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들 “그나마 살기 나아졌네”
  • 노순동 · 차형석 기자 ()
  • 승인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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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 비자 생기고 외국인등록번호 체계 개선…차이나타운 조성도



서울 신촌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 화교(타이완) 왕춘식 씨는 토끼 같은 딸이 둘이다. 하지만 그 딸들은 아버지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집에서 한국말만 쓰고 한국 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왕씨는 “크면 말해줄 것이다. 위축될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아내가 한국인이어서 두 딸에게 모두 한국 국적을 갖도록 했다.


“수십 년을 살아도, 어제 방금 공항에 내린 외국인과 똑같은 신세였다”라는 왕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5년으로 늘어났지만 2년마다 비자를 연장해야 했고,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미리 재입국허가를 받아야 했다. 수십 년간 살고도 해외 나들이 때마다 ‘다시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싫었던 것이다.


올해 5월 신설된 F5 비자가 그나마 화교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F5는 한국에서 원하는 만큼 살아도 좋다는 영주 비자로, 거주 비자(F2)를 받은 뒤 5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발급한다.
올해부터는 외국인등록번호 체계도 바뀌었다. 한국에 90일 이상 머무르는 거주 신고를 할 때 받는 번호로, 주민등록번호와 모양이 같아 곤란을 겪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되고 주민증록증과 비슷하게 생겨 툭하면 도용범으로 오해를 받았다. 지금은 한눈에 보아도 다르다. 영주권을 얻은 외국인은 690325-52603223와 같은 번호를 받는다. 거류신고증이라는 모호한 이름도 외국인등록증으로 바뀌었다.


내년에는 중국인 거주자가 늘어난 일산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도 조성될 계획이다. 평소 차이나타운의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아예 총대를 메게 된 양필승 교수(건국대·중국학)는 (주)차이나타운개발을 통해 IT단지·상가·거주지를 결합하는 단지를 조성한다. 양교수의 지론은 외국인이 굳이 국적을 바꾸지 않고도 자유로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교수는 벌써 중국으로부터 20% 투자를 받은 상태다. 양교수는 외부 자본이 고사 직전의 화교 사회에 활기를 되찾아 줄 ‘펌프 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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