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자와 개띠, 무엇이 셀까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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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이 꼽는 ‘차기 대통령’/‘새 인물 출현’ 예언 급격히 퍼져
선거 결과는 ‘까봐야’ 안다. 하지만 선수나 관객이나 벌써부터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될지 궁금해서 안달이다. 이 때문에 정가에는 신통하다는 역술인들의 ‘천기 누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예언’과 관련해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설송 스님이다. 경북 현불사 주지인 그는 1996년 10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가 현불사를 방문했을 때 “당신이 내년에 대통령이 된다. 안되면 내 목을 가져가라”고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기연가미연가했던 DJ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설송 스님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극진히 모시고 있다.





이 소문을 들은 여야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설송 스님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김중권·박근혜·이수성·이한동·한화갑 같은 대권주자와, 이회창 총재의 부인 한인옥씨, 이인제 고문의 부인 김은숙씨가 그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설송 스님이 ‘점지’한 것으로 소문 난 차기 주자는 한화갑 고문이다. 그는 지난해 한고문을 만나 “때가 올 테니 준비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세간의 예상을 깨고 한고문이 강력하게 대권 드라이브를 거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준비’가 곧 대권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역술 벤처인 애스크퓨처닷컴(www.askfutu re.com)의 이 수 대표처럼 이인제 고문이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다음 대선은 이회창·이인제·박근혜·김혁규의 3남1녀 경쟁 구도가 되며, 결국 이인제 후보가 당선된다”라고 시원스럽게 말했다. 김혁규 경남도지사와 박근혜 부총재가 영남 표를 가르고, 이인제 고문이 호남과 충청 표를 아우를 경우 가능함직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대권과 관련한 대부분의 예언은 이처럼 특정인을 콕 찍기보다는 두루뭉수리한 형태로 흘러 다닌다. ‘이씨와 정씨 가운데 대통령이 나온다’ ‘이름 석자 가운데 목(木)자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식이다.


강원도 원주의 젊은 역학자 김성욱씨는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비결서를 소개하며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으려 하는데, 정씨가 나타나 그것을 깨뜨리려 한다”라고 말했다. 기수련자인 김영학씨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늙은 용 세 마리가 승천하려는 형국으로, 성에 목(木) 자가 있는 사람이 매우 유리하다. 그런데 닭 유(酉)자가 들어간 성씨가 개입하면 결과가 달라진다”라는 것이다. 이 두 예언대로라면 차기 대선은 이회창·이인제·정동영·정몽준의 쟁탈전이 되리라는 얘기다.


이름에 목(木)자 들어간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또 다른 예언은 좀 신통치 않다. 이(李)씨와 박(朴)씨는 물론 동(東), 권(權), 화(和), 근(槿), 근(根)에 각각 ‘목’이 들어가는 정동영·김중권·한화갑·김근태·유종근 등 대다수 대권 주자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름이 빠진 노무현 고문 진영에서는 “개띠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더라”며 지난해 초 정가에 회자되던 ‘개띠 대통령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려고 애썼다.


‘심진송 버전’은 여성 대통령


최근 들어 정가에는 ‘2001년 3∼4월에 정치권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라며 새 인물 출현을 암시하는 예언도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것이 ‘심진송 버전’. 1994년 5월 김일성 주석 사망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해진 심씨는 ‘여성 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박근혜 부총재가 아닌 뜻밖의 여성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기로 점괘를 봤는데 자꾸 그 여자가 보인다. 내가 봐도 결코 안될 사람 같은데, 전국 유명산을 두루 다니며 기도해 봐도 역시 그 여자다. 이름에 해(日)와 달(月)이 있고, 나라를 위해 애국적인 행동을 계속해온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때 정가에서는 이름에 명(明)자가 들어간 여류 인사를 손가락으로 꼽아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권 예언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인구에 회자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때문에 각 진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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