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사금파리 한 조각>
  • 김현숙 (아동문학 평론가·동화작가) ()
  • 승인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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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처럼 영롱한한국 문학 ‘새 빛’



뉴베리상이라는 찬란한 광채에 휩싸인 채 우리 앞에 소개된 <사금파리 한 조각>의 뛰어남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특수한 것을 들어 보편적인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솜씨이다. 고려청자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영어권 독자를 한국의 예술과 정신 세계라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영역으로 안내한다. 국내 독자들은 12세기 고려라는 구체적 과거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안내자는 특정 부분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꿈의 실현을 위한 도전과 인내라는 보편적 주제를 아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한다.


이 동화의 주제는 한 조각 사금파리를 통해 상징적으로 처리된다. 햇빛에 반짝이는 도자기 파편은 두 사람의 꿈을 뜻한다. 고아로서 가당치 않게도 도공이 되려는 거지 소년 목이의 꿈과, 도공으로서 최고의 경지임을 입증하는 왕실용 도자기 납품자가 되려는 도공 민영감의 꿈이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욕망과 그 완성에 이르려는 욕망, 이 두 욕망이 사금파리에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12세기 한국을 재현하는 데 성공해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물론 이때의 성공은 역사적 사실의 정확한 재현을 뜻하지 않고, 그때의 풍물과 생활상에 대한 묘사가 생생함을 말한다. 그는 수많은 책을 참조함으로써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진 시대를 마치 어제 다녀온 듯 그려냈는데, 면밀한 고증과 자료에 생기를 불어넣는 세세한 묘사에서 그가 보여준 열정과 공력이 느껴진다.


<사금파리 한 조각>은 번역서이지만 외국 문학이 아니라, 외국어로 쓰인 한국 문학 작품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작가 린다 수 박(재미교포 2세)이 한국적 감흥과 정서 전달에 매우 신경 썼음을 작품 전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한국 문학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데, 민족과 문자 그리고 생활의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국문학의 범주를 자국어·자국민·자국인의 정서로 한정시키는 좁은 울타리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에 관심을 두고 그에 대한 진술을 통해 보편적 진실을 확인한 <사금파리 한 조각>은 한국의 동화이다. 생활 동화와 가벼운 소재가 주류를 이룬 올해 아동문학에서, 이 작품은 주제의 탁월한 형상화와 장인 정신을 발휘한 과거를 재현함으로써 가장 묵직한 수확물로 여길 만하다.



추천인:강정규(동화작가·<시와 동화> 발행인), 김병규(동화작가) 김용희(아동문학 평론가)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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