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맛 살리기'에 인생 던지다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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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과학대 김치 전공 학생·교수
'김치 벤처' 키우기 구슬땀


10∼20대에서 김치 기피 현상이 심각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와 정반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종가집 김치·제일제당 등 대기업의 김치 연구원 대부분은 20대 후반 젊은이. 하루 종일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어 몸에서 김치 냄새가 가실 날이 없는 이들에게 김치는 영원히 탐구할 대상이다. 전세계 발효 식품 중에서 김치만큼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내는 음식은 찾기 어렵다.




젊은 김치 연구자들 중에는 일본에서 '김치 붐'이 일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뒤늦게 김치를 다시 보게 된 이들도 있다. 청주과학대 김치식품과학과 2학년 김정숙씨가 김치 연구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그렇다. 김씨는 "김치 수출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김치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다니는 청주과학대 김치식품과학과(2년제)는 지난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김치 전문 학과다. 일부 대학교에 김치연구소가 있지만 김치 제조에서 원가 관리까지 김치 산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과는 이곳이 유일하다. 삼성 에버랜드 식품연구소 소장 출신인 학과장 황종현 교수는 국내 김치 업계의 문제점으로 전문 인력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석·박사급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 업체들은 가정에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김치 학과이다 보니 김치식품과학과는 설립 초기부터 언론과 방송으로부터 많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이 샀다. 김치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담그는 '요리학과'로 착각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오해로 말미암아 김치 학과는 여초(女超) 현상을 면치 못한다. 지난해에는 신입생 중 남학생이 4명 있었지만 올해 신입생은 여학생뿐. 그래서 황교수는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고등학교 졸업반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김치학 개론' 같은 교재 출판돼야


김치 학과 교과 과정은 일반적인 식품공학과 과목 외에 김치 전문 과목을 20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김치식품과학과의 '꽃'은 김치제조학 실습. 김치 제조부터 시작해 숙성·유통·관리를 1년에 걸쳐 배운다. 유통저장학에서는 김치 원가를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아직 '김치학 개론' 같은 교재가 없어 학생들은 이미 발표된 연구 논문으로 세미나를 열며 김치를 배운다.


'김치 과학'을 배우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점은 김치 맛 표준화이다. 재료의 양을 정확히 계산해 김치를 만들어도 어머니가 만든 김치보다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소금 절임과 '속 넣기'가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2학년생 김혜민씨는 김치 제조 과정에도 자동화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김치식품과학과 교수진과 학생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과 돈 모든 것이 부족했다. 김치를 연구하는 전문 실험실도 마련하지 못했고 연구 장비도 부족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충북 지역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받으면서 김치식품과학과는 오는 2학기부터 전용 실험실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김치식품과학과의 목표는 충청도 김치 업체들을 중심으로 산학 협동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김치 벤처'를 키워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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