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억 시청자 ‘TV 앞으로’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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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IT 월드컵’ 이렇게 치러진다


우승국 1, 개최국 2, 최소 시합수 3, 각 대표팀 선수 23, 출전국 32, 경기수 64, 심판수 72, 지역예선 참가국 193,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204, 본선 참가 선수 736, 자원봉사자 수 33,000, 입장권 숫자 3,200,000(3백20만). 숫자로 살펴본 2002 한·일 월드컵은 대략 이렇다.


이 숫자는 50,000,000,000(5백억)으로 튀겨진다. 바로 텔레비전에 의해서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는 이번 월드컵을 지켜 볼 예상 연인원을 약 5백억명으로 추산한다. 텔레비전을 떼어놓고 월드컵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드컵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세계에 전달됨으로써 비로소 지구촌 전체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월드컵 텔레비전 중계는 독일 키르히그룹이 독점하고 있다. 키르히그룹이 설립한 HBS는 월드컵 전경기(64게임)에 대한 SD(디지털 표준 화질)급 국제 신호를 자체 장비를 통해 만들어낸다. 월드컵 경기장에는 기본적으로 HBS 방송 카메라가 15대 파견된다. 카메라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 마련된 국제방송센터(IBC)와 유·무선망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국제미디어센터(IMC) 내 국제방송센터는 전세계 축구팬에게 월드컵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할 심장부 구실을 하는 곳이다. 공동 개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방송센터는 서울(IBC-1)과 일본 요코하마(IBC-2)에 나뉘어 설치되었다. 하지만 서울의 IBC-1이 주방송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벌어진 경기 장면도 서울을 거쳐야만 일본과 세계 각국에 송출된다. 규모도 서울의 IBC-1이 일본의 IBC-2보다 3배 이상 크다. 입주한 방송사도 서울이 67개사인 데 비해 일본은 6개사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박홍수 방송전문위원은 “방송센터 내에서도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방송 기술과 초고속 전송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보다 앞선 기술력을 세계의 기술진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메라에 담긴 데이터는 위성 전송망과 광케이블을 거쳐 IBC-1의 주조정실(MCR)에 전달된다. HBS의 뇌에 해당하는 주조정실에는 핵심 기술자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맥닐 스튜어트 주조정실 책임기술자는 “카메라에서 전송된 데이터 15개 가운데 최상의 화면 7개를 만들어 각국 방송국에 전송하게 된다. 최신 기술과 노하우로 이번 월드컵에서 시청자들은 더욱 생생한 화면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전세계에 똑같은 화면 7개가 제공된다. 각 방송사는 이 기본 화면을 데이터 처리 등을 통해 자국의 시청자들에게 송출하게 된다. 국내 방송 3사도 마찬가지다. 개막전과 한국전 등에는 방송 3사가 카메라 4대를 별도로 파견한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관중석과 주변 상황 등 보조 취재를 수행할 뿐이다. 화면을 골라 쓰는 방식과 카메라 4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화면이 결정된다. 그러나 그리 큰 차이는 없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료가 정해지는 현실에서 각 방송사가 스타 해설자들의 입담에 월드컵 중계의 사활을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방송 중계에서 한국에 큰 위안거리도 있다. 2002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고선명·고음질 HD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순수 국내 기술진이 투입된다. 경기당 HD카메라 8대가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뽐내며 경기장의 현장감을 그대로 담아 안방에 전달할 전망이다.
한국방송공사 김환홍 중계기술국 차장은 “선수들의 머리카락과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서라운드 음향으로 마치 경기장이나 극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송 시스템 업그레이드 계기


월드컵은 텔레비전 방송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어 왔다. 이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전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데이터 방송과 무선 인터넷 중계 등 다양한 신기술이 쏟아져 나와 시청자의 눈을 붙잡을 것이다.


2002 월드컵에서는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데이터 방송을 이용하면 방송 시청 도중 선수나 역대 기록 등 각종 정보를 바로 리모컨으로 검색할 수 있다. 쌍방향 텔레비전인 것이다. 지상파 3사는 여러 가지 문자와 그래픽을 동원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최초의 월드컵이기도 하다. 방송 3사는 세계 최초의 월드컵 웹캐스팅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전국 2만여개 PC방이 곧 월드컵 경기장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동 전화 또는 무선 모뎀에 연결된 노트북PC,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방송사의 웹캐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통신업체들도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KTF와 SK텔레콤은 주문형 동영상 서비스와 영상 전화 등으로 월드컵을 중계한다. IMT2000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이제 꼭 보고 싶은 월드컵 경기 중계 방송과 재방송까지 놓쳤다 해도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월드컵 시작과 함께 텔레비전이 켜졌다. 동시에 ‘IT 월드컵’도 막을 올렸다. 정보 기술(IT) 선진국을 자처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는 IT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도 중요하지만 ‘IT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몇 배 더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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