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열어젖뜨린 ‘지옥 훈련’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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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식 파워 프로그램의 비밀/왕복달리기·미니 게임 집중 실시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은 자신감이다. 이제는 어느 팀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 저변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체력이 버티고 있다.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후반 30분 이후는 모든 체력이 소진되어 정신력으로 버티는 시간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후반 90분을 뛰고도 남는 체력이 생겼다. 히딩크가 고집스럽게 매달려온 파워 프로그램의 결과이다.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은 언제 가르칠 것이냐’는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히딩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월드컵을 약 3개월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베르하이엔 레이몬드 피지컬 트레이너를 팀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선수들의 체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혹독한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파워 프로그램은 순발력 증대와 피로 회복 시간 단축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단거리 왕복 달리기와 미니 축구를 반복해 실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트레이닝 방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과학적인 체력 테스트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왕복달리기(셔틀런)는 지구력과 회복 속도를 측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세네갈전에서 패한 뒤 프랑스 대표팀은 체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자, 왕복달리기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왕복달리기는 일정 시간 내에 20m 거리를 4∼8회 왕복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제한 시간이 당겨지며 선수들은 계속해서 속도를 높여가야 한다.



왕복달리기에서 1백20회를 넘기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첫 왕복달리기에서 1백20회를 넘긴 선수는 이천수뿐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실시한 왕복달리기에서 1백20회를 넘긴 선수는 참가 선수 22명 가운데 18명이나 되었다.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미니 게임은 5 대 5로 축구장의 반인 50m×30m 크기 경기장에서 벌이는 기술과 체력 훈련을 혼합한 프로그램이다. 선수는 자기 체력과 회복 속도를 즉시 확인해 페이스를 조절한다. 3분씩 6라운드로 게임을 하고 휴식 시간 2분30초에 자기 맥박을 점검한다. 보통 분당 1백50∼1백60회를 유지해야 한다. 또 얼마나 빨리 회복해 다시 맥박수를 끌어올리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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