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많이 하면 '이유 없이 아프다'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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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시간 이상 하는 어린이,

'1시간 이내'보다 '아픈 비율' 10% 높아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매우 '튀는' 집단이 있었다. 학원·학습지 등 과외를 5개 이상 하고(22.7%), 방과후 학습 시간이 5시간(11.8%)을 넘는 맹렬 학습 집단이 그들이다.




상식대로라면 이 집단은 공부 덜 하는 다른 집단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야 정상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도 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들은 발군의 현실 적응력을 보였다. 이들은 그 어느 집단보다 잘 웃고, 자신감이 있으며,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 감정을 잘 조절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화력도 뛰어나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홍강의 교수(서울대·소아정신과)는 이들을 '특이 집단'으로 분류했다. 하루 5시간 이상 과외 수업을 할 정도라면 이 아이들은 지력과 호기심이 매우 뛰어난 모범생 집단이거나, 부모가 매우 극성이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이 현실에 잘 적응하는 이유도 두 갈래로 생각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가 탁월해서거나,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거나.


그러나 이들에게도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었다. 이들은 설문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플 때가 많다고 응답했다. 과외 학습 시간이 하루 5시간을 초과한다는 집단 가운데 이유 없이 아플 때가 많다는 아이의 비율은 38.6%로, 과외를 1시간 이내로 한다는 집단(27.8%)에 비해 무려 10.8% 포인트나 높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플 때가 많다
(방과 후 학습시간)
나는 보통 때 잘 웃는 편이다
(방과 후 학습시간)


























1시간 이하 27.8% 59.3%
1∼2시간 29.3% 57.2%
2∼3시간 33.9% 61.0%
3∼5시간 29.1% 66.7%
5시간 초과 38.6% 68.5%


홍교수는 이것이 일종의 '정신 신체적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기대와 가치관을 불평 없이 잘 따르는 '범생이' 중에는 간혹 이유 없이 두통·소화 장애·근육통 따위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다. 홍교수에 따르면, 이는 억압되어 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적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아이는 언제인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있는 만큼 미리부터 아이의 신체가 발산하는 경고 신호를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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