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부른 박사’도 넘쳐난다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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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재계 인사들에게 명예박사 학위 남발



인문학의 위기나 박사 실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박사들도 있다. 바로 명예 박사이다.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1년까지 97개 대학이 수여한 명예 박사 학위는 총 2천5백30개에 이른다. 1994년 이전만 해도 명예 박사 학위 수여는 한 해에 30-4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82개를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백37개나 수여되는 남발 현상까지 일었다. 지금까지 명예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수여한 대학은 경희대학(2백명)이다. 2001년 명예 박사 최다 수여 대학은 순천향대학(17명)이다.



대학들은 ‘사회와 학문 발전에 공헌한’ 저명 인사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대개 총장과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를 대학원장이 참여하는 대학원위원회가 심사해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학과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학위를 받는 사람들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 인사들과 국내 정·재계 인사가 대부분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김대통령(경희대·고려대)을 비롯해 이희호 여사(이대·덕성여대·동아대) 김홍일 의원(배재대·목포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경기대·명지대·제주대) 한화갑 민주당 대표(한남대·항공대) 등이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권씨는 최근 1998년 9월부터 경기대로부터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우 교수로 재직하며 강의 한 번 하지 않은 채 매월 2백원씩 총 3천6백만원이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단체장들도 해당 지역에서 명예 박사 학위 유력 후보들이다. 김혁규 경남도지사는 동아대(2000년)와 인제대(2001년)에서, 문희갑 대구시장은 계명대(2001년)에서, 안상영 부산시장은 부산대(2000년)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예 박사가 늘기 시작한 것은 대학의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들이 정·재계 인사의 기부금이나 정책적 배려를 기대하고 명예 박사 학위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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