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조폭 ‘검은 커넥션’
  • 정리·정희상 전문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촌씨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다른 폭력배 두목과 달리 ‘정치 조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여야 정치권에 적지 않은 비호 세력을 구축하면서 각종 정치 폭력 사건에 개입했던 탓이다. 지난 호에 현직 부장검사의 살인 청부 진상을 18년 만에 털어놓은 김씨는 이번에 자기가 정치폭력배가 된 과정을 회고했다.

김씨의 회고는 정치와 폭력조직이 결탁한 어두운 한국 현대사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정통성이 약한 독재 정권과 군사 정권 시절 정치와 폭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김두한·이정재·유지광·임화수 등 1세대 정치폭력배들이 자유당의 비호를 받으며 각종 야당 파괴 공작에 동원되었다. 특히 동대문사단을 이끌었던 이정재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자유당 이기붕과 결탁해 1957년 장충단 야당 집회 방해 사건, 1960년 4·18 고대생 습격 사건 등 정치 테러를 주도했다.

정통성이 약한 박정희 군사 정권 역시 폭력배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했다. 김태촌씨가 개입한 1976년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에도 주먹과 정치 권력의 야합은 계속되어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에는 장세동 안기부장이 배후에서 김용남씨 등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조종한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용팔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호국청년연합 이승완씨와 이택희·이택돈 전 의원이 배후에 관련된 것으로 밝혀져 각각 구속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6공화국 초기까지도 정권과 깊이 유착했다.

대통령 직선제로 정통성 시비가 사라진 뒤 폭력배가 직접 정치 행사에서 무력을 쓰는 일은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정권 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보듯이 권력자와 조폭의 검은 유착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한국 정치의 고질이다.

청송교도소를 찾은 기자에게 정치 폭력 경험담을 구술하던 김태촌씨는 “독재 정권 시대에 나는 철저히 정치 권력에 이용당했다”라며 회한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부끄럽지만 감추어진 과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현재의 정치인과 건달 들이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는 심정을 밝혔다. <시사저널>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김태촌씨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마무리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