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년 올해의 인물' 김원웅·김정태·심재륜·이진수·김병현
  • 박성준·신호철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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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김원웅 의원
'야당 속 야당' 실천

 
김원웅 의원은 대형 홈런을 날린 스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 한 해 의정 활동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소신을 지켜 온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역대 어느 정당보다도 일사불란했던 한나라당에서 특별한 세력도 없이 고군분투해 온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힘든 고집이었다. 그러한 김의원의 고집은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신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가 올 한 해 당 지도부의 입장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고집해 온 현안은 탈세 언론사주 옹호 반대·국가 보안법 개정·대북 쌀 지원 지지 등 십수 가지에 달한다. 김의원은 여야 의원들이 정쟁 극복과 거수기 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결성한 정치개혁모임(정개모)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의 소신 행보는 의정 활동에서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교육부장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중학교 교과서에 반민특위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해 이를 반영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예결위원 50명 중 과반수인 26명의 서명을 받아 친일 인명사전 편찬 지원금 2억8천만원을 따내기도 했다. 반민특위 이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데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최근에는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자유 투표를 당 지도부가 제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만들어 여야 의원 1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경제/김정태 국민은행장
금융권 변화 '뉴 리더'


1998년 8월 주택은행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증권회사 사장 출신인 그는 '이단아'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제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금융권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CEO(최고경영자) 주가'라는 말을 탄생시킨 김행장은 올해 11월 자산 규모 60조원인 거대 은행을 이끄는 선장이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장사꾼'이라고 부른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최고라는 관점에서다. 이 때문에 그는 '시장주의자'라고도 불린다.

김행장은 주택·국민 은행 통합에 따른 휴유증을 우려하던 일각의 목소리를 불식하고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고 있다. 저금리 대출을 선도했고 각종 증권·투신 상품을 은행에서도 판매하는 시대를 열었다. 금융권 리더를 넘어 자본 시장의 리더를 꿈꾸는 그의 행보에 안팎의 시선이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회/심재륜 부산 고검장
명예 아는 '포청천'


 
대법원 복직 판결을 받고 지난 8월27일 검찰로 돌아간 심재륜 고검장이 지금까지 검찰에 있으리라고 예상한 검사들은 별로 없었다. 1999년 항명 파동으로 면직된 그가 명예를 회복한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무보직 고검장이면서도 상종가를 치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복직한 직후인 9월 초부터 검찰은 각종 게이트를 흐지부지 수사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호남 편중 인사로 뒤뚱거리던 검찰이 끝없는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검찰이 위신을 구길수록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씨를 구속했던 '포청천' 심고검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각종 여론조사는 심고검장을 특별검사 적임자로 꼽았고, 검찰 수뇌부는 그에게 특별감찰본부장을 맡아달라고 삼고초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심고검장은 이를 고사하고 부산고검으로 떠나 후배에게 특수 수사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의학/이진수 국립암센터 병원장
'의료 혁명' 새 물꼬


 
올 초까지 미국 암 전문 병원인 MD 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하던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의사로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고국이 부르자 가족과의 이별과 절반으로 줄어든 연봉을 감수하며 국립암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병원장으로 취임한 뒤 그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환자를 왕으로 모시는' 의료 시스템 정착으로 모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다원 진료 체계이다. 국내 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내과·외과·병리과·방사선과 등 각 분야 의사들이 한 사람의 환자에 대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환자가 외과를 찾으면 수술만, 내과에 가면 약물 치료만 받는 불합리함을 개선한 것이다.

임상 단계에 있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 사용이 허가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이 컸다. 미국에서 23년 동안 배운 선진 의료 시스템을 한국에 정착시키는 그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스포츠/김병현 선수
홈런 맞은 '영웅'


 
11월 1일과 2일, 김병현은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4·5차전 마무리로 등판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9회말 2사 후 상황에서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양키스에 극적인 승리를 두 번씩 헌납했다. 그러나 투수 실링과 존슨이 그를 구했다. 애리조나는 7차전 9회 말에 3 대 2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어 냈다. 그 승리로 김병현은 배리 본즈나 새미 소사도 끼지 못한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그는 월드시리즈에서는 '역적'이 될 뻔했지만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1등 공신이다. 포스트 시즌 4경기에 출장해 무실점으로 3세이브를 올렸다. 올해 5승6패 19세이브(방어율 2.9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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