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밀반출' 특급 뇌관 터질까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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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선〉〈국민〉사주특 혐의 추적 계속…
해외 부동산·송금 내역 등 조사


검찰이 과연 언론사주를 기소하기 전에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까. 외화 밀반출은 탈세와 달리 사주 일가의 부도덕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과 검찰이 관심을 많이 가져 왔다. 제대로 혐의를 입증한다면 언론사 세무 조사의 정당성을 확보해 정치 시비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6월29일 탈세 법인을 고발하면서 일부 사주들의 외화 도피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미 고발된 언론사 해외 부동산 보유 현황과 해외 지사 송금 내역을 검찰에 넘겼고, 이후 검찰은 이 사안을 집중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된 언론사 가운데 외화 밀반출에 연루된 회사는 〈조선일보〉 〈국민일보〉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대한매일〉은 외화 사건과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LA 호화 콘도 구입


검찰은 8월13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자 코리아나호텔 사장인 방용훈씨를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방사장은 〈조선일보〉 주식 10.5%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다. 검찰은 방용훈 사장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경위와 함께 농지를 취득하면서 차명을 이용함으로써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혐의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사장은 국세청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5개 언론사를 고발한 직후인 7월9일 미국에 다녀와 관심을 증폭시켰다.


방용훈 사장은 199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샤이어에 있는 하야트 호텔을 2천3백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외화 5백73만 달러를 밀반출했다는 혐의로 이미 고발된 바 있다. 또 방사장은 코리아나호텔 명의로 로스앤젤레스 소재 파크플레이스 콘도를 구입했다. 시가 100만 달러에 이르는 호화 콘도다.


계초기념사업회 방재선 이사장이 1998년 서울지검에 고발되면서 알려진 이 사건은 형사3부에 배정되었으나 당시 외사부 등과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고발인이 관련 부동산을 소유한 것은 사실이나 범행을 극력 부인하고 있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자료가 없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적극 공조한다면 조선일보사측의 외화 밀반출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미 미국 연방국세청(IRS)에 정식으로 관련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조희준 전 회장, 송금 받은 돈 출처 조사 받아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도 일본에서 송금받은 5억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조씨측은 일본에서 주식에 투자해 2천억원 가량의 큰 돈을 벌어 국내에서 사업 자금으로 써 왔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녀 의혹을 사 왔다.


조씨의 탈세 사건과 관련해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100여명이 자신들이 헌금으로 낸 수표가 조사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진술하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외화 밀반출 사건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별 소득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 연방국세청이 한국 검찰 수사 일정에 맞추어 자료를 보내 줄지 의문인 데다, 검찰 수뇌부가 지금까지 밝혀진 횡령과 탈세 혐의만으로도 기소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사는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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