희 박사팀과 한국에너지연구원 김동국 연구원 팀이 경제적인 담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물 생산 단가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머지않아 원자로를 이용한 증발법으로는 t당 7백원(장문희 박사팀), 역삼투막법을 이용한 장치로는 t당 1천5백원(김동국 연구원팀)에 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