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 문단의 '빛과 그늘'
  • 이문재·오윤현 기자 (moon@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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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미당 그리고 '문학 권력'
시집을 천거하는 추천인들은 행복해 했다. 문학 평론가 황현산 교수(고려대·불문학)는 "예년에 비해 시집이 적게 출판되었지만 좋은 시집이 많아 3∼4권으로 압축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평론가들이 뽑은 시집들은 최하림의 〈풍경 뒤의 풍경〉, 김영무의 〈가상현실〉, 문정희의 〈오라, 거짓 사랑아〉, 장석남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허수경의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최정례의 〈붉은 꽃〉 등 중견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했다.




소설 분야에서는 김원일의 연작 장편이 압도적이었다. 추천인 모두 김씨의 〈슬픈 시간의 기억〉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황석영의 〈손님〉, 김성동의 〈꿈〉, 신경숙의 〈바이올렛〉,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김 훈의 〈칼의 노래〉, 천운영의 〈바늘〉 등이 눈길을 모았다.


올해 아동문학은 '저학년 홍수, 고학년 가뭄'이라는 특징을 보였는데, 저학년 동화 중에는 번역물이 많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조월례 이사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작가층이 너무 얇다"라고 지적한다. '해리 포터 열풍'이 다시 거세진 것도 올 어린이 출판계의 사건이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원작 동화에 대한 관심을 새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내용 면에서 시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면, 소설에서는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김 훈의 〈칼의 노래〉와 신인 천운영의 첫 소설집 〈바늘〉이 각각 '문체의 힘'과 '야생의 미학'을 선보이면서, 한국 문학의 영토를 확장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문단은 지난 여름 이후 내내 시끄러웠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한 일간지 칼럼에서 언론사 세무 조사를 비판한 것을 기화로 지식인 사회에 (〈조선일보〉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한) '편가르기' 양상이 벌어졌다.


한편, 미당문학상 제정을 전후로 미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미당 재평가 작업은 미당의 삶과 문학을 분리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부터, 미당 시는 곧 '무책임한 정신'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전면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전북 고창에서는 미당시문학관이 준공되었다.


2년여 전부터 김정란·강준만·권성우 씨 등이 제기해온 이른바 문학 권력 논쟁은,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계간 〈문학동네〉가 겨울호 특집 '문학과 정치'를 통해 '입장'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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