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정비도, 피해 보상도 ‘찔끔’
  • 차형석 기자 (papapipsisapress.comkr)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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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복구 악순환 끝내려면 방재 시스템 구축 필수



경기도 연천군에 사는 김두삼씨는 9월 초 강릉에 다녀왔다. 마을 사람 몇몇이 돈을 모아 마련한 김치·식수 등을 수재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씨에게는 이재민이 겪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3년 전 그도 수해민이었다.


1999년 8월 한탄강 지류 부근에서 양계장을 하던 김씨는 임진강이 범람해 큰 피해를 보았다. 닭 3만 마리가 죽었고, 양계장 시설도 무너졌다. 가옥 침수 위로금 등 1백60만원과 병아리 3만 마리 값 7백여만원을 받았지만 완전히 허물어진 양계장을 다시 짓기에는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보상도 돈 있는 사람이 받게 되어 있다. 보상을 받으려면 일단 돈을 빌리기라도 해서 양계장 시설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는 사람한테 누가 돈을 빌려주나.” 두 차례 수해를 겪은 김씨는 이제 더 이상 수해 복구에 만전을 기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1996년 한 차례 수해를 겪고 1999년 또 수해를 입은 연천군 주민 100여명은 수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연천군과 현대건설을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냈다. 당시 현대건설이 건설한 연천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임진강이 범람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전곡면에 사는 양종홍씨의 집은 2층까지 물에 잠겼지만 그가 받은 보상은 반파 침수 위로금 3백여만원이 고작이었다. 양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소송을 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9월5일 극심한 재해를 입은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하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자연재해대책법과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특별재해지역에는 응급 재해구호 비용 지급, 재해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과 재정, 세제상의 특별 지원이 이루어진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선정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경북 5개 시 10개 지역, 전북 2개 지역, 충북 1개 지역, 강원도 12개 지역, 경남 4개 지역, 제주도 등이 특별재해지역 선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경남 산청에서는 주민 2백명이 지난 9월4일 특별재해지역 선포를 요구하며 고속도로 부근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표 되는 도로 포장만 신경쓰고 하천은 나 몰라라”


방재 전문가들은 하천 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방재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해마다 수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하천정비 사업에 투자한 돈은 7조5천여억원이다. 올해 치수사업에 쓰이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비용은 국민총생산에서 0.2%를 차지한다. 도로·항만 건설에 쓰이는 투자액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 하천 관리도 미흡하다. 1백94개 시·군·구가 관리하는 소하천은 2만2천8백38개이다. 이 중에서 정비가 완료된 곳은 32.8%에 불과하다. 국립방재연구소 이종설 박사는 “도로 확장은 표(票)가 되고 하천 관리는 표가 안되니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은 1959년 큰 홍수 이후 정교한 수해 자료를 축적해 이를 방재에 활용해왔다. 우리 나라는 하천 수위 자료가 미비한 실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용남 한국방재협회 회장은 “되풀이되는 수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하천 정비와 재해 대비 시스템에 대한 국가 투자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땜질식 복구에만 급급하면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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