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영어 구연…'학원 천국' 도래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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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평가 대비한 '특기 적성 과외' 성업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의미 있는 교육적 시도도 입시 수단으로 둔갑시키는 프리즘이 대학 입시이다. 예체능 과목을 포함한 이른바 특기 적성 과외가 요즘 그렇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주부 안 아무개씨(36)는 이번 방학 기간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피아노 개인 교습을 시킬 계획이다. 단순히 교양 차원에서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했던 안씨는 중학생 딸을 둔 선배로부터 '수행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악기 하나는 반드시 배우게 하라'는 충고를 들은 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중학교 음악 과목에 청음(聽音) 시험이 들어 있는 것을 알고 딸에게 악기를 가르치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한 줄 모른다"라는 선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는 아들의 연주가 일정한 수준에 오를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 '체육 학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등장하는 학원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학원이 체대 입학 희망자만 수강생으로 받던 것은 옛날 말이다. 서울 대치동 ㅊ스포츠학원은 올 여름 기초체력반을 운영한다. 달리고 구르고 근육을 단련하는 등 기초 체력을 다지는 훈련을 기본으로 하되, 학교별 체육 커리큘럼에 따라 원하는 종목은 무엇이든 훈련시켜주겠다고 학원측은 공언한다. 가격은 4회 레슨을 기준으로 5만∼10만 원.


아이들이 특기 적성 과외를 받는 본래 목적은 타고난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수행 평가 잣대에 묶인 과외는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과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글짓기 학원·과학 학원·영어 동화 구연 학원. 날로 늘어나는 전문 학원에 비례해 학생들의 특기·적성은 과연 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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