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경제정책 ‘절반의 성공’
  • 글 장영희 전문기자, 사진 윤무영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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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대통령 경제정책 ‘절반의 성공’… ‘우향우’에는 찬반 갈려
빈민가 태생에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 한 손가락이 잘려나간 금속공 출신. 게다가 노동당(PT)이라는 좌파 정당으로 대권에 도전하자 브라질 주류 세력은 이민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브라질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룰라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것은 브라질 내에서도 혁명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룰라는 우파 정권보다 더 우향우하면서 국내외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IMF 처방대로 고금리 정책을 써 월가를 안심시켰다. 변화를 바라는 진보 진영과 전통적 지지자들인 빈민과 노동자 계층은 개혁이 실종되었다며 그를 극렬하게 성토했다. 당연히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하지만 상파울루와 마나우스에서 만난 몇몇 평범한 노동자들은 룰라를 그리 박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캄피나스 공장의 인사담당자 호지 파씨오리 씨(26)는 룰라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문제는 여전히 많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지만, 10여 년에 걸쳐 쌓인 난제를 풀기에는 지난 1년9개월이 너무 짧다는 얘기였다. LG전자 마나우스 공장의 IT 책임자인 이삭 카브라우 씨(32)는 한결 긍정적이다. “브라질의 빈부 격차와 교육 수준, 공무원 부패, 과중한 세금 문제는 절망적이다. 하지만 룰라 정부가 빈부 격차를 누그러뜨리고 비리 공무원을 단죄하며, 감세 관련 새 법률안을 논의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룰라 정부가 오랫동안 잠자던 브라질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좋은 징조 아닌가.”이삭과 마찬가지로 룰라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도글라스 루오치 씨(삼성SDI 인사 매니저)도 룰라에 대한 인식이 우려에서 기대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의 인사 매니저 호세 안드리아노 페레이라 씨(42)도 룰라가 경제 성장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했다.

삼성SDI 생산 매니저인 카르도슈 에드나르도 빅토 씨는 예상과는 달리 룰라가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잘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근본 문제를 개선할 정책과 방법론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9개월 동안 룰라는 수출 확대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 골몰했고 해외 순방에 동분서주했다. 그는 올해 인도와 중국을 방문해 브릭스 국가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 결합해 미국·유럽에 대항하는 새로운 경제 불록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조한 ‘포미제로’(기아 퇴치)나 토지 없는 농민에게 농지를 분배하겠다는 따위 약속은 발걸음도 떼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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